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나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 속상한가?

- 김융희

어제는 입동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화창하고 맑았던 늦가을 날씨가 입동을 막 지내며 겨울의 문턱에 선뜻 다다른 것 같다. 아직도 해는 중천을 조금 기울었는데, 금방 눈이라도 내릴 듯, 회색빛 하늘은 불투명으로 어둡고 칙칙하며, 물기를 가득 머금은 찬 공기는 나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수확의 계절로, 거두어 갈무리를 해야 하는 지금의 농촌은 매우 바쁜 계절이다. 오늘도 꼭 해야할 바쁜 일이 있었음에도 무릅쓰고 읽찍부터 서둘러 상경하였으나, 어이없는 바람을 맞고 실망하여 돌아오는 귀가길이, 날씨마저 우중충하다보니 뒤틀린 심사에 어늬‘울고 싶어라’는 노랫가락이 떠오르는 착잡한 마음이다. 일상을 지내고 살면서 만나는 여러가지 버거운 일은 많다. 그런데 그 버거운 일이 대저 너무도 사소한 일이기에 선뜻 꺼내기조차 두려워 망설여지는 일이라니.. 나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 속상해 하는가?

나는 장남으로 태어나, 조상의 제사는 꼭 잊지 말며 잘 챙기라는 생전 아버님의 다짐과 당부를 온전히 실천 못해 늘 마음이 무겁다. 며칠 전, 음력 9월 16일은 어머님의 기일이었다. 지금까지 제일 정성을 드려 지내온 어머님의 제삿일 마저도 갈수록 부실해진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나는 지난 추석의 가족모임 자리에서 제삿날짜를 알리며 참석을 당부했었다. 그럼에도 자식들의 불참이요, 큰놈 집에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바쁘다보니 경황이 없었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겼던 것이다.

엊그제는 그에게 수확한 야채를 택배로 보냈었다. 그 택배를 받으면서야 며누리가 기일날에 참석을 못해 죄송하다는 새삼스러운 인사치례였다. 같은 인사래도 치루는 당시의 인사였으면 좋았으련만, 보낸 선물을 받고서야 지낸 다음에의 인사치례가 어쩐지 나를 속상하게 한다.

연구실에서 내는 달인 씨리즈로 이번에 발간된‘돈의 달인’.., 보다 많이 읽혔으면 참 좋겠다는 바램이다. 내 주위에 있는 읽어야할 이에게는 이 책을 보내주면서 나는 읽기를 권했다. 근래 졸업해 취업을 한 집안 애들에게도 몇 권을 보냈다. 그런데 그들중 어느 누구도 책을 받았다는 연락이 없다.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비교적 공부도 잘했다는 피붙이들인 것이다. 큰아버지요, 나이든 집안의 어른께라면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문안 인사로 한 번쯤의 전화는 할 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하물며 책까지 선물 받고서도 연락 한 마디 없는, 이런 일들이 나를 몹시 속상하게 한다.

거듭 반문하면서 되짚어 생각해 보지만 내 혼자서 삭히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들이, 나의 문제이면서 또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서로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이기에, 창피와 어색함을 무릅쓰고 “이런 것들이 지금 내 마음을 불편으로 속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감히 적어본 것들이다. 일상적이요 하찮은 일이면서도 그냥 넘기기에는 어쩐지 좀 부담스러운 작은 일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지내 오면서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수록 이런 사소한 일들을 잘 챙기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취미 클럽인 바둑 동호회를 초대하여 행사를 주선하며 겪었던 일로,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던 일이 있었다. 상품을 건 결승대국에 앞서, 오늘은 그 예선을 치루는 날이다. 그런데 일정을 알리는 광고가 실린 고향 소식지가 이번에는 늦게 보내져 어제서야 받아보게 되었고, 받고 보니 광고마저 누락되어 있었다. 어이없는 일로 내 입장이 몹시 난처하다싶어 부랴 회원들이 모이는 곳으로 달려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보이지 않고, 어떤 기척도 없다. 다음 주로 모임이 미루어진 것이다. 일정을 정하고 모임을 주선했던 나에게는 미룬 내력을 꼭 알려 주어야 했음에도, 여러 대책도 협의했어야 할 일이였음에도, 전혀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

