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라바 코리아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란

- 소모뚜

11월 5일.
미누형이 정든 한국에서 추방당한지 일 년이 되는 날.
1년이란 정말 금방 간 것 같아.내가 어디로 가든 만난 분들이 아직도 미누형이 잘 지내시나, 뭘 하고 계시나 등 등 형의 소식을 궁금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주민들도 자신들에게 노래로 힘을 줬고 미디어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 해줬던 미누형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처음에 형이 한국인이줄 알았는데 추방을 당했다고 하니까
“외국인 이였어?”
“미등록체류자였어?”
“그런데 그 불안전한 신분으로 당당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어떻게 있는 건가?”
라고 신기하면서 놀라워하면서 내게 물어본다.
그렇다.
우리는 무식하게도 용감했다.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에 좀 그렇지만 형이자 동지를 잃게 된 나는 이렇게 말 할 수밖에 없다. 형도 나도 우리 밴드 맴버들 다 무식 하게 용감했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 이주민들의 삶을 알리고자 전국 어디든지 꺼림 없이 다녀서 “스톱크랙다운!!” 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축제, 집회 모든 곳에 가서 이 세상 아무에게도 누군가를 탄압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15000명이 모인 거대한 무대부터 작은 앰프 하나 밖에 없는 아주 작은 무대 까지 시설이 상관없이 우리의 노래로 이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이곳 땅에 들어왔는데 손, 팔을 잃어 고국으로 들어간 이주민들,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살아 있는 몸으로 다시 고향으로 못 들어갔던 이주민들,
매일 과도한 일을 하면서도 그 대가를 못 받은 이주민들,
그렇게 우리는 나나 너나 누구나 살기 싫은 삶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알리면서 보다 더 나온 삶이 쟁취할 수 있게 음악으로 활동 했었다. 심지어 노대통령 앞, 문화부 장관 앞에서 박수를 얻으면서 까지.
하지만 그 불안한 신분으로 당당하게 활동했다는 말은 과도한 칭찬이다.
미등록 신분으로 늘 마음이 불안하면서 활동했으니까.
지하철 탈 때, 고속버스터미널 갈 때 늘 주변을 확인하고 다녔다. 강제 추방 단속이 심해도 그 곳을 피하는 것 보다 그 곳에 가서 노래를 했다. 촬영을 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다.
책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 하는 일이 책임이다.
우리는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 그런 삶을 가지기위해 스스로 책임을 느껴 활동을 하게 됐다. 사실 우리밴드 맴버들의 한국 생활은 다른 이주민들처럼 열악하지는 않았다.
모든 맴버들이 높은 월급을 받고 기술자로서 인정받고 당당하게 직장을 다녔다. 우리 중에 미누형은 한 달에 월급2,3백 받으면서 좋은 기술을 배우면서 안전한 삶,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상황인데 그것을 버리고 월80만원 활동비 받고 이주노동자의 방송에서 미디어 활동을 선택했다. 이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은 거대한 월급을 외면하고 활동을 하게 된 미누형의 선택을 이해 못하고 놀라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인데도 이래저래 하면서 안 하는 사람이 참 못 된 사람이다”는 말이 있다. 정말로 필요 하는 이주민들의 기복적 인권 보장을 위해 이주민으로서 오랫동안 생활 하고 그 상활을 잘 아는 미누형으로서 이 길을 선택해야만 하고 책임을 맡아야만 한다는 것을 아셨음 한다.
음악인으로서
미디어 활동가로서
다문화강사로서
좋은 친구로서
좋은 삼촌으로서
이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이주민으로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18년 동안 지냈던
미누형이
자신을 추방한 한국이 사랑을 못 받을까봐는
걱정을 하면서 먼 곳 네팔에서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 광고를 보면서 글 작성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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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함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응답 3개

  1. 연초록말하길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책임있다고 생각하는 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이른 아침부터 마음에 가득하게 들어오는 글

    잘 읽었습니다.

  2. 고추장말하길

    그러게요. 진정한 인터내셔널이 밴드 스탑크랙다운이 아닌가 싶어요. 미누씨 보고 싶다…

  3. beforesunset말하길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인데도 이래저래 하면서 안 하는 사람이 참 못 된 사람이다” 요즘들어,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소모뚜씨는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미누씨와 다시 무대에 서는 모습 꼭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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