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국악 이야기

- 발빠른 달팽이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음악 교과서 편집’이다. 교육 과정이 계속 바뀌어 오면서 지금의 교과서는 내가 배웠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국악’에 관련된 부분이다. 무엇보다 교과서 전체 중 ‘국악’의 비율이 확 높아졌다. 그래서 이 전보다 훨씬 다양한 곡을 공부한다. 하지만 국악에 대한 접근은 변한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진도 아리랑”을 공부하면 ‘진도 아리랑은 남도 민요로 세마치장단이다. 그리고 남도 민요는 주로 전라도 지방과 경상도 남서부 지방의 노래로 목으로 내는 소리, 평으로 내는 소리, 꺾는 소리가 특징으로 서도 민요에 비해 굵고 극적이다.’라는 백과사전식 정보를 배운다. 분석적으로 곡의 형식과 사조를 공부하는 서양음악학적인 접근을 하는 공부를 한다. 이렇게 공부하면 음악을 경험해 음악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정보를 외우는 것에 그치게 된다.

교과서를 통해 음악을 경험하는 것은 사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유일한 음악 공부일 수 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의 국악 공부는 거의 유일한 국악 경험이다. 피아노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받는 음악 교육이 유일하다. 이런 아이들이 우리의 전통음악을 단순하게 암기하면 국악에 대한 어떤 경험을 갖게 되는 걸까? 도시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이나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되는 무수히 많은 음악들 중에 국악은 얼마나 되는 걸까? 국악을 경험하는 것은 서양음악을 경험하는 것보다 어렵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경험하게 되는 국악 공부는 서양음악학적인 국악 공부이다. 어른이 되어서 자신이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을 때는 국악의 소리는 너무나 낯선 대상이 되어있다. 기억속의 국악은 장단이름과 구음밖에 없기 때문일 거다. 우리나라에서 대대로 이어져오는 소리에 대한 낯선 느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낯설기만 한 국악 경험을 이렇게 해보자.

땡큐, 마스터 킴(Intangible Asset No.82)
호주의 유명 재즈 드럼 연주자 사이먼(Simon Baker)은 우연히 김석출(무형문화제 82호) 선생의 음악을 듣고 완전히 매료되어 김석출 선생을 찾아가는 길을 그린 영화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생소한 무속 음악인 김석출의 음악과 여러 명인들을 만나며 우리나라 음악에 대해 ‘기’, ‘음양’, ‘졸박미’, ‘신명’ 등 여러 테마로 전개되며 우리나라 음악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외국인 연주자의 새로운 소리에 대한 순수한 음악적 열망을 풀어낸 드라마 이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우리에겐 너무나도 낯선 우리 소리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어색한 접근을 담아낸 교과서이다. 영화의 공동 후원 및 제작사가 NHK(이 영화는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판권의 소유는 NHK이다.)라는 크레딧을 보며 느껴지는 씁쓸함과 가슴을 누르는 묵직함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 다오름(Daorum)
<땡큐, 마스터 킴> 제작을 계기로 결성된 그룹으로 영화 속에서 길잡이 역할을 한 김동원 교수가 지은 이름이다. 국악의 가락과 재즈의 리듬이 만나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기타를 연주하는 ‘칼 듀허스트’와 피아노를 치는 ‘맷 맥마흔’ 트럼펫을 부는 ‘필 슬레이터’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드럼을 두드리는 ‘사이먼’ 등 호주의 재즈세션과 구음과 장구의 김동원, 판소리 명창 배일동 등 총 6명의 뮤지션들로 구성되어 있다.

Chrisan/쑥대머리
조선시대 중기에 등장한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가 들려주는 서사이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판소리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이다. ‘쑥대머리’는 춘향가 중 춘향이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해 처형 전날 밤 감옥에서 절망에 젖어 노래하는 대목

Meering(영화 “땡큐, 마스터 킴” 발췌)
영화에서 간략히 발췌한 인터뷰로 김석출은 인터뷰 중 자신의 음악인생을 이야기 한다.

전주 세계 소리 축제 (http://www.sorifestival.com/)
지난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전주에선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이라는 주제로 10번째 공연 축제가 있었다. 전통음악 판소리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세계음악과 함께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세계적인 명성의 예술가들의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소리 축제 이다. 벌써 10회, 십년이라는 역사가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홍보와 운영에 비해 알찬 기획과 수준 높은 공연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섭외는 전체적으로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관계자들의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운영으로 아는 사람들만 찾게 되는 숨겨져 있는 흙 속의 진주가 아니라 쇼 윈도우의 빛나는 진주가 되기를 바래본다.

응답 1개

  1. 탱탱볼말하길

    어머, 발빠른 달팽님! 세계소리축제에 갔었어요? @,@ 나도 갔었는데~~!!!(공연은 많이 못봤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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