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얼굴을 카메라의 프레임을 통해 지켜봅니다.
모든 사람마다 그 느낌이 각양각색 다릅니다.
진솔함에 웃음이 절로 나다가 어려운 현실에 연민도 슬쩍 끼어들다가,
아픈 사연에 슬픔이 배어나다가 허위와 가식에는 짜증이 벌컥 나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대부분 프레임 안에 어찌 놓아드릴까 이리저리 살피면서 상대방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감명을 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바라본 그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
리.영.희 선생님을 빼고는, 그랬습니다.
선생을 몇 차례 뵙고 사진을 찍게 되면서 형언키 어려운 감동이 있었음을 오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꽉 찬, 너무나 크고 깊어서 까짓 사진프레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느낌.
프레임 가득한 그 기운에 놀라 스스로 압도되어버렸던 기억.
어린 아이가 존경하는 어른을 만났을 때 갖는 어떤 경외감 같은 것이었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들어 버리는 그 존재감은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인 당신의 삶 때문에 부각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당신을 담은 이 사진 한 장을 무척 맘에 들어 하셨었습니다.
선물로 드리겠다는 생각을 맘에만 품고 있다가 결국 내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진즉 액자 하나 만들어 찾아뵈었어야했을 것을.
이제,
영원한 쉼의 길로 선생님을 떠나보내면서 부질없이 내 뒷길을 살펴봅니다.
리영희 선생님.
이제 그 길 위에서 평온 얻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