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이래서 반대한다

- 윤여일(수유너머R)

1. 세계자본주의 주주총회

왜 20개국인가.
G20이랍시고 20개국이 모여 세계경제질서를 좌우할 권한은 누가 맡겼는가. G20은 국제법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 모인 나라들은 대표성을 갖지 않는다. G7에 경제규모와 지정학적 이유가 반영되어 G20이 꾸려졌을 뿐이다. 경제규모가 참가 여부와 발언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G20은 기업의 주주총회와 닮았다.

왜 20개국은 따로 모이는가.
세계의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주요 참여국은 현재의 위기를 양산한 장본인이다. 또한 개도국과 각 지역을 대표한다는 명목으로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남미 국가가 포함되었지만 모두 친미 국가들이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거들고 있는 나라들이 태반이다. 대신 신자유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저발전 국가들은 배제되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완전히 소외당했다. 아프리카는 소위 선진국의 통치프로그램에 내맡겨져 민족과 계급 갈등을 반복하며, 생태파괴로 인해 기근과 질병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오직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미국, 영국과 절친한 남아프리카공화국만이 참가권한을 얻었다. G20은 정당성만이 아니라 민주성도 없다. 회의내용과 진행절차는 비공개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지구적인 착취에 나섰지만 지구적 착취는 지역적 배제 위에서 성립되고 있다.

2. 세계경제질서를 악덕사채업자의 손에

서울 G20 서미트의 주요의제는 각국 간의 정책을 공조하고 기존의 국제금융기구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G20은 자본이동이 증가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이 발달했지만 그에 걸맞은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았고 각국 간 정책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최근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세계은행, WTO, 특히 IMF를 통해 향후 세계경제질서를 재구축하고자 한다.

그러나 IMF, 세계은행, WTO는 전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를 강제하고 위계관계를 만들어낸 주범이다. IMF와 세계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금융장벽을 허물었고, WTO는 무역장벽을 해체시켰다. 이러한 국제금융기구는 G20보다 노골적으로 패권적 성격을 띤다. 경제규모와 출자액에 따라 지분과 투표권이 부여되며, 이제껏 IMF 총재는 늘 유럽이, 세계은행 총재는 늘 미국이 맡아왔다. 이들 국제금융기구는 세계 경제위기를 일으킨 주범이지만, G20은 면죄부를 주고 금융규제의 개혁방안을 IMF에 맡기려 하고 있다. 권한을 쥔 IMF는 위기에 직면한 세계경제에 처방전을 내놓는다. 때로는 경기부양책을, 때로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축소를 거시경제운영의 지침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원칙은 하나다. 이익이라면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

3.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지금의 경제위기는 실물경제의 이윤율이 하락하자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금융적 축적을 거듭했지만 투기거품이 꺼지며 찾아온 것이다. 1990년대 말 동아시아에 경제위기가 발발하고, 2000년대 초 IT거품이 꺼지면서 금융 부문의 이윤율도 하락했다. 그러자 금융기관은 2002년부터 고수익성을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매력적인 투기장인 부동산시장에 주목한 것이다. 금용기관들은 주택담보부 증권처럼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여 주택시장의 거품을 부풀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발급된 주택담보부 증권을 뜻한다.

그러나 2007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먼저 문제가 불거졌고 복잡한 금용상품의 연계망을 통해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러나 IMF, G20은 고용 없는 성장, 노동의 희생 위에서 다시금 새로운 거품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투기의 활성화를 통한 일시적 회복은 동일한 문제를 반복할 뿐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재무부가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기금을 조성해 거덜난 금융기관을 구제하였다.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면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정부가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가 부채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미국정부는 재정위기의 가능성이 고조되자 공공지출 축소라는 명분으로 위기회생비용을 민중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인원을 축소하고 임금을 삭감하여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고 복지예산을 깎고 공공서비스 지출을 축소하였다.

이번 서울 G20에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문제, 금융자본의 권력문제, 전세계적 불평등과 사회적 위기의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G20은 지금의 경제패권을 원만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장이 될 것이다. 물론 G20에서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최빈국 지원, 양질의 고용 확대와 같은 의제가 나온 적은 있다. 그러나 번번이 말의 성찬에 그치고 말았다. 이러한 의제들은 G20에서 배제된 국가들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패막일 뿐 실효성 있는 논의는 진행된 적이 없다. 결국 커다란 비용을 마련해야 할 모든 의제는 재정 안정성에 비해 부차적인 목표일 따름이다.

4. 왜 ‘서울’ G20인가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의 쌍둥이 적자를 끌어안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산유국들이 상품과 원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에 투자하거나 미국국채를 사들이는 덕택에 미국의 위기는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그것을 달러환류라고 한다. 달러환류가 중단되면 미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지고 세계경제도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달러환류가 지속되면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세계경제구조도 지속된다.

현재 미국은 환율을 조정해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부채를 탕감하고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려 무역수지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환율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추가적 무역개방과 투자자유의 보장을 통해 국제수지를 조정하려 나서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달러환류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동아시아 국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G20을 통해 표방하는 ‘협력체제’의 본질은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지닌 중국, 일본, 한국을 끌어들여 ‘글로벌 불균형’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즉 이중적자를 만회하고 달러환류를 지속할 수 있는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왜 G20은 한국에서 성사되었는가. 한국은 대량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미국에게 복속되어 있다. 아울러 중국이나 인도에 비교하건대 미국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줄 개도국인 것이다.

5. 국격? 웃기지 마라. 인격이 걸린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 G20이 세계인의 축제나 되는 양 침튀기고 있다. 멋쩍고 쪽팔린 수사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최초로 신흥시장에서 열리는 만큼 ‘국가적 경사’이며, ‘세계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거듭날 기회란다. 소나타 100만대 수출과 맞먹는다며 통계학적 수사도 등장했다.

서울 G20의 메인포스터에는 청사초롱이 그려져 있다. 귀빈들 오시니 등불을 밝혀 기다려야 하나보다. 상전은 아랫것들에게 마당 쓸라고 난리다. 5월 19일 이 통과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이른바 ‘경호안전구역’에서 관할 경찰서장은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며 필요에 따라 군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추방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보행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노점을 철거하고 노숙자를 내쫓고 있다. 그것이 ‘국격’이란다.

작당들 하러온다는 데 앞마당을 내주고 나서 한다는 소리가 국격인가. 이건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달린 문제다. G20에서 배제된 나라의 사람들에게, 자본가 이외의 계급에게 수치를 느껴야 하지 않은가.

응답 3개

  1. 가문비 나무말하길

    네! 빨리 정신차리고 옷을 챙겨 입어야 할 것 같아요!

  2. soda말하길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알몸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요~ㅎ

    • 가문비 나무말하길

      네 빨리 옷을 입어야 겠어요…너무 창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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