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골 때리는 세상, 스팀 도는 세상

- 담담

자, 이제 내경편이 끝나고, 외형편의 시작이다. 동의보감은 전체 5권으로 되어있다.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1,2, 탕액침구편. 그러니 이제 5분의 1 정도 끝낸 것이다. 그러나 뭐 전혀 새로운 것들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나온 정기신(精氣神)과 그 음양오행의 기본원리들이 어떻게 외형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동의보감 외형편의 처음은 두(頭), 머리로 시작한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머리는 왜 둥글까? 물론 사각턱을 가져 머리가 네모난 사람도 있고, 요즘 유행인 브이라인으로 치자면 오각형인 사람도 있다고 되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서도, 크게 보자면 둥글다. 그렇다면 머리는 왜 둥글까? 이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냐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궁금하지 않은가? 머리가 사각형일수도 있고, 별 모양일수도 있는데 하필 둥근 형태를 띄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뭐 별 모양의 머리를 가진 사람을 생각하면 우습기는 하지만 말이다. 후훗.

머리는 왜 둥근 걸까? 별 모양일 수도 있고, 네모일 수도 있는데, 왜 둥근걸까? 동의보감에서는 머리는 하늘을 닮아 둥근 것이라고 나와있다. 소위 천원지방(天圓地方)설

동의보감에는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받은 것이고 발이 모난 것은 땅을 본받아서라고 나와있다. 소위 천원지방(天圓地方)설이다. 뭐, 하늘이 어떻게 둥그냐, 하늘이란 것은 경계가 없고, 오히려 둥근 것은 땅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하늘을 보았을 때 둥근 것이고, 땅을 보았을 때 평평하다고 느꼈던 것이지, 실체적으로 하늘과 땅을 지구 바깥에서 보았을 때의 모양을 말한 것은 아니다. 혹은 하늘의 덕은 둥글고, 땅의 덕은 반듯하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여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몸은 단순히 자연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라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구도 속에서 해석된다는 것이다.

머리에 머리털은 왜 날까? 단순히 장식용? 아님 보온용? 머리털을 열을 발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자주 빗질을 해줘 열이 손쉽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의문점 하나! 왜 머리에는 머리털이 날까? 미적인 차원에서 장식용? 아님 머리가 추울까봐 보온용? SF 영화에서 외계인들 대다수가 머리에 털이 안 나있는 걸 보면서 머리에 털이 나는 게 꼭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털은 왜 나는 것일까? 그냥 어쩌다 보니 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털은 열을 식혀주기 위해서 있다. 열대에 초원의 비유를 들면 좀 더 이해가 쉽게 갈려나? 열대의 뜨거운 열을 식혀주기 위해 초원이 무성하게 자라난 것이다. 이는 털이 무성하게 자리잡은 곳을 보더라도 사타구니, 겨드랑이, 머리등 모두 열이 많이 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흔히 털이라면 열을 덮어주는 보온 기능을 하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체내에 생긴 열을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부위에 열을 식혀주기 위해 자주 빗질을 해주어 열이 손쉽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유인원의 털이 온 몸에 나있는 반면 인간의 털을 특히 머리에 집중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뇌의 발달과 연관이 있는데, 이렇게 뇌를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 열을 식히기 위해 머리카락만 발달하고 체모는 대부분 쇠퇴했다.

머리카락은 신이 담당한다. 신은 수(水)의 기운으로 색으로는 검은 색이다. 검은 콩이 머리카락이 잘 나는 데 좋은 것은 그 이유이다

머리카락은 주로 신(腎)이 담당한다. 보통 7-8세에 머리카락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35-40세가 되면 머리카락의 윤기가 없어지면서 생기는 것보다 빠지는 개수가 늘어나며, 42-48세 되면 흰머리가 많아지는데, 이는 신의 기운과 관련이 있다. 즉 선천의 본(本)인, 정(精)과 관련된 문제다. 그러니 빠진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아쉬워 할 판에 신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시는 것이 좋다. 검은 콩이나 검은 음식을 먹으면 머리카락이 많이 난다는 것 역시 신의 수의 기운이 색으로 보면 물의 색, 즉 검은 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두무냉통 복무열통(頭無冷痛 服無熱痛), 즉 머리는 차가우면 통증이 없고, 배는 따뜻하면 통증이 없다는 것!

요즘 두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뭐, 이렇게 복잡하고 스트레스 받는 세상에서 머리가 안 아픈게 외려 비정상적이게 느껴지는 세상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정두통, 편두통, 풍한두통, 습열두통, 궐역두통, 담궐두통, 기궐두통, 열궐두통, 습궐두통, 진두통, 취후두통 등 자세하게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종류의 두통이 있지만 이를 각각 설명하기는 복잡하고, 기본적으로 두통은 머리가 열 받아서 생긴다. 시쳇말로 스팀 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열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두무냉통 복무열통(頭無冷痛 服無熱痛), 즉 머리는 차가우면 통증이 없고, 배는 따뜻하면 통증이 없다는 것이다. 즉 지구상을 위를 북쪽, 아래를 남쪽이라 할 때 북쪽은 추워야 정상이고, 남쪽은 따뜻해야 정상인 법처럼 사람의 신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머리가 아플 때 찬 수건을 이마에 올려놓는 것 역시 같은 이치이다.

어지러움은 한의학에서는 현운(眩暈)이라 하는데, 현(眩)자가 눈 목(目)에 검을 현(玄)자를 써서 눈 앞이 캄캄해진다는 뜻이고, 운(暈)은 해(日)가 군대(軍)처럼 많이 있다는 뜻으로 아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눈 앞이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상황은 빈혈이 대표적이다. 빈혈 때문에 철퍼덕 쓰러져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르리라. 이 아찔함을. 이는 머리 안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혈액이 충만하고 잘 순환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기가 허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므로 기운을 보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방치하면 안된다. 몸이 발하는 경고음을 잘 듣는 것, 그것이 건강의 시작이다

이렇게 두통이나 현운을 그냥 방치하다 보면 더 심각한 병에 걸릴 수 있다. 누차 이야기하듯 몸의 반응은 이상이 있으니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이를 무시한채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움을 무시한다면 머리는 정상적인 기능과 구조를 유지하기 더더욱 힘들어지고 풍이 들게 된다. 기력이 약해지는 50대 이후에 중풍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것이 내부의 기운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골 때리는 세상, 스팀 도는 세상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산에라도 한 번들 다녀오시라!!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응답 3개

  1. whatthe말하길

    아무리 시인이고 소설가라도 그렇지 열을 식혀주려고 머리카락이 난다니요…

    뭘 초원에 비유를 해요….

    • 담담말하길

      저는 소설가나 시인까지는 못되구요..^^ 되고는 싶습니다.ㅎ

      한의학에서는 폐주피모(肺主皮毛)라고 해서 폐가 피부와 털을 주관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호흡을 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호흡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의학에서 자주 머리를 빗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도
      그래야 머리로 올라오는 열이 잘 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털이란 열의 보온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열의 발산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초원의 비유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구요..

  2. November말하길

    유익한 얘기와 재미난 사진, 이번에도 많이 웃고 즐겁게 잘 봤습니다. 정말 산에라도 다녀와야겠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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