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프농족 사람들

- 임종진

저물어 가는 하루 끝무렵 즈음 밭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한 가족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들은 어둑해지는 산등성이에서 스치게 된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다소 두려움을 가진 듯 했습니다. 몹시 경계심이 가득한 그들. 어설픈 웃음으로 경계의 눈빛을 풀어주려 했지만 잔뜩 긴장한 그들은 무뚝뚝한 얼굴로 그대로 스쳐지나갑니다.

그들의 삶터 안에서 덩그러니 놓인 나는 미안함에 얼굴마저 벌개집니다. 그리고 괜스레 그들의 뒷모습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뭅니다. 점점 멀어져 가는 걸음 사이로 그저 뒷모습을 바라만 볼 뿐입니다.

안도감에 다시 가벼워진 그들의 발걸음이 한결 상큼해 보였습니다.

겨우 마음을 놓습니다. 참 다행이다싶습니다.

전통적인 삶의 양식을 거의 그대로 지켜오고 있는 프농족 사람들.

캄보디아 안의 또다른 소외계층으로서 그들의 삶은 거세게 요동치는 바다 한복판 섬의 형상처럼,

때론 위태롭기만 합니다.

초대형 고무나무 농장을 지으려는 거대자본의 침식작용은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그들을 몰아가게 만들었습니다. 대대로 이어온 밭은 빼앗겼고 보잘 것 없는 일자리는 그나마 턱없이 모자라기만 합니다. 자신들의 언어를 지녔지만 함부로 쓸 수도 없고 그저 숨 죽이고 살아가는 형편입니다.

낯선 이방인의 갑작스런 출현이 살갑게 느껴지기 어려운,

그래서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 어느 날 저녁.

짙어가는 저녁하늘빛이 잔뜩 흐리기만 합니다.

2009. 4. 닥담. 몬둘끼리 주. 캄보디아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