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담담

이제 대충 오장육부까지 훑었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훑었다.^^ 동의보감의 목차를 보면 오장육부 다음에 포(胞)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는 동의보감이 시작을 정(精), 기(氣), 신(神)부터 시작해 혈(血)을 그 다음으로 다루고 있는 이치와 같다. 정기신이라는 기본적인 원리가 인체 내에서 혈을 통해 쓰임을 갖게 되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오장육부의 원리는 포를 통해 쓰임을 갖게 되는 것이다.

“포는 일명 적궁(赤宮)인데 단전 또는 명문이라고도 한다. 남자는 여기에 정을 저장하였다가 퍼뜨려 변화시키고, 부인은 포가 있어야 임신할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을 낳고 기르는 원천이다. 포는 오행에 속하지도 않고 수(水)도 아니고, 화(火)도 아니다. 이는 천지의 다른 이름으로서, 곤토(坤土)가 만물을 낳는 것을 본받았다.”-<동의보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는 홍상수 영화에 등장하는 소위 찌질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의 미래가 되려면 음양의 이치를 잘 깨달아야..

흔히 동의보감의 의서로의 가치를 폄하할 때, 동의보감이 단순히 각종 의서의 짜깁기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은 허준 본인이 직접 자신의 말로 저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널리 알려진 의서들을 인용해 짜깁기 해나간다. 하지만, 편집은 또 하나의 창작이자, 예술이다. 어떻게 논리를 배치하고, 구성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맥락의 스토리와 히스토리가 짜여진다. 그런 점에서 동의보감의 편집 역시 새로운 브리콜라쥬이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서로서의 가치를 지님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그 책의 목차를 이해하는 것은 각 세부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동의보감의 맨 마지막을 차지하는 것 역시 부인과 소아이다. 이를 두고 또 하나 동의보감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반여성주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의학에서 부인병을 다룬다고 했을 때 이는 임신가능한 연령대의 여성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은 어리거나 나이가 든 여성의 경우는 남성과 동일하게 병을 다루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동의보감에서 다른 일반 의서에 비해 부인, 즉 여성에 대한 질병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옛날부터 장정 열 명보다 부인 한 명 고치기가 어렵고, 부인 열 명보다 소아 하나가 고치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그만큼 여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남자보다 많고, 그렇기에 치료 역시 더 복잡함을 지적한 것이었다. 남자들의 경우 병은 주로 밖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과로를 했다거나 정을 많이 소모했다거나^^. 하지만 여자는 안으로 꼬여있고 더 복잡한 존재다. 이건 여성을 폄하하거나 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병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존재 자체에서 오는 차이를 지적하는 것이라 보는 편이 맞다.

비너스의 탄생. 여자들은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상이고, 음양으로도 안으로 병이 쌓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기혈의 순환이 중요하다!!

여자들은 무게중심이 아래에, 남자는 위에 있다. 외형적으로 보아도 여자는 어깨가 좁은 대신 엉덩이가 넓고, 남자는 엉덩이 대신 어깨가 넓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병에 있어서도 여성은 가라앉아서 문제이고, 남성은 방방 떠서 문제가 된다. 즉, 여성의 경우 병이 생겨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뭉쳐서 생기기 때문에 치료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성의 경우 주로 건조함과 관련되어 병이 생긴다면, 여성들은 습함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음양의 이치로 보아도, 음적인 여성은 음의 특성상 한 곳에 정체되기 쉽고 특히 냉한 부분에 이렇게 습이 정체되어 병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동양의학에서 군데군데 반여성적인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단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차별로 이어지는 메커니즘과는 분명히 다른 메커니즘이다. 그러한 차이에 우열을 배속하고, 그 속에서 위계를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들을 인정하고, 그 차이 속에서 대응이 달라야 함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차이를 획일화하고, 그 차이를 보지 않으려는 태도보다 훨씬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수많은 여성 동지들이 여성 질환으로 고생한다. 생리관련 질환은 기본이고, 수족냉증, 신장계 질환 등등. 어느 의사가 여자 나이 40이 넘으면 ‘불혹’이 아니라 ‘물혹’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를 했다고 하는데, 주위 여자들을 둘러봐도 거의 하나씩의 질병들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주위의 대부분 여성들이 여성질환들 하나씩 달고 산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우선 자기의 몸을 우선 먼저 알아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자기 월경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전에도 말했듯이 자기의 소변과 대변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월경의 양이나 색, 어혈, 혈괴가 나오는지, 월경을 전후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기는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에 있어 관찰이 먼저다!! 전혀 알려고 하지 않고 내 몸은 왜 이상한걸까, 나는 여기저기가 아파요라고 신세한탄만 늘어놓는 것은 본인에게도 아무 도움도 안된다. 그런 자세로 타인에게 배려를 강요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할 생각이 없는 것 그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그것을 고쳐야 한다는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 동의보감에서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자.

