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얼굴을 보면 병이 보인다

- 담담

동양의학에서는 어떻게 병을 진단했을까? 사극에서 어의들이 왕비들을 진맥할 때 발을 내리고 멀리서 명주실로 손목을 연결해 임신 여부를 판명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에이, 저게 가능해?’ 라며 의문을 던진 이들 많았을 것이다. 초음파 검사도 아니고, 하다못해 임신 테스터기로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진맥으로? 그것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실로? 당연히 고대 중국에서는 지금의 현대 서양의학 같은 혈액검사의 데이터라든가 X-레이 사진 등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이고 객관화된 데이터가 있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도 환상은 아닐까? 아니 병을 그렇게 수치화하고, 객관화했을 때 우리가 쉬이 놓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천만에. 오히려 데이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래서 동양의학에서는 진단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를 관찰하고 진단해 정보를 얻는다. 보고, 듣고, 묻고, 만지고. 즉, ‘망望’ ‘문聞’ ‘문問’ ‘절切’의 네 가지 진단법이다. 우선 망진(望診)은 환자의 외관을 자세히 관찰해서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얼굴색, 얼굴의 점, 혀의 색, 설태 등을 관찰하는 것 외에도 분비물, 배설물 등을 보는 것이다. 문진(聞診)은 환자의 목소리, 호흡상태, 기침 등을 듣고 정보를 모으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때 듣는 것에는 냄새를 맡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구취, 체취 등을 맡아서 진단에 도움을 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문진(問診)은 의사가 환자에게 질문을 해서 정보를 얻는 것으로 물론 서양의학에서도 문진은 기본이지만, 동양의학에서는 몸을 하나의 전체로 파악해 온 몸의 상태에 대해서 듣는 방식이다. 절진(切診)은 신체에 닿는 진찰법으로 복진과 맥진이 있고 망진과 함께 가장 중요한 진단법으로 여겨진다. 이 네 가지 진단법 중 망진, 즉 보고서 병을 아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영추』에 환자를 보기만 하고 병을 알아내는 것을 신(神)이라 하고, 들어보기까지 하고 병을 알아내는 것을 성(聖)이라 하며, 물어보기까지 하고 병을 알아내는 것을 공(工)이라 하고, 맥을 짚어 보기까지 하고 병을 알아내는 것을 교(巧)라고 한다. .. 이 신성공교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보기만 하고 병을 안다는 것은 환자에게 나타나는 5가지 빛을 보고 무슨 병인지 알아낸다는 것이고, 들어보고 알아낸다는 것은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5가지로 구분하여 무슨 병인지 알아낸다는 것이며, 물어보고 알아낸다는 것은 5가지 맛 가운데 어느 것을 좋아하는가를 물어보고 병이 생긴 원인과 부위를 알아낸다는 것이다. 맥을 짚어보고 알아낸다는 것은 촌구맥을 짚어보아 허증인가 실증인가를 알아내는 동시에 병이 어느 장부에 생겼는가를 알아낸다는 것이다.” –<동의보감>

무릎무릎 무르팍!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보는 무릎팍 도사. 이를 그냥 때려맞힌다는 식으로 봐서는 안된다. 몸 안의 정보가 얼굴에 드러나는 것, 그것이 무릎팍 도사의 기본원리이다.

즉,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보는 무릎팍 도사와 같은 이가 의사의 최고의 단계로 신의(神醫)인 것이다. 이는 요즘 성형시술을 감쪽같이 해서 제2의 하느님이라 불리는 ‘의느님’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시골에 어느 용한 한의사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침을 놓더니 순식간에 병이 낳았다더라는 식의 전설 아닌 전설들을 듣곤 한다. 이는 그냥 과학적 진단 없이 감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몸 안의 기운이 얼굴이나 걸음걸이로 표출되고, 이를 보고 어떤 병에 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망진을 첫째로 삼는 것은 환자의 형색을 관찰하는 관형찰색만으로도 신체의 이상 여부를 상당부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얼굴은 지정학적으로도 높은 곳에 위치해 몸 전체의 기능을 외부로 환히 드러낸다. 따라서 머릿속이나 몸통 안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얼굴에 발현된 기운을 통해서 신체의 대체적인 상황에 대한 유추가 가능해진다.

자세한 사항은 눈,귀,코 등 각각 해당하는 주제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반적인 얼굴색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일전에 목,화,토,금,수 오행이 간,심,비,폐,신 오장에 해당하고, 분노, 기쁨, 생각, 슬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도 배속되고, 색깔 역시 청,적,황,백,흑으로 이어짐을 말한 적이 있다.

