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미의 시경읽기

소민小旻

- 정경미

새해를 맞이하는 나의 자세 : “깊은 못에 임한 듯 살얼음을 밟는 듯 如臨深淵 如履薄氷”!! 시경 소아 편에 나오는 「소민小旻」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깊은 연못을 건널 땐 다리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 얇은 얼음을 밟을 땐 얼음이 꺼져서 물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 매사에 이렇게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태도를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고 한다. 새해에 나는 전전긍긍하며 살겠다!

不敢暴虎 不敢馮河 맨손으로 호랑이 못 잡고 맨몸로 강 못 건너
人知其一 莫知其他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나머지를 알지 못 하네
戰戰兢兢 如臨深淵 두려워하여 조심하기를 깊은 못에 임한 듯
如履薄氷 살얼음을 밟는 듯 해야 하네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민小旻」중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나의 자세 : “깊은 못에 임한 듯 살얼음을 밟는 듯 如臨深淵 如履薄氷”!! 시경 소아 편에 나오는 「소민小旻」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깊은 연못을 건널 땐 다리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 얇은 얼음을 밟을 땐 얼음이 꺼져서 물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 매사에 이렇듯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태도를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고 한다. 새해에 나는 전전긍긍하며 살겠다!

뭐라고? 그건 새해 각오로는 좀, 너무, 패기가 없고, 소극적인 거 아닌가? 몸사리는 거 아닌가? 사람들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시경 소아 편에 나오는 「소민小旻」에서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으려 하지 말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려 하지 말고 전전긍긍하며 살아라고 한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것을 ‘폭暴’이라 한다. 맨몸으로 강을 건너는 것을 ‘빙馮’이라고 한다. ‘폭’과 ‘빙’은 언뜻 보면 용감해 보이지만 제멋대로 하는 힘자랑에 불과하다. 아니, 그물을 쓰지 왜 위험하게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가. 배 타고 건너면 되지 왜 맨몸으로 강을 건너는가. 그건, 하나는 알아도 둘은 모르는 태도이다. 호랑이 잡는 일을 왜 그물과 함께 하지 않는가. 강 건너는 일을 왜 배와 함께 하지 않는가. 즉, ‘폭’과 ‘빙’은 자기만 알고 남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이다. 매사를 이렇게 혼자, 힘자랑하듯이 하는 태도는 그 일을 위험으로 만든다. 성공하기 힘들고, 비록 성공한다고 해도 그건 요행에 불과하다. 논어 술이 편에서 공자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면서 죽어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하는 자와 나는 일을 함께 하지 않겠다. 일을 대할 땐 두려워하며, 막상 일을 맡으면 열심히 의논하여 반드시 성공하는 자와 나는 함께 할 것이다.”[子曰 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 (論語, 述而 11)

우리는 흔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는 사람을 ‘멋있다’고 하고, ‘용감하다’고 한다. 하지만 공자는 그런 놈 믿을 거 못 된다고 한다. 제 목숨 하나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가 무슨 일엔들 온전히 마음을 다하겠는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준비해 나가지 않고, 생각 없이 가만히 있다가 일이 눈앞에 닥쳐서야 무슨 봉변을 당하듯이 급하게 몸으로 떼우는 자와 무슨 일을 함께 의논하겠는가. 공자가 생각하는 ‘진짜 사나이’는 일을 대할 땐 두려워하고, 막상 일을 맡았을 땐 부지런히 묻고 마음을 다해서 그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신중하고,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을 뜻한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자. 그게 폭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폭’과 ‘빙’ 때문에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이렇게 책임 못 질 말들만 하는 자들, 호언장담만 하는 자들과 나랏일을 의논하는 것은 마치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 집을 짓는[如彼築室于道謀 是用不潰于成]” 것과 같이 어리석다. 옛사람들이 전하는 지혜가 있는데 듣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이치-순리가 있는데 따르지 않고, 자신의 위용만 과시하다 나라를 망치지 말고 후손들이여 깊은 못에 임한 듯 살얼음을 밟는 듯 매사에 전전긍긍하며 신중하게 살아라고 「소민小旻」은 말한다.

새해가 되었다. 작년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이 아프기만 했는데 올해는 운이 좀 트이려는지 새해 첫날부터 돈이 좀 생겼다. 햐…나는 감동하다가 금세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소인이 보물을 지니면 망한다고 하는데. 자기 그릇에 넘치는 복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돈이 나에게 어떤 고생문을 열어줄까 싶어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뭐… 행운이 고생길의 입구라면, 그 고생길의 끝에는 또다른 행운이 기다리고 있겠지…

응답 2개

  1. 박카스말하길

    새해 계획들을 더욱 촘촘히 짜야겠다는 생각이 번쩍드는군요!

  2. 어진맘말하길

    역주행해서 다 읽었는데 시경이 이렇게 재밌있었군요…선생님의 쉽고도 재치넘치는 해설 때문인것 같아요…잘 계시지요? 작년에 얼굴살이 넘많이 빠져서 (구로에서 기를 따 뺏기셔서) 맘이 안좋았는데. 올해는 몸도 맘도 더욱 건강해지시고 좋은인연도 많이 만드셔요…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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