“월경은 음혈로, 음은 반드시 양을 쫓으므로 붉은색을 부여받았다. 혈은 기의 배필이 되어 기가 뜨거우면 혈도 뜨겁고, 기가 차가우면 혈도 차갑고, 기가 올라가면 혈도 올라가고, 기가 내려가면 혈도 내려가며, 기가 뭉치면 혈도 뭉치고, 기가 막히면 혈도 막히고, 기가 맑으면 혈도 맑고, 기가 탁하면 혈도 탁해진다. 종종 덩어리가 보이는 것은 기가 뭉친 것이다. 월경을 하려고 할 때 아픈 것은 기가 막힌 것이며, 월경을 한 후 아픈 것은 기혈이 모두 허한 것이다. 월경의 색이 연한 것도 허한 것인데 물이 섞인 것이다. 월경을 할 때 입이나 코로 피가 나오는 것은 기가 어지러운 것이며, 월경의 색이 자주색인 것은 기가 뜨거운 것이며, 검은 것은 열이 심한 것이다. .. 월경의 양이 적고 색이 연한 것은 혈이 허하기 때문이며, 월경의 양이 많은 것은 기가 허하기 때문이다.”-<동의보감>

월경의 색깔, 양, 주기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월경은 음혈이고, 혈은 기본적으로 기와 짝을 이룬다.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몸의 병은 혈이 마르거나 부족해서이다. 그렇기에 혈을 보하는 음식이 좋다. 하지만 또 하나 주의할 것이 기가 부족하면 혈이 아무리 많더라도 혈을 추동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 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혈을 보충하는 차원 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여주고, 기를 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손발이 차다고 하는 것 역시 이런 차원에서 혈을 보하는 차원의 문제일 수도, 기를 보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가 자궁이라 하는 포문은 포 안에서 시작한 충맥, 경맥이 시작하는 곳으로 달이 차면 기울 듯이 가득 차면 때에 따라 넘친다. 충맥과 임맥이 조화롭고 고른 기에 의해 30일만에 한 번씩 나타난 것이 달거리라고 하는 것이다. 남자는 계속 돌기 때문에 쌓이지 않아서 가득 차지 않으며 여자는 머물러 있기 때문에 쌓여서 가득 찬다. 월경은 14세에 시작해 49세에 마른다. 동의보감에서는 20세가 되어도 월경을 하지 않으면 목숨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고 했다. 그리고, 초경이 시작하는 14세보다 초경이 빠른 사람은 예민하고 늦는 사람은 둔하다고 했다. 요즘 초경이 빠른 이들이 많아 좀 더 예민한 이들이 많아진 것은 아닐까?

그럼, 월경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3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위가 약해 위에 열이 뭉쳐 몸이 마르고 기혈이 쇠하여 진액이 생기지 않아 경수가 끊어진 것이다. 둘째, 혈이 마른 것으로, 포에 열이 뭉쳐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경수가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 셋째, 마음을 너무 써서 심, 간, 폐에 열이 뭉쳐 월경이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칠정은 오장육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근심걱정과 생각이 많아서 생기는 병으로 이 때문에 심을 상하고, 혈이 없어지는 것이다. 갑자기 하혈하는 경우 역시 비위가 허하고 손상되거나, 높은 자리에 있다가 세력을 빼앗겼거나 부자였다가 가난해지거나, 지나치게 슬퍼하여 포락이 끊어져서 생긴다.

여성의 몸! 순환하지 않고 막혀있는 몸으로부터의 해방이 필요하다!!

그럼, 이럴 때 어떻게 하나? 사물탕이 여성 질환에 기본처방이다. 혈을 보하는 약으로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이 들어간다. 비슷하게 음으로 여성의 혈을 보하는 것이 사물탕이라면, 양으로 남성의 기를 보하는 것이 사군자탕이다. 인삼, 백복령, 백출, 감초가 들어가는 남자의 기본 처방이다. 이 사물탕과 사군자탕을 합친데다 황기, 육계를 더한 것이 우리가 자주 들었던 기혈과 음양 전체를 크게 보한다는 ‘십전대보탕’이다. 기와 혈이 부족할 때에 먹는 것이다. 뭐 그러나 사물탕 때문에 한의원에 찾아가기 귀찮아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온라인 상에서 당귀나 천궁, 작약 같은 것들 차로 끓여먹을 수 있도록 개별포장해서 팔고 있으니 사서 차로 끓여들 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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