“간병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얼굴이 푸르고 성을 잘 내는 것이다. 심병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얼굴이 붉고 잘 웃는 것이다. 비병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얼굴이 누렇고 트림을 잘 하는 것이시다. 폐병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얼굴이 희고 재채기를 잘 하는 것이다. 신병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얼굴이 검고 두려워하며 하품을 잘 하는 것이다” –<동의보감>

간은 나무의 색, 청색에 해당한다. 봄철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이들을 청소년이라 한 것 역시 이 푸른 색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그리고 노여움이 지나치면 간을 상하고, 이것이 얼굴 색에 나타난다. 성질을 못 참아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나 아침에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중요한 양생법 중의 하나이니 얼굴에 푸른 기운이 있다면 화를 다스리는 법에 주의를 할 것. 심장은 불의 색, 붉은 색에 해당한다. 기쁘면 얼굴에 희희낙락, 홍조가 띠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과도하게 얼굴에 붉은 빛이 나타나는 것은 내부에 간직했던 기운을 소진해 심의 화가 치성한 것을 보여준다. 누차 강조하지만 물은 올라가고, 불은 내려가야 한다는 건강의 기본 원리인 수승화강(水昇火降)이다.

비는 흙의 색, 황색이다. 생각이 깊으면 얼굴이 누렇게 뜬다고 할 때 누런 색이 바로 이것이다. 이는 지나친 생각으로 비위 기능이 좋지 못하게 되었기 비의 색이 얼굴에 나타난 것이다. 폐는 금의 색, 백색이다. 근심 혹은 슬픔에 해당한다. 폐병환자들이 창백해서 낯빛이 흰 것이 이를 보여준다. 요즘은 하얀색의 피부가 미인의 조건이지만, 적당히 혈기 있는 발그레한 얼굴이어야지, 환자처럼 희여멀건한 얼굴은 좋지 않다. 신은 물의 색, 흑색이다. 두려움에 낯빛이 흑색이 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정을 너무 많이 소모하거나, 신장 계통이 안 좋은 경우 얼굴이 까매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이라면 특히나 신 계통의 병에 주의하자.

얼굴은 온 몸의 상태를 바로 보여준다. 자신의 얼굴을 함 잘 살펴보시라~~

그럼,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전체적으로 함 보시라. 뭐, 잘생겼다고? 그런거 보라는 게 아니라. 쩝. 일단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있을 것이다. 뭐냐고? 얼굴에는 구멍이 있다는 것. 구멍은 사람 몸에 아홉 군데가 있다. 그리고 얼굴에 일곱 개가 모여있다. 뭐, 그게 별거냐고? 생각해 보시라. 세상 모든 것에는 구멍이 있다. 무생물인 각종 건축물 역시 출입문 혹은 창문이라는 구멍이 있다. 이렇게 숨통이 있어야 건축물 역시 살아 숨 쉴 수 있다. 아이의 경우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오직 하나의 구멍, 탯줄로만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탯줄이란 구멍은 태어나면서 배꼽으로 바뀌며 폐쇄되고 대신 9개의 구멍이 생겨나는데, 이로서 생명활동이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구멍은 생명체의 핵심이다. 모든 생명체는 어떤 의미에서 벽을 가진 존재이다. 이 벽을 가짐으로서, 자기와 자기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자기와 타자를 구별하는 것이고, 나와 나 아닌 것들을 구분 짓는 경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벽의 닫힌 기능만 충실히 발휘해서는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소통과 순환은 일어날 수 없다. 그리고, 이 소통과 순환이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구멍이다. 인체의 아홉가지 구멍, 구규(九竅) 역시 내외부의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을 통해 생명활동을 온전하게 유지토록 해준다. 주로 얼굴 부분의 칠규(七竅)는 주로 외부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몸통 부분의 전후음은 대개 내부의 낡은 것을 내보내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통로를 통해 순환이 잘되고 안되느냐가 건강의 핵심인 것이다. 잘 먹고 잘 싸는 차원의 순환에서 시작해 어떻게 외부와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느냐가 이 구멍과 통함의 사유인 것이다.

노후된 건축물이 허물어질 때에는 대문이나 창문이 먼저 망가지듯이 인체 역시 노화가 진행되면 우선 구규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고, 웃을 때 눈물이 흐르고, 코에서 늘 걸쭉한 콧물이 흐르고, 귀에서 매미우는 소리가 나오고, 음식을 먹을 때는 침이 마르고 대신 잘 때에는 침을 흘리고,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찔끔거리며, 대변이 굳지 않고 설사를 해대는 것이 이러한 예이다.

