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아름다운 구로청소년센터의 청출어람

- 성태숙(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옛말에 말이 씨가 된다더니 맨 날 청소년전용 지역아동센터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더니 드디어 개소식을 하게 되었다. 센터를 하나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는 늘 상상을 초월하기 마련이다.

그런 상상을 능가하는 실제를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가게로부터 나왔다. 아름다운 가게가 개봉동에 문을 연 것이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3년 동안 열심히 가게를 운영한 수익금이 상당한 금액에 이르게 되었는데, 늘 공익사업을 후원하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그 수익금을 구로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 기부하고 싶다고 뜻을 밝혀온 것이다. 협의회에서는 그 기부금의 사용처를 두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였다. 지역아동센터지원센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안도 있었고, 또 어려운 개별 시설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구로구에는 청소년을 위한 인프라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고 또 이후 계속해서 아름다운 가게의 후원사업의 새로운 모형을 창출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결국은 청소년전용 지역아동센터를 만드는 것으로 결론을 맺게 되었다.

가능하면 앞으로 구로구 관내를 최소 동서남북 4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마다 하나씩 청소년 센터가 만들어지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첫 시작은 구로동 일대로 하기로 했다.구로동과 가리봉동이 인접해 있는 이곳은 영서, 영림, 구로중학교와 구로고등학교가 인접해 있어 청소년의 수가 적지 않은 곳이다. 특히 인근의 구로2동은 주거비가 저렴해서 그런지 구로구 관내 한부모 가정의 1/3이 거주하고 있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구로구의 유일한 구로청소년수련관도 인근에 위치해 있고 지역아동센터도 다른 곳보다 밀집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돌봄 시설이 넉넉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거리를 떠도는 많은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또 이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센터를 만들기 직전에 들려온 인근 중학교 아이들의 어려움이 청소년센터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에 활활 불을 붙인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 센터를 만들자고 보자니 적당한 공간을 구하고 공사를 하고 실무자로 일할 선생님들을 모시고 집기류를 들이는 것까지 일일이 손으로 발로 뛰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럴 때 말로는 모두들 그 모든 고생을 기쁨으로 이겨냈다고 하지만 솔직히 왜 이걸 하자고 했을까 힘들어 푸념을 한 적도 적지 않다. 그리고 조금씩 훌륭한 모습을 갖추어가는 센터를 보며 ‘아, 우리 파랑새는 어쩌면 좋을까?’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센터들이 이렇게 만들어지니 파랑새가 서울시에서 가장 열악하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구나 하고 괜한 낙담에도 빠져든다.

청소년센터가 만들어진 모습을 보고 모두들 걱정이 많다. 왜냐면 아이들이 사용할 공간이 작게 분리되어 있지 않고 큰 공간 하나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이 일하게 될 실무 선생님들도 그 점을 염려하시고 모두들 그 모습에 한 마디씩 하는 것을 보면 또 무언가 꿈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청소년센터는 일종의 학당이나 작업장이 되어주기를 꿈꾸어 본다. 아이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 용구들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언가도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해보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 세상을 경험하기 직전의 자궁처럼 지혜와 용기의 자양분을 기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스스로를 수련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무언가의 청출어람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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