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똥오줌 못 가리는 그대에게

- 담담

이번 편은 소변, 대변이다. 뭐 드럽게 똥오줌 이야기냐고? 그러나 똥오줌이 더러운가 아님 요즘 세상 돌아가는게 더 더러운가?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똥오줌 못가린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쥐20인지 소20인지는 대체 뭐길래 그 난리들을 부리는지, 국격, 국격 이야기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 안 보이게 집에다 숨겨 놓으면 그게 국격인지? 외려 개화기 지식인들이 서구인의 눈에 비칠 길거리의 똥오줌을 두려워 했던 것은 양반이다.

“내가 일찍 들으니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에 왔다 가면 반드시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조선은 산천이 비록 아름다우나 사람이 적어서 부강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도 사람과 짐승의 똥오줌이 길에 가득하니 이것이 더 두려운 일이다’라고 한다. 이것이 어찌 차마 들을 말인가? 우리나라는 관청에서부터 민가의 마당에 이르기까지 물이 번지고 도랑이 막혀서, 더러운 냄새가 사람을 핍박하여 코를 막아도 견디기 어려움의 탄식이 있으니, 실로 외국인의 조소를 받을 일이다.”-김옥균, <치도약론>

정말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응, 선수끼리 이러기야? 이렇게 막나가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응?

어떤가? 2010년 서울의 모습은 100년전 조선의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것이 지저분하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지저분한 것들을 가시적 영역에서 밀어버리고, 시선 밖의 영역으로 내몰기만 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근대 위생담론이 전통적인 양생담론을 넘어서는 순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몸에 해로운 것, 더러운 것, 창피한 것들을 저 멀리 숨겨버려라. 그리고 그들을 박멸하라. 그것이 개화기 지식인들이 가졌던 외부의 시선을 내면화한 부끄러운 주체들의 시선이었을 것이다.

내가 저걸 그냥 확! 아주 막나가는 세상이다. 똥오줌 못 가리는 것도 어느 정도껏이다! 응?

하지만, 여기에서 좀 더 생각해보자. 위에서 보았듯이 위생권력이 양생이라는 담론, 즉 내 몸을 살리는 양생 대신 내 몸을 외부로부터 지킨다는 위생 담론이 판을 치면서 세계관 역시 기존과는 크게 달라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똥오줌이 더럽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내 몸으로 낳은 황금빛 자식이 왜 더럽기만 하겠는가? 대소변은 자기 몸 안의 일부가 그 역할을 다하고 빠져나간 것 일뿐 그것은 쓰레기나 잉여가 아니다. 대소변이라 할 때 변(便)은 사람 인(亻)변에 바뀔 경(更)자를 서서 사람의 몸을 통해 바뀐 것이 크고 작은 바에 따라 대변, 소변이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배출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깥의 영양분을 혹은 에너지를 빼앗아 그걸 탈취하고, 나머지를 쓰레기로 배출한다는 생각! 모든 것들을 소비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소비하고 난 나머지 그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쓰레기를, 더 나아가서는 잉여들을 버린다는 생각 말이다. 이는 단지 몸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리라. 사회에서 잉여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숨겨지고 버려지는 이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거대한 자연이라는 순환 메커니즘 속에서 소위 ‘밀어내기 한 판’은 어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존엄 숭고한’ 행위라 말할 수 있을지도! 그렇기에 옛날에는 어린아이의 오줌 역시 약으로 쓰였던 것이다.

“동자뇨(어린 아이의 오줌)는 비위가 허하여 기혈이 약해진 사람은 반드시 자양시키고, 보하는 약에 알맞게 넣어 화를 내리는 약 대신 쓴다. 먹을 때 생강즙이나 감초가루를 조금 넣으면 더욱 좋다” –<동의보감>

오줌 마시는 생각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 지신다고? ㅎㅎ 하지만, 겁먹지는 마시라. 아무 오줌이나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 정미롭고 호흡이 깨끗한 아이의 오줌이 약으로 쓰이는 것이니.

똥오줌은 입을 거쳐 요도나 항문으로 나오기까지 그야말로 먼 시간의 항해(?)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위(胃)에서 음식이 소화되어 위 아래쪽에 있는 구멍에서 소장 위쪽의 구멍으로 들어가고, 소장 아래쪽 구멍에서 맑고 탁한 것을 거르고 가려내, 맑은 수액은 방광으로 들어가 오줌이 되고 탁한 찌꺼기는 대장으로 들어가 대변이 된다.” 즉, 오줌은 수음(水陰)의 정미로운 기가 비와 폐로 올라가고 그 수액은 방광으로 들어가 오줌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가 대장으로 들어가 대변이 되는 것이다. 이 때 입에서 항문까지 그것이 이동하는 거리가 자그마치 7~8미터라 하니, 가히 놀랍지 않은가? 시간으로 따져보아도 16시간 내지 27시간을 몸 속에서 머무른다. 그러니 이를 내 새끼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그렇기 때문에 소변과 대변의 색과 양을 관찰하는 것이 내 몸을 아는데 중요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오줌이 혼탁한 것은 모두 열에 속한다고 본다. 오줌이 누런 것은 아랫배에 열이 있기 때문이고, 적색은 거의 술에 의한 것이며, 백색은 하초의 원기가 허하고 냉한 것이다. 또한 하초에 혈이 없으면 오줌 누기가 껄끄럽고 자주 누며, 색이 누렇다. 오줌을 참지 못하면서 오줌이 붉은 것은 열이 있는 것이며, 흰 것은 기가 허한 것이다.