장동건이 아니라 잔든건. 눈과 입은 옆으로 찢어져 있고, 코와 귀는 위아래로 찢어져 있는 이유는?

그럼, 여기서 질문! 왜 귀와 코는 가로로 찢어져, 눈과 입은 옆으로 찢어져 있고 있는 걸까? 바꿔 말하면 귀와 코는 뚫을 곤(丨)자의 모양을 취하고, 눈과 입은 한자의 한 일(一)자의 모양을 취하고 있다. 뭐, 아무 이유 없을 수도 있지만, 동양에서는 귀와 코는 하늘을 닮고, 눈과 입은 땅을 닮아서 그렇다고 해석한다. 귀와 코는 항상 열려 있는 반면, 눈과 입은 필요에 의해 열었다 닫을 수 있다. 즉, 귀와 코는 일부러 틀어막지 않는 한 듣기 싫은 소리와 맡기 싫은 냄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눈과 입은 보기 싫고 먹기 싫으면 다물면 된다. 이는 귀와 코가 하늘을 본떠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반면 눈과 입은 땅을 본뜬 까닭에 땅에서는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또 다른 질문 하나! 왜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손발은 쓰기 어려운데도 얼굴은 그다지 춥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만약 얼굴처럼 손발을 그냥 맨손, 맨발로 내놓는다면 동상에 걸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얼굴은 그럭저럭 추운 겨울 날씨를 견딘다. 이는 모든 혈맥이 얼굴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몸에서 기화된 진액은 모두 위로 올라가 얼굴을 덥히고 피부도 두텁게 하여 얼굴의 살이 튼튼해지므로 아주 뜨거운 기운이나 몹시 찬 기운도 얼굴의 기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얼굴색을 좋게 하는 법 소개 하면서 마무리. 일단, 얼굴을 자주 문질러 주시라. 손바닥을 뜨겁게 닭똥냄새 날 때까지 비벼서 얼굴 전체를 마사지 해주면 좋다.

“손바닥을 뜨겁게 비벼서 이마를 여러 번 문지르는데, 이것을 천정을 수양한다고 한다. 머리털이 난 경계선까지 14번이나 21번 문지르면 얼굴에 저절로 윤기가 난다. 이른바 ‘손은 늘 얼굴에 대고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동의보감>

손바닥을 뜨겁게 비벼서 얼굴을 자주 문질러 주시라~~

또, 동의보감에서 얼굴에 좋은 것들로 소개하는 것들 중에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는 소금 끓인 물, 꿀, 복분자, 진주, 밤 속껍질등이 있다. 소금 끓인 물은 얼굴의 다섯 가지 색의 종기를 치료하며, 따뜻하게 소금 끓인 물에 비단을 담갔다가 종기가 난 곳에 붙이고 하루에 대여섯 번 정도 두드려주면 저절로 낫는다고 한다. 최근 아토피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도 많은데, 천연 소금은 피부의 염증을 가라앉힌다. 꿀은 늘 먹으면 얼굴이 꽃 같아지고 오래 먹으면 좋다고 하고, 복분자 역시 얼굴색을 좋아지게 한다. 그리고 화장품으로 많이 바르는 진주는 기미와 반점을 없애고, 얼굴을 윤기 나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한다. 갈아서 가루 내어 젖에 개어 자주 발라주면 좋다. 그리고 주름 있는 이들에게 특효약 하나! 밤을 먹다보면 겉껍데기 말고 안을 싸고 있는 얇은 속껍질이 있는 것들을 보셨을 게다. 이것을 찧어서 가루 내어 꿀과 섞어 얼굴에 바르면 피부와 살을 팽팽하게 하여 노인 얼굴의 주름도 펼 수 있다고 한다. 주름 때문에 걱정인 이들은 밤 속껍질을 갈아서 꿀과 함께 발라 보시라.

뭐, 파운데이셔언? 아이쉐도우우? 어디서 건방지게 얼굴색을 화장품으로 가릴려고 구래? 그 시간에 얼굴 마사지를 더하란 말이야!!

파운데이션으로 기미와 주근깨를 감추고, 아이쉐도우와 립스틱으로 선명하게 얼굴색을 그려 넣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스모키 화장, 볼터치도 좋지만 건강하고 윤기있는 색들이 발현되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어떨지.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응답 1개

  1. 깊은밤말하길

    피부색은 창백하고 가슴팍은 까매져요 어떠카면좋을까요 근양콱죽어버릴까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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