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신년잡설新年雜說

- 담담

신묘(辛卯)년 새해가 밝았다. 뭐, 엄밀하게 따지자면 신묘년 새해는 음력 설, 구정부터 시작이지만 말이다. 새해 들면 다들 하는게 하나씩 있다. 새해 결심! 금연, 운동, 다이어트 등등. 하지만 며칠 못가 지레 포기하고 만다. “에이, 뭐 그냥 이대로 살지 뭐. 난 원래 그래” “뭐, 그냥 편하게 살자. 그거 한다고 뭐 얼마나 좋아지겠어” 급기야는 아큐식의 정신승리법으로 마무리 짓는다. “구정이 되야 진짜 새해니까 구정부터”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다들 새해 결심들은 하셨는지?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바꾸는게 힘이 들까? 모든 물체에게는 관성이 있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다들 배워서 아시겠지만, 관성의 법칙을 깨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관성대로 물체는 움직이게 되어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습관이라는 관성이 있다. 이러한 습을 거슬러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려면 지금까지의 힘을 넘어서는 벡터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 당연히 어렵지 않겠는가? 매일 오른손으로만 식사를 하던 사람이 왼손으로 식사를 하려고 해봐라. 하루 아침에 손에 익겠는가? 습을 거슬러,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혁명이다.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아왔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 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김중식, <이탈한자가 문득>

중력의 밧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드는 것, 그것을 우리는 혁명이라 부를 수 있고, 그러한 이탈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탈이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습의 문제이며, 동시에 몸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동선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일단 몸이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몸은 매일매일의 세포운동을 통해 새로운 몸을 만들어 나간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몸은 이전의 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몸이 된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생명체는 다시 기존의 관성으로 돌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바꾸려 할 때, 이것이 자신의 몸에 배기까지 삼칠일, 즉 21일 동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하건 삼칠일 동안 열심히 하다보면 실제 몸이 바뀐다. 그러니 자신을 바꾸려 할 때, 그것을 몸으로 익히지 않고 중도에 매번 포기하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아, 나는 역시 안 되는구나!’

21일도 채 하지 않고서 ‘나는 안돼’라고 자포자기 하시는 분들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아직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로 살아도 별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으로는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면서도 몸은 아직 그대로다. 이렇게 말하면 좀 너무 잔인하다 싶겠지만 그야말로 덜 아프기 때문이다. 정말 절실하다면, 몸이 못 견딜 정도라면 누가 뭐라해도 바꾸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버틸만한 힘이 있어서다. 하지만, 명심할 것 하나는 지금 자신의 행동은 어떻게든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건강한 듯 보이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나중에 더 큰 병으로, 더 큰 인과로 자신의 문제로 되돌아 온다. 뭐 아직 덜 아파서, 나중에 더 아프게 되면 그 때 바꿀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과를 나중에 돼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 뭐 그렇게 잘못한 거 없이 살아왔는데 내 몸은 왜 이 모양이 된거지라며 차후에 원망하기 마련이다.

늘상 말하지만 구원은 외부에 있지 않다. 삶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 변신(變身)의 문제는 철저히 몸(身)의 문제이다. 몸의 변화.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극하는 것. 니체의 말대로라면 위버멘쉬, 초인이 되는 과정이리라. 자기 자신을 넘어서 새로운 자기 자신으로 변화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창안해내는 것이자,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럼 말이 나왔으니 이번 호에 대해서는 겨울나기에 대해서 알아보자. 겨울하면 일단 저장하는 기간이다. 식물들이 잎을 떨구고 다시 봄날을 기약하며 뿌리에 기운을 모으고, 동물들이 길고 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사람 몸 역시 겨울 철에는 저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몸에서 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신(腎)이다. 간심비폐신 중에 신이 가장 안 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신의 기능 역시 우리 몸의 뿌리이다. 추울 때 만물의 반응이 움츠러드는 것처럼, 신장 역시 밖으로 퍼주기보다는 내부의 중심점으로 방향을 정하고 외부를 공꽁 동여맴으로써 무엇이든 갈무리해서 저장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겨울은 거두어들인 모든 것을 저장하는 시기.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절제가 필요한 시기이다

동양의학의 고전이니 황제내경에서는 겨울에 해당하는 석달을 폐장(閉藏)이라고 하는데 만물이 조용히 잠들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이 때는 거두어들인 모든 것을 저장하는 시기이므로 결코 발산해서는 안된다. 겨울철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는 게 좋다고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겨울에 해가 일찍 지고 늦게 뜨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을 조화롭게 순응하는 것, 그것이 건강의 기본이다. 즉 봄에는 일조량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나무에 물이 오르고 싹이 돋는 것처럼 인체의 기운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여름에는 일조량이 최대가 되면서 나뭇잎과 온갖 생물들이 번성하는 것처럼 인체의 기운도 완전히 펼쳐져 활동이 왕성해지고,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여 식물들이 열매와 결실을 맺듯이 인체의 기운도 내부로 수렴되기 시작하고, 겨울이 되면 일조량이 최소가 되어 온도가 떨어져 모든 만물의 생명활동이 최소한으로 줄어들듯이 인체의 기운도 완전히 수렴되어 다음해에 사용할 에너지의 근원인 정(精)을 비축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천지 기운의 변화에 맞추어 생활 및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겨울철에는 양기도 몸속 깊은 부위에 머무르므로 마음과 몸을 모두 조용히 쉬어야 하며, 몸을 지나치게 움직여 땀을 흘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만약 겨울에 땀을 흘리거나 술을 마셔서 일시적으로 양기를 증가시키면 신장이 손상된다고 했다. 겨울에 무리하면 봄에도 양기가 발동하지 않아 팔다리가 나른해지고 코피를 자주 흘리게 된다. 인생에서의 노년이 그러한 것처럼 사계절에서의 겨울은 삶의 모든 부분에 절제가 필요한 때다. 그렇기 때문에 동의보감에서도 양생의 기본으로서 겨울철에 먼 길을 떠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무언가 마무리 짓는 시기, 정을 헛되이 소모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새해 들어서 생활습관을 하나씩 고치자. 일단 삼칠일! 21일만 하자. 담배를 끊는다던지, 올해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를 한다던지. 그건 너무 힘들다고. 그 목표가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에 도전하자. 아침에 일어나기전에 침대에서 팔다리 떨어주기, 물 마실 때 뜨거운 물을 먼저 받고 차가운 물을 나중에 받아 음양탕으로 마시기 등등. 자신을 바꾸는 것, 그것이 ‘구원’이다!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세상을 구원할 이는 바깥에 있지 않다. 중력에서 이탈한 바로 당신, 당신이 네오다!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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