밍글라바 코리아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활동가로 산다는 것

- 소모뚜

요즘 나는 정말 바쁘다. 학교와 여러 단체들에 이주관련 강연과 공연, 그리고 MWTV 활동으로 정말 몸이 두 개, 세 개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 말 회사를 그만 두고 나니 사장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 15년 동안 평일활동이 있는 날이면 사장이나 상사한테 거짓말로 이유를 대고 나오곤 했다. 정말 싫은 일이다. 또한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면서 활동하는 것도 나를 힘들게 했다. 특히 주5일 근무제라면서 토요일마다 일을 시키는 부장한테 활동이나 공연 때문에 토요일에 일을 못한다고 매번 얘기하는 것에도 지쳤다. 그리고 내가 맡은 일을 할 줄 아는 직원이 없어 토요일에 작업할 일을 전날에 미리 해놓으려고 2배 속도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젠 돈은 회사일 할 때처럼 못 벌지만 왠지 맘이 편하고 참 좋다.

한국인들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시기에 돈 안 되는 활동을 한다며 나오는 것은 이주노동자인 나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선택이었다. 200만원이 체 되지 않는 월급이 한국 사람에게는 작을지 몰라도 이주노동자인 나에게는 정말 큰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5년 동안 일과 활동을 병행 하면서 너무도 답답했기에 자유롭게 활동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집회에도 나가고, 아무 때나 공연도 하고 싶었다. 부족한 공부도 해서 보다 나은 활동도 하고 싶었다. 특히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 내일을 가늠해 보고 싶었다. 결국 사장은 나에게

“회사를 선택 할래? 활동을 선택 할래?”
라고 물었다. 나는 당당하게
“활동가로서 계속 살아 갈 것입니다”
라고 답 할 수 있었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본보다 인간의 소중함을 소중히 하는 활동가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고 나부터 그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주 쓰는 ‘그리 당첨되기 어렵다는 로또도 매주 한 명 정도는 나오는데, 이주민활동가는 1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합니다.’는 말이 과도한 것 같지 않다. 가진 것 없는 이주민이 오래 동안 살아가기 어려운 한국에서 활동을 하겠다는 이주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혹 마음이 있더라도 활동가를 적으로 보는 이런 상황에 오랫동안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어느 날 법무부 관계자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을 조직해서 사회를 흔들고 있는 너 같은 사람을 어떻게 난민으로 받아 주겠냐? 난민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은 우리랑 같이 살아가도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내가
“저도 버마에 민주화를 위해서만 활동을 집중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들께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인 이주민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사회, 한국말을 알아 들지 못 해서나 다른 이유로 발생한 사업장 폭행. 욕설이 없는 사회, 다른 피부색, 다른 문화와 가난이 죄가 되어 무시당하는 것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주실래요? 책임 맡아 주실래요?”
라고 말하자 그는 그냥 웃으면서 나를 보고만 있었다.

‘차별하지 말라고, 평등하게 함께 살자고, 사회의 약자도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나와 이주민 활동가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함께 사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것 보다 더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응답 2개

  1. 고추장말하길

    ‘그리 당첨되기 어렵다는 로또도 매주 한 명 정도는 나오는데, 이주민활동가는 1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합니다.’ 연타석으로 맞장구를 쳤습니다. 정말 활동가 한 명 나오기가 로또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그만큼 귀하지요.

  2. 모뚜팬말하길

    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모뚜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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