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

- 담담

당신은 사람을 제일 처음 볼 때 어디부터 보시는가? 가슴? 엉덩이? 뭐, 성적 취향이나 개인적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눈을 본다고들 한다.^^ 뭐, 일반적이라는 것이지 다른 데를 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하여튼, 왜 그럼 눈을 본다고 할까? 눈은 마음의 창이라서?

옛말에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 했다. 그만큼 눈이 중요하다는 말일터. 하지만 이건 단지 눈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눈이 중요하다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는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눈의 건강으로 그 사람의 건강을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단지 동양의학에서 뿐만이 아니다. 서양의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히포크라테스 역시 눈을 고치기 위해서 눈만을 치료해서는 안 되며, 신체 전체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눈은 단지 ‘마음의 창’ 뿐만이 아니라, ‘몸의 창’이고 눈을 본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 전체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 만원에서 천원을 빼면 구천원! 이 오묘한 이치를 보여주는 사진^^

“오장과 육부의 정기는 모두 위로 올라가 눈에 모여 정(精)이 된다. 이 정이 모여 있는 오목한 곳이 바로 눈이다. 뼈의 정은 동공이 되고 근의 정은 눈동자의 검은자위가 되는데, 혈의 정이 그 오목한 곳을 얽어 싸주고, 기의 정은 눈동자의 흰자위가 되며, 기육의 정은 눈꺼풀이 된다.”-<동의보감>

오장육부의 정기가 위로 올라가 눈에 모여 정이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시력을 정명(精明), 즉 ‘정의 밝음’이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눈은 오장육부의 건강함을 고스란히 내보여준다. 따라서, 오장육부의 건강이 이상이 있으면 눈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밤을 샌 다음날 피로로 간이 무리를 하게되면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경험들이 있으실거다. 몸의 상태가 안 좋으면 눈이 뻑뻑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눈의 혹사’ 시대이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몸의 구멍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창구이다. 그리고,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 가운데 시각정보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7~80%를 차지한다. 기 드보르가 명명한 ‘스펙터클의 세계’라는 말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정보의 대다수가 시각적 정보로 말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매일같이 모니터와 텔레비전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쳐다봐야만 하는 현대인들! 이들이 눈이 안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화면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레 눈을 깜빡이는 횟수는 줄어든다.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하다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눈이 뻑뻑해지는 것을 느껴봤을 것이다. 이는 안구 보호와 냉각 역할을 하는 눈물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수분이 말라 안구가 그대로 노출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눈이 피로해지는 것이다.

눈 역시 오장에 해당하는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폐,간,비,심,신에 해당하는 기륜, 풍륜, 육륜, 혈륜, 수륜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직접 찾아보시라.

자, 이제 자신의 눈을 자세히 보시라. 눈이라고 해서 하나가 아니라 앞의 인용문에서 보이듯이 눈 역시 다섯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흰자위는 폐에 속하고, 기(氣)의 정(精)이 모이는 곳이어서 기륜이라고 한다. 검은자위는 간에 속하고, 근(筋)의 정(精)이 모이는 곳이어서 풍륜이라고 한다. 위아래 눈꺼풀은 비에 속하고, 육(肉)의 정(精)이 모이는 곳이어서 육륜이라고 한다. 안쪽과 바깥쪽의 눈초리는 심에 속하고, 혈(血)의 정(精)이 모이는 곳이어서 혈륜이라고 한다. 동공은 신에 속하고, 골(骨)의 정(精)이 모이는 곳이어서 수륜이라고 한다.”-<동의보감>

즉, 안쪽과 바깥쪽의 붉은 눈초리는 심에 속하고, 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흰자위는 폐에 속하며, 둥글고 큰 검은자위는 간에 속하고, 위아래 눈꺼풀은 비에 속하며, 눈알 가운데 하나의 점이 붙어 있는 듯이 보이는 검은 동공은 신에 해당한다. 각 부분에 이상이 있으면 어떤 장부에 이상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눈에 해당하는 장부가 간이다.

“간의 구멍은 눈이다. 동쪽의 기와 푸른 기는 간으로 들어가 눈에 구멍을 열고 그 정을 간에 갈무리한다. 사람이 누워 잠을 자면 혈은 간으로 돌아가는데 눈은 간이 피를 받아들여야 볼 수 있다. .. 간이 허하면 눈이 어두워 볼 수 없다. 눈이 어두운 것은 간의 기가 다스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은 간의 상태가 밖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동의보감>

그래서, 눈이 큰 사람은 간기가 허하다고 본다. 눈이 크면 일단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명리학에서도 눈이 큰 사람이 도화살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안구돌출이나 갑상선기능 항진증처럼 눈이 튀어 나온 것 역시 이 간화가 상충해서 나온 것이다. 자꾸 화려한 것을 쫓고, 이러한 화기를 잡아주지 못하고 뿌리 없이 타올라 눈은 더 휘둥그레 외부를 향하고, 계속 무리하게 간의 기운을 사용한다. 그래서 관상학적으로도 좋은 눈은 초생달처럼 가늘고 긴 눈으로 본다.

