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스님과 개

- 임종진

이른 아침.

탁발에 나선 스님들이 종종걸음으로 몸을 달굽니다.

여기저기 들러야 할 곳도 많고

이사람 저사람 챙겨야 할 이들도 많습니다.

걸음을 멈출 때 마다 정성과 신심을 담아 불경을 외어줍니다.

거리 곳곳에서 만난 이들.

그들의 가정에 평온과 행복이 깃들기를 스님들은 기원합니다.

따뜻한 밥과 맛 좋은 음식이 쌓여 점점,

스님들의 어깨는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몇 걸음만 더 채우면 오늘 아침 탁발수행도 끝을 보게 됩니다.

이젠 절로 돌아가면 고픈 배도 채울 터이고, 그러다 슬쩍.

주지스님 몰래 토막잠으로 나른한 꿈길 속 거닐 생각도 해 보고.

불경 외우랴 걸음 옮기랴 잠깐의 공상에 들락거리랴

스님들은 바쁘기만 한데,

아까부터 주린 배를 쓸어가며 따라오던 동네 개 한 마리는 애간장이 타 들어갑니다.

매정한 주인은 밥 한 술 채워줄 기미도 없고

고고한 스님들도 제 할 일 바쁘신 탓인지 눈길 한번 건네지도 않습니다.

낑낑 소리로 하소연도 몇 번 해보지만 누구 하나 살펴주지를 않습니다.

사람 팔자건 개 팔자건

숨 붙은 동물이라면 누구나 배를 채워야 힘이 솟기 마련이지요.

그래야 하루를 너끈히 보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이고 그것 참.

짖다 지친 개 한 마리, 이젠 입 찢어질 듯 하품까지 늘어놓습니다.

개 팔자가 상팔자 될 날은 오늘도 오지 않으려나 봅니다.

2007. 1. 캄보디아. 씨엠립

응답 1개

  1. 북극곰말하길

    ㅎㅎㅎㅎ 저런 개님의 하품이라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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