똥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도 다루었지만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똥은 황금색이 좋다. 음식물을 익히지 않은 채 생식과 채소를 먹으면 똥이 황금색이 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생식과 채소를 먹어야 한다. 쓸개즙이 충분히 분비되는 사람의 경우 변에 미처 사용되지 못한 쓸개즙이 남아 황금색을 띠게된다. 인스턴트음식 밀가루, 튀김 음식을 먹으면 간도 약해질뿐더러 담즙분비도 잘 안 된다. 동의보감에서도 장 속에 열이 있으면 누런 죽 같은 대변이, 설사한 것이 하야면 속이 찬 것이고, 퍼렇거나 누렇거나 벌겋거나 거먼 것은 다 열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 바로 물내리지 말고 일단 변기속의 똥색깔을 보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자신의 똥오줌을 보라는 것, 단순히 기분 더러운 일만은 아니다. 그것들을 통해 자신을 체크하는 것. 하다보면 끝내주게 좋은 것임을 알게들 되리라^^

그리고, 요즘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들 많을거다. 그런 분들이라면 ‘비켜! 변비’만 외친다고 능사가 아니다. 소위 변이라 할 때 그냥 똥덩어리라고, 고체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똥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수분이다. 그리고 그 수분이 그 정도를 넘어가면 설사가, 그리고 그 이하로 마르게 되면 변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변비는 대변이 장내에 장시간 체류해서 생긴다. 수분을 빼앗겨 건조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열이 넘쳐 진액이 말라있거나, 진액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 이는 과로나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화열이 쌓여 진액이 부족해 지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진액을 보충해 대장을 촉촉이 적셔주어야 한다. 우유나 참기름을 복용해 주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고구마, 김치 등 섬유질 있는 음식들을 먹어주는 것도 좋고.

똥으로 보는 자신의 건강법 하나 더! 소장과 대장에서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는 소화가 안 된 섬유질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무게가 가벼워 물에 뜨게 된다. 그러니 둥둥 뜨는 똥을 쌌다면 흐뭇해해도 된다. 그리고 찬 음식을 먹어 장에 한기가 들면 설사를 자주 한다. 음식물은 위장에서 어느 정도 연동상태를 거쳐 장으로 가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차가운 상태로 장에 도달하지는 않지만,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시는 주스와 음료는 장으로 바로 가기 때문에 꺼내서 마시면 곧바로 장이 차가워진다. 불필요한 냉기를 제거하기 위해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3~40분 정도 실온에 놓아둔 상태에서 마시는게 좋다. 그리고 똥을 싼 다음 화장지에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아야 건강한 변이다. 너무 더럽다고? 자신의 똥오줌만큼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없다. 똥오줌을 잘 관찰하자. 예부터 임금의 변을 매화라고 하여 매일 변을 관찰하며 임금의 상태를 확인하는게 일이었다.

쾌변에 성공한 이의 자랑찬 모습!!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 건강이란 다른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영양과잉의 시대 잘 싸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동의보감에 나오는 변비를 해결하는 재밌는 방법 하나 소개한다. 식사를 곧 앞두고 있다면 상상하지는 마시라!

“대변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여러 가지 방법을 섰으나 효과가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이 입에 참기름을 머금고 있다가, 작은 대나무 대롱을 환자의 항문에 꽂은 다음 항문 속으로 참기름을 뿜어넣는다. 그러면 환자는 그 기름이 마치 지렁이가 점점 올라오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데, 잠시 후 검은 대변이 나오고 낫는다. 민간에서 쓰는 처방으로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항문에 넣으면 대변이 나온다. 또는 생도라지를 참기름이나 간장에 담갔다가 항문에 넣어도 대변이 나온다.” –<동의보감>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응답 1개

  1. 연초록말하길

    담담님

    오랫만입니다.

    지난 주부터 제가 바로 이 글의 제목에 꼭 맞는 사람이 되어서

    고생하고 있어서 그런지 글이 확 들어오네요.

    복사해서 두고 자꾸 읽어보면서 몸을 ,아니 그보다 먼저

    생활을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담담님이 월요일 저녁에 시작했다는 문명론의 계략도

    낮시간의 일본어도 지금은 바라만 보고 있지만

    12월에 프랑스어 공부끝나면 수유너머에 가리가 마음 먹고 있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내년에는 웃으면서 얼굴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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