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투자는 미래의 희망이다.

- 김융희

수요일과 토요일, 적잖는 인원의 두 차례 방문으로 지난 주간엔 참 바뻤습니다. 한 팀은 우리 교회내의 장년회라는 나의 소속 그룹인 동료 집사들이었고, 다른 한 팀은 나의 고향 사람들의 바둑 동호회원들이었습니다. 나의 초청이었으며, 인원은 두 팀 공히 십 오륙 명으로 지척의 매우 격의없는 인연들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나에겐 매우 신경이 쓰이는 초청 팀이었습니다.
수요일에 방문해 주신 교회팀, 장년회는 나이가 비슷한 그룹 맴버로, 매 주일이면 교회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며 평소에도 늘 가깝게 지내는 동료들이 대부분으로써, 이처럼 많은 인원을 처음 초대하면서 또 교우라는 분위기가 나를 긴장시킵니다. 교통도 불편한 먼길을 나는,자기차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며 오는 길 안내를 적은 쪽지만 전했습니다. 그런데 올 때가 거의 임박해도 일부의 연락만 있을뿐, 대부분 소식 불명, 나는 매우 불안한 마음으로 약속 장소인 연천역을 나갔습니다.

정시에 열차가 도착되고 내리는 많지 않는 손님들, 그런데 내린 손님들이 모두 우리 장년회원들이였습니다. 모두가 누구에게 묻지도 않고 쪽지만 들고 이렇게 시간을 맞춰 정확히 찾아온 것입니다. 마련한 식사와 더불어 한담처럼 시작된 오가는 정담이 차츰 한담은 환담으로 변하며, 특히 통일문제 전문가며 한중문화협회의 총재를 맡고있는 이영일집사님의 동북아정세의 설명이 분위기를 더욱 빛냅니다. 오는 11월에 북경대학 초청 강연으로 “대북관계와 한중일의 역할”에 대한 원고를 쓰며 밤을 지새운 채, 쉽지 않는 길을 오셔서 좋은 말씀에 모두 고마워했습니다.

안보와 밀접한 지역의 특성상 연천군의 초대말씀도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나는 우리 연천의회의 라원석의장을 얼른 불러서 소개시키는 일을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너댓 시간을 즐겁게 보낸 일행을 대광리역에서 보내드리고 돌아서려니 나는 새삼 교우들의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향우들의 등산, 골프, 바둑등 여러 동호회가 있습니다. 토요일에 방문해 주신 천관 기우회(나의 고향은 천관산 자락이다). 여러 동호회중 인원이나 분위기가 우리집에 적절하다 싶어 우선 “야외 친선 바둑 대회”란 명칭으로 기우회팀을 초대한 것 입니다. 역시 대중교통을 권했으나 자가 차량을 이용하겠다는 그들에게 대강의 길을 설명해주었는데, 약속시간이 지났으나 아직 멀리 머물러 길이 멀다며 불평입니다. 가장 부담없는 향우들, 대부분 나의 후배들임에도 배려에는 많은 신경이 쓰입니다.

결국 약속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면서 일정이 쫒기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점심 때가 지났으니 촐촐한 배를 체우기에 급급한 그들을 보면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실감합니다.. 나는 우선 그들의 주린 배를 달래주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아니 차라리 혼이 빠졌다고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허우적데면서 어지간히 허기를 면하며 겨우 수습과 정리를 했습니다.

무질서 속, 몇 사람이서 바둑을 두긴 두었습니다만, 얼마 되지 않아 가야할 시간이라며 모두가 일어섭니다. 나는 황망으로 어찌할 바를 몰겠습니다. 일어선 그들을 붙잡아 겨우 마침례를 끝내고 보내려니 마음이 결코 편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떠났고, 어지러 놓은 자리의 너절함에 나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모두 잘 가겠지! 이제는 잊고 평소의 일상이 되자. 평상심을 되찾자. 한 주일 사이에 있었던 두 팀의 방문 내용입니다. 두 팀 모두 나의 지척에 있는 격의 없는 팀입니다. 그런데 상반된 분위기에 따른 기분은 차이가 큽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의 분위기를 만들었을까? 더욱이나 호스트인, 아니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나의 입장을 고려하면, 모두 이해하며 포용해야 함에도 나는 배려의 차이를 감내하기가 힘에 겨웠습니다. 글쎄, 초대에 응하면서 식단을 주문하더이다. 그것도 못 먹는이를 챙기기까지… 그것을 모두 맞추려니 나의 무리라니… 그런 그들은, 헤어진이후 지금까지 전화 한 마디 없고보니 좀 속상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비수익 사업이라지만, 생각 이외의 지출은 경비도 무리지요. 그러나 투자로 생각하며,투자는 미래의 희망이라지요. 위안으로 삼으려 합니다.

우리 교회의 싸이트에 내 이름과 함께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우리 집을 다녀간 집사님의 글이었습니다. 토요일 기분 만회겸 나의 영광된 자랑거리로 삼기에 길지만 전제 합니다.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동두천역에서 내려 국철로 바꿔타고 연천역에서 내렸습니다. 장년의 특권인 무임승차의 혜택을 만끽하면서 말입니다. 이날 차창에 비친 가을 들녘은 금년에도 풍년임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여 벼들이 황금 물결을 이루면서 출렁이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산야의 변화를 체감하며, 군부대들의 간판과 군용트럭들, 초소 근무중의 군인들이 시야를 채우는 최전방에 김융희집사님은 소담한 농장이랄까 별체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모든 소채들이 거의 자생되고 잇었으며,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진미의 음식들이 식탁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50년 이상 경동교회를 섬기면서 신앙고백으로 항상 기도한 사도신경중의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의 중요성을 별로 실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장년회원들이 이 자리에서 나눈 대화, 김집사의 초대의도는 코이오니아의 중요성을 각성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김집사님은 눈에 띄지 않게 친교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실천한 것입니다. 이날 모임도 그러한 실천이었습니다. 몸소 음식을 준비하고 역에서 집까지 자기차를 운전해서 오가는 길을 도와주고, 대화의 주제를 공동관심사로 리드하면서 뜻있는 시간을 갖게해 주었습니다. 바쁜중에도 함께 가서, 대화하고 먹고 마시며 기도했던 장년회원들의 참여도 좋았고 고마웠습니다. 이런 모임이 끝이 아닌 시작이기를 바람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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