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창업 이야기 3. – 우백당의 근황은 ?

- 김융희

한적한 조락의 초겨울, 쓸쓸한 산촌의 한낮입니다. 맑은 햇살에 창공은 더욱 푸르러 밝고 투명한 쪽빛이요, 차가운 삭풍에 흩어진 낙엽들이 구르고 있습니다. 힘없이 메달린 떡갈잎의 간들거림에 놀랜 풍뎅인가 했더니, 잣나무숲의 산비들기가 창천을 날아 오름니다. 사르르 실눈을 뜨며 무료를 달래는 분이도 창공을 날으는 비들기를 힘없이 쳐다봅니다. 독수리 타법의 서툰 손길로 자판을 두드려 보지만, 정적에 잠긴 나의 의식이 도대체 요지부동으로, 고개를 넘고 있는 산비들기만을 바라보며 무료를 달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백당은 몇 차례의 방문객들을 맞아 잘 지냈습니다. 날씨가 차가와지면서 한가로워진 요즘, 여가의 경황으로 짚어보려니 그동안 친척과 형제들에게 너무 소원했다는 생각입니다. 이야기도 나눌겸 형제들에게 다녀갈 것을 상의해 보라 했더니, 정작 오겠다는 소식보다는 내가 요즘 나이가 들면서 외로운 것 같다는 그들의 오가는 염려의 말만 후문으로 전해 옵니다.‘제법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음으로, 비교적 외로움을 외면하며 지내고 있는 나에게, 그들을 챙기는 나의 배려마져 이처럼 왜곡한다 싶어 다소 씁쓸한 마음도 갖게 됩니다.

우백당을 열면서 지금까지 절실히 느끼는 일로, 요즈음 사람들 참으로 바쁘게 지낸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해가 가는 일로 바쁜, 그래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만, 아닌, 충분히 시간이 남아돌 듯 한데도 시간이 없다, 바쁘다는 타령도 많이 듣게 됩니다. 편리와 대용의 이기들이 나날이 쏟아지고 있는 문명앞에 마땅히 여유롭고 즐겁게 살아야 할 현대인들이 오히려 더욱 각박하게 바삐 살고 있음을 보면서 혼란스럽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너무 시간에 쪼들리며 바쁘다는 타령들에 요즘 나는 우백당의 모임 주선도 망설여지며 움츠려 듭니다. 솔직히 말해 주눅이 들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죽하여 스스로 오겠다는 모임에 내가 나서며, 사전에 이런 메일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장우회 모임에 초대하며.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 많은 모임과 마무리로 모두 바쁜 계절입니다.

빠듯한 일상사를 제치고, 저희 우백당을 찾아 주시는 회원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시듯 우백당이 있는 연천은 서울에서 60km가 넘는 휴전선의 인접지역으로, 교통이 불편할 뿐더러 특별히 눈맛이 드는 관광처도 없는 평범한 시골이요 농촌입니다.

외딴 오지의 누옥인 저희 우백당을 찾아주신다니 고마울 뿐입니다. 마음은 진즉부터 오시기를 청해 볼려 했습니다만, 처럼 불편뿐인 이곳을, 선뜻 청하기가 망서려지던 차, 이처럼 오시겠다는 결정에 감히 힘이 났습니다. 기왕에 어려운 결정을 하시어 오시는 길, 보다 뜻있는 모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여러분을 맞이한 저로써 몇 마디의 안내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보다 깊은 이해로 더욱 알찬 나들이가 되었으면 싶은 저의 노파심일 것입니다.

우선 이런 마음으로 이번 모임에 참석하시면 어떨까요? 지금까지의 장우회 모임이라기 보담, 그동안 우리들이 쌓아온 공력과 정성을 다하여 모처럼 함께하는 관광이나 여행이라는 생각으로(하루밤을 함께 지내게 됨으로) 마음을 정하심. 그러지 않고 바쁜 일상사만을 생각하면, 하루밤을 세우며 함께 시간을 채우기가 더욱 부담이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백당을 낯선 곳으로 남의 집이라는 생각을 갖기보담, 시골에 있는 자기 집 나들이로 여기십시오. 우리는 고향 시골집을 모처럼 가면서, 그 길이 멀어 불평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들뜬 마음으로 기대하면서 간 것처럼 생각을 바꾸면, 같은 발길이지만 한층 가벼우리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자기 집은 아무리 작은 누옥일 망정 포용이 되며, 또 눈에 거슬려도 이해하며, 또 손이 부족하면 얼른 뛰어드는 적극성을 보이게 되는 그 마음…

우리 집을 방문했던 분들중 일부는, 우백당이 대중을 상대하는 영업집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럴때면 나는 여간 난처한 입장으로 당황했던 경험입니다. 가끔 가까운 지인, 또는 한적한 시골을 찾는 분들께 문을 열어둔 곳이 저희 우백당입니다. 특별한 시설도 없는 산촌의 외딴 농가이기에 많은 불편도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전에는 전혀 없었던 일로, 하루 밤을 함께 지내는 행사이고 보면 분명. 참석에 많은 제약을 받을 것 같고, 또 참석하더라도 도중 개인적인 사정으로 먼저 떠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흔치 않는 특별한 일정이기에, 미리 특별한 배려와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뜬금없이 하루밤을 함께 지낸다 생각하면, 시간 내기가 상당히 망설여 지리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모처럼의 기회를 가능한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합시다.

그리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함께 하기가 정히 곤란하시면, 언제든 대중 교통을 이용해 불편없이 개인 형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교통의 서울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됩니다. 늘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 드렸습니다만, 만약 사정을 고려하여 자기 차를 이용하시려는 분께서도, 생각을 바꾸어 모처럼 기회에 자기차로부터 자유로워져 보시기 바람니다.
오지의 한촌이지만 결코 불편 없이 해드리겠습니다.

이번 모임이 행여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너무도 빈약하고 불리한 여건에서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즐겁고 편하게 해드려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러나 도시의 넓은 집에선 한 사람의 손님도 신경이 쓰인 버거움이 있지만,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시골집은 외부 손님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드릴 수 있다는 분위기를 믿습니다. 또 이웃들이나 주위 눈치 보지 않는 우리만의 공간입니다.

“이가 없음 입념이 대신한다”는 속담처럼, 없고 부족한 것을 탓하기 보담, 슬기로움으로 풀어감이 우리의 능력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이점을 해아려 주시고, 그리고 노래방 기계 정도는 있으니, 여러분들께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모두 참석하시어 우리함께 알뜰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되기를 간절히바랍니다.

이와같은 당부의 메일을 띄웠음에도, 장우회의 모임은 역시나로 끝났습니다. 예상 인원엔 못 미쳤으나 비교적 많은 인원의 참석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엔 한, 둘이서 가야할 구실을 둘러대더니 결국 충실히 시간을 지키겠다는
이들까지 모두 떠났습니다. 재미가 없어서라기 보담은, 집이 그리워졌나 봅니다. 또 일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계속 앉아 있기가 민망한듯 싶어보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이 없는데도 결코 자기차를 고집하였습니다. 이제 자기차는 완전히 분신입니다. 자기차는 밤중에라도 이용이 용이하여 밤중의 먼길도 불고 하여 이 밤과 같은 현상이 더욱 쉽게 나타난 것 같습니다.

너무 길어져 이만,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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