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 빈풍豳風에 나오는 「치효鴟鴞」라는 시는 주공周公이 간신들의 모함에 빠진 성왕成王에게 간언諫言하는 시라고 전해진다. 주공周公은 주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의 동생이다. 주공은 무왕을 도와 상商의 잔존세력을 누르고 새로운 나라의 기초를 닦았다. 무왕이 죽고 그의 아들 성왕成王이 왕위에 올랐다. 성왕은 나이가 너무 어려 주공이 업고 다니며 정치를 했다. 이것을 보고 무경武庚은 “주공이 섭정을 한다” “장차 주공이 성왕의 자리를 빼앗아 왕이 될 것이다”라고 모함을 한다. 성왕은 무경의 이 말을 듣고 주공을 의심한다. 헉! 믿었던 숙부가 내 목을 노리고 있었다고? 왕의 의심을 받자 주공은 왕실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동쪽 정벌을 나간 지 2년 만에 관숙管叔 채숙蔡叔 등과 결탁한 무경武庚의 반란을 진압하러 다시 돌아온 주공은 이 시를 지어 간신들의 손에 주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알렸다.
鴟鴞鴟鴞 올빼미야 올빼미야
치효치효
墍取我子 이미 내 새끼를 잡아먹었으니
기취아자
無毁我室 내 집은 허물지 마라
무훼아실
恩斯勤斯 사랑하고 애써 왔으니
은사근사
鬻子之閔斯 어린 애가 가엾단다
국자지민사
‘치효鴟鴞’는 휴류鵂鶹라고도 하는 악조惡鳥로서 딴 새 새끼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올빼미야 올빼미야 내 새끼 잡아먹었으니 내 집은 헐지 마라’ ··· 이 구절에서 ‘올빼미’는 관숙, 채숙과 같은 간신들을 말하며 ‘새끼’는 성왕을 ‘집(둥지)’은 주나라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 구절은 ‘왕을 위험에 빠뜨리는 간신들이여 나라까지 완전히 말아먹지 말아라’라는 뜻이 된다. ‘사랑하고 애써 왔으니 어린 애가 가엾단다’ ··· 어린 왕은 내가 업고 다니며 받들어 모셨는데 간신들의 모함에 둘러싸여 위험에 빠지고 말았으니 참으로 가엾고 안타깝구나!
迨天之未陰雨 장마비 오기 전에
태천지미음우
徹彼桑土 뽕나무 뿌리를 주워다가
철피상두
綢繆牖戶 창과 문을 칭칭 감았거늘
주무유호
今女下民 이제 너희 백성이
금여하민
或敢侮予 감히 나를 업신여기는가
혹감모여
이 시는 화자가 주공周公이다. 주공이 새끼를 빼앗기고 둥지마저 위험에 처한 새의 입장이 되어 노래하고 있는 시이다. 앞 절에서는 올빼미에게 새끼 빼앗긴 원통함을 탄식했다. 이 절에서는 ‘내가 그동안 둥지를 짓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가’에 대한 술회. 그런데 그 노고를 모르고 ‘나를 모함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음우陰雨’는 장마비이다. ‘상두桑土’는 뽕나무 뿌리를 말한다. ‘주綢’와 ‘무繆’는 이리저리 얽는다는 뜻이다. ‘유牖’는 창, ‘호戶’는 문을 말한다. 그러므로 ‘주무유호綢繆牖戶’는 창과 문을 얽어 새 둥지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비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고 와서 열심히 둥지를 만들었는데 어째서 백성들은 이런 내 공을 몰라주는가. 오히려 내가 새끼를 노린다고 모함하는가.
予手拮拒 내 손이 다 닳도록
여수길거
予所捋荼 갈대를 물어오고
여소랄도
予所蓄租 내 풀을 모으느라
여소축조
予口卒瘏 입이 병들었네
여구졸도
曰予未有室家 아직 살 집이 없어서였지
왈여미유실가
‘랄捋’은 ‘채취한다’의 뜻이다. ‘도荼’는 ‘갈대꽃’ 이것을 새의 둥지에 깐다. ‘조租’는 ‘조蒩’의 가차로서 띠풀을 말한다. 그러니까 ‘축조蓄蒩’는 새 둥지에 띠풀을 뜯어 까는 것이다. 새는 말한다 : 새끼를 잡아먹은 건 내가 아니라 올빼미이다. 올빼미는 새끼만 잡아먹은 게 아니고 새 둥지까지 뒤흔들어 허물려고 한다. 주공이 말한다 : 왕의 측근에서 간사한 말로 충신을 모함하는 간신들이다. 그들은 왕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나라까지 위태롭게 한다. 새와 주공이 함께 말한다 : 입이 병들면서까지 고생해서 내가 둥지를 지은 것은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였지. 아, 그런데··· 내가 업어서 기른 왕이 간신들의 모함으로 한순간 위험에 빠지다니! 아, 내가 뼈빠지게 고생해서 이룬 나라가 한순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다니!
予羽譙譙 내 날개 깃이 모지라지며
여우초초
予尾翛翛 내 꼬리가 닳도록 일했건만
여미소소
予室翹翹 내 둥지는 아직도 흔들흔들
여실교교
風雨所漂搖 비바람에 흔들리고
풍우소표요
予維音嘵嘵 두려움에 울부짖노라
여유음요요
‘초초譙譙’는 새 깃이 일하느라 모지라지는(닳아서 해지는) 것이다. ‘소소翛翛’는 새 꼬리가 일하느라 모지라지는 것이다. ‘교교翹翹’는 위태로운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이다. ‘요요嘵嘵’는 두려워서 소리치는 것이다. 둥지를 짓느라 날개 깃이 해지도록, 꼬리가 닳도록 일했건만 이제 비바람에 둥지가 흔들리니 나는 다급하게 울부짖노라. 이런 뜻이다. 어찌 울부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끼를 잃고 둥지마저 잃게 생겼으니. 어린 왕이 위험에 빠지고 나라의 기반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렇게 곤경에 처한 주공周公은 자신의 다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그야말로 ‘두려움에 울부짖는’ 새의 심정으로 이 시를 지어 성왕에게 바쳤으리라.
이 시를 두고 모시서毛詩序는 “치효는 주공이 난을 구원한 시이다. 성왕이 주공의 뜻을 모르므로 주공이 마챔내 시를 지어 왕에게 주고 이름을 ‘치효鴟鴞’라고 하였다 [鴟鴞 周公救亂也 成王 未知周公之志 公乃爲詩以遺王 名之曰鴟鴞焉].”라고 하였다. 이 시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서경書經』「금등金縢」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금金’은 쇠의 뜻, ‘등縢’은 끈으로 묶다, 봉하다는 뜻이다. 무왕이 병들어 위독하자 그의 아우 주공이 무왕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무왕 대신 자기를 죽게 해 달라고 비는 축문을 써서 궤짝에 넣고 쇠줄로 묶어 봉하여 놓았다. 뒤에 무왕의 아들 성왕이 이것을 열어보고 주공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풀렸다고 한다. 몸을 피하여 있을 때 주공은 이 시-「치효鴟鴞」를 성왕에게 지어 바침으로써 자신의 우국충정을 전했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정치적 사안에서도 이렇게 멋진 비유와 시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군요. 시경의 구절구절을 이렇게 꼼꼼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