만화 속 인물들처럼 이렇게 눈이 큰 사람은 간기를 많이 소모하는 이들이다. 관상학적으로 좋은 눈은 초생달 같은 눈

요즘처럼 눈을 자주 쓰는 시대에는 피가 바싹바싹 마른다. 간이 피를 저장하는 기관이듯이, 눈에 있던 피가 잠을 잘 때는 간으로 돌아가서 간에 저장되어야 하는데, 밤에도 두 눈 부릅뜨고 모니터를 지켜보는 이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피가 계속 마르게 된다. 그럼, 눈은 왜 나빠지는가? 동양에서는 눈병의 원인은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다섯 가지 매운 것을 날로 먹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머리를 다쳐 피를 많이 흘리거나, 시력이 미치지 않는 먼 곳을 애써 보거나 밤에 작은 글씨로 된 책을 읽거나, 연기 나는 곳에 오래 머물거나 바둑이나 장기를 쉬지 않고 두거나, 밤에 책을 읽거나 술을 계속 마시거나, 뜨거운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을 먹거나, 여러 해 동안 글을 계속 베껴 쓰거나, 세밀하게 조각하는 일을 하거나,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거나, 성생활이 지나치거나, 해와 달을 자주 보거나, 달빛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밤에 별과 달을 살피거나, 시력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애써 산천이나 풀과 나무를 자세하게 살피는 것은 모두 시력을 잃는 이유가 된다. 또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사냥을 하거나 바람과 서리를 무릅쓰고 다니거나 바람을 맞으며 동물을 쫏거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 것은 모두 눈을 상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동의보감>

뭐, 너무 많다고? 크게 보자면 폐나 심의 불기운이 치성해서 오르는 것이나 간에 저장해야 할 피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눈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요즘 유행하는 라식이나 라섹 수술? 시력을 좋게 한답시고 각막을 깎아내고 하는 것들이나 컨텍트렌즈 끼는 것들이 눈에 안 좋은 이유는 두 말하면 잔 소리일터. 나이가 들면 자기 주변의 것들만, 즉 가까운 곳들만 봐서는 안 되고, 자연스레 먼 곳을 봐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들은 안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각막을 깎고, 컨텍트 렌즈를 껴서 눈에 직접적으로 무리를 주게 되면 눈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몸이 망가지게 된다.

따라서 눈을 보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책 읽는 것을 줄이는 것이 첫째요, 생각을 적게 하는 것이 둘째이다. 오로지 내시(內視)하는 것이 셋째요, 외부의 사물을 볼 때는 자세히 보지 말고 지나치듯 보는 것이 넷째이다. 늦게 일어나는 것이 다섯째요, 일찍 자는 것이 여섯째이다.” 또한 눈병에는 음주와 성교, 감정이 격해지는 것(酒色七情)을 반드시 삼가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눈병에는 닭고기, 생선, 술, 밀가루, 찹쌀, 짜거나 신 음식, 뜨거운 것, 기름진 것과 독이 있는 모든 것들을 조심하여야 한다. 매일 좋은 돼지고기를 양념하지 않고 푹 삶아 밥을 말아 먹거나 산약, 무, 채소, 과일 등은 모두 먹어도 좋다.

또 좋은 것으로 소금이 있다. 물에 넣고 끓여서 따뜻할 때 눈을 씻으면 눈이 어두운 것과 충혈된 것이 없어진다. 이것은 소금이 뭉친 피를 잘 흩뜨리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 소금 끓인 물로 양치한 다음 뱉은 물로 눈을 씻으면 눈을 밝게 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는데 아주 좋다. 너무 지저분하다 생각하지 마시라. 소금으로 입을 헹궈주고 그 헹군 물을 뱉어 눈을 씻어준다. 소금으로 씻기가 귀찮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치약으로 닦기 전에 입을 헹군 후 그걸 손바닥에 받아서 눈을 씻어주시라. 꾸준히 하다보면 천리안이 되실지도..

결명자나 국화를 차로 마셔도 좋고, 눈에 해당하는 장부가 간이기 때문에 각 동물들의 간 역시 눈에 좋다. 사람 오줌도 좋은데, 동의보감에서는 평생 동안 눈이 충혈되는 병이 있어서 소변을 쓰는 묻혀 눈을 크게 뜨고 소변을 보다 한 손가락에 소변을 묻혀 눈에 바르기를 서너번 하고 소변을 다 보고 나서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바로 효과가 있다.

눈이 피로하면 자주 눈을 감아주고, 손바닥을 뜨겁게 비벼 눈을 문질러 주는 것이 좋다. 사진 속 인물은 전혀 본 글의 의도와는 상관 없습니다. ㅡㅡ;

시력을 기르려면 자주 눈을 감고 있어주는 것이 좋다. 눈알을 자주 굴려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동의보감에 나와있는 눈을 좋게 하는 비법을 소개하자면 “손바닥을 뜨겁게 비벼 양쪽 눈 위를 다림질하듯 문지르는데, 14번씩 두루 비벼준다. 양 손가락으로 양쪽 눈썹의 바깥쪽에 있는 광대뼈 위를 문지르고 손으로 귀를 40번 이상 잡아당긴다. 문질러서 약간의 열이 나면 손으로 이마를 27번 쓸어 올리고, 눈썹 사이의 미간을 따라 머리카락이 난 곳까지 쓸어 올리면서 입으로는 수없이 침을 삼킨다.”

자, 이제 모니터를 보느라 수고한 눈을 쉬게 하는 의미에서 잠깐동안만이라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주자. 천냥 중에 구백냥이나 되는 재산을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담담

–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응답 1개

  1. 울새이말하길

    전 왕눈이(큰 눈 치고도 많이 큼)인데다가 신약에 木이 3개나 되는 사주. 게다가 목이 관성이라 이래저래 간화 상충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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