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바보회’ 이후 40년. 노동자들의 단결권은 진보했을까?

- 김영경(청년유니온 위원장)

뭐, 고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MB가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공주마마의 아버지가 대통령을 하고 전 재산 고작 29만원으로 놀랍도록 검소한 생활을 하는 대머리 아저씨가 대통령을 하던 그런 시절에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노동조합을 만드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자본의 강력한 반발, 그리고 국가정책적으로 이를 강력하게 탄압하고 나선 권위주의 정부에 있었다. 여하튼 그런 어려움을 뚫고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신성한 권리인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건설해왔다.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노동조합, 노동결사체에 대한 자본의 탄압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압력은 존재한다. 물론 6,70년대 엄혹하던(?) 시절과는 조금 다른 양태를 띄기는 한다.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공무원노조가 노동조합 설립을 반려당하고 있지만 조합설립의 합법적 근거를 얻게 되고 하는 그런 변화는 있을 것이다. 규모 있는 대규모 사업체들에 노동조합은 의례히 존재하는 것이 되어 버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찌 보면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바보회’라는 노동결사체가 만들어지고 인간으로서의 선언이 불길 속에서 외쳐지고 나서 수십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미 노동의 형태는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고 노동을 둘러싼 환경도 많이 변해버렸다. 그 와중에 기존의 노동권 보호(이것도 거의 최소한이었지만) 구조에서 배제된 집단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여성, 노인들과 같은 집단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의 집단들을 노동권에서 배제해온 것이 바로 최근의 자본주의의 방식이다. 비정규직 노동이라는 문제가 그렇고 청년실업자들의 노동권의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청년유니온’이나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같이 기존의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예 노동의 권리를 허가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로운 노동의 이동을 강조한 것이 또 최근의 자본주의 경향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역시 이들 이주노동자들 역시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에 있어 여러 가지 제약을 겪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최근의 이십여 년 동안 자본주의가 기존의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노동조합이라는 단결권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권력, 자본과 노동자들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순간 문득 질문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느 쪽이 더 힘들어진 것일까? 적어도 군사정부 하에서 저들은 ‘어용노조’라도 만들어서 노동조합 설립을 가로막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니까 노동조합의 설립자체를 불법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노동조합의 설립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좁혀서 생각하면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신고제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정부행정의 문제이지만 조금 넓혀서 생각해보면 변화된 사회와 노동의 의미를 질문하게 된다. 과연 노동자들의 단결권은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정말 진보해 온 것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정지한 것일까? 혹시나 우리가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착각하는 그 순간부터는 아니었을까.

응답 1개

  1.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기픈옹달, 기픈옹달. 기픈옹달 said: "그 와중에 기존의 노동권 보호(이것도 거의 최소한이었지만) 구조에서 배제된 집단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여성, 노인들과 같은 집단들일 것이다." http://bit.ly/eoa1Dd #수유너머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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