광고의 누락이었기 망정이지, 비회원도 대국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광고의 내용을 보고 참가차 와서 오늘 나처럼 당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바둑도 못 둔 내가 상품까지 내놓으며 그들에게 베푼 일들이 어찌 이토록 도외시되며, 이같은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대부분이 내 고향 후배들인 동호회원들에 대한 처사를 아무리 쥐어 짜며 생각을 거듭해도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 울고 싶도록 속상한 오늘이었다. 나의 바램이 결코 내 배품과 정성에 대한 인정을 받고자함이 아니요, 당연히 거쳐야하는 일의 순서이며, 지켜져야하는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싶어서인 것이다.

나는 가까이 지낸 이들과는 할 수 있음 자주 관계하며 지내려 한다. 또한 그러지 않는 이들과도 가능한 가깝게 지낼 수 있음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상대가 이해하지 못해 당황해하는 경험의, 이들과도 관계의 계기를 만들며 지내고자 노력한다. 며칠전에는, 몇 명의 고향 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었다. 그렇게 가깝게 지낸 처지도 아니요, 그렇다고 특별히 함께 해야할 꺼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해도 무방하며, 더구나 않해서 탈날 일도 전혀 없는, 가벼운 마음의 식탁이었다. 내가 가만 있으면 전화도 없을 법한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그런 류에 가까운 이들인 것이다.

그 식사이후 우연히 전해 듣게된 말인즉, 고향 사람들의 내 이미지가 썩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이번 식사자리를 함께 했던 어느 누가 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전해주는 이의 고자질은 결코 아니었고, 사람들의 뜻을 잘 해아릴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를 잘 몰겠다는 그의 이야기중에 나온 자연스러운 얘기였다. 나 역시, 나와 식사를 나눈 이후 나에 대한 지금까지 자신의 느낌과 소회들을 말하면서 있었던 일로 그의 말을 이해했다. 물론 나도 동감이였고, 같은생각이 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모두 나를 좋와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더구나 남에게 호감을 사려고 밥을 사며 신경을 쓰면서 사는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아니었다. 나의 정채성을 지키며 살아볼려는 일로 참 많은 관심과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더불어 어떻게 하면 좋은 이미지를 풍기며 무난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도 역시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의 무능과 부덕의 소치로 인한 일들만은 도외시 하고 말이다.

아주 작은 일에 속상하며 칭얼대다 보니 엉뚱하게도 지극히 무거운 주제로의 변질이 되고 말았다. 작은 일에 성실한 내가 되기를 다짐하면서 그만, 오늘은 여기서 끝내야겠다.

응답 2개

  1. 김정미말하길

    위의 사진에 인자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보게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살아감에 매일 웃을수만 없이 참 속상하신 일들이 많습니다. 저도 글을 읽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또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어쩐지 앞일에 대해 위축이 되기도 하구요. 다들 제 잘난 맛에 산다지만 조금씩 더 소통하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작은 일에 속상한 일들이 적어질텐데, 저 또한 그러지 못하는것 같아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래도 인생 전체를 잘못 살았다 생각하지 마세요. 잘 살아오신것이 많고 고마워하는 이들이 더 많을테지요. 또 언젠가는 선생님의 따스한 마음과 늘 나누시려는 정을 그리워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을요…
    추운 날씨에 몸조심하시고 마음도 상하지 마세요.
    권해주신 [돈의 달인] 꼭 한번읽어 보겠습니다. 늘 좋은 책 권해주셔서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용답동-

    • 김융희말하길

      모두 여전히, 계속 모여, 열심히 읽고 말씀 나누고 있지요?
      바쁘다는 핑게로 오래도록 못뵈 늘 마음이 무거워요.
      계속 정진을, 그리고 돈의 달인을 계기로 우리 뵙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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