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바깥 한겨울 시린 바람은 쉼 없이 방안을 기웃거립니다.
깨진 유리창에 대일밴드 몇 개를 이어 틈을 막고
찢어진 비닐 몇 겹 창틀에 덧대어도 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겨울바람은
이미 낯을 익혔을 할머니 콧등에 붉은 서리 한 꺼풀 씌우고는
제 집인 양 털썩 주저앉아 거드름을 피웁니다.
써늘한 방 한 구석.
주인 할머니는 힘없는 전기난로 하나에 의지해 긴 겨울을 삭혀 보냅니다.
외로움이 겨울보다 더 춥다고 그러십니다.
홀로 밥을 짓고,
홀로 긴 밤을 지새우며 홀로 아침을 맞는 것이 그렇다고 말이지요.
사들고 간 내복 한 장을 내밀고는
괜스레 속만이라도 들킬까 쉽사리 일어서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부질없는 연민이라도 내드렸다가
괜스러운 상처 하나 덧입힐까 두려워서 그럽니다.
“얼른 밥 질텡게 한 술 뜨고 가믄 어떨까나?”
할머니는 그렇게 소매를 붙잡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 냉큼 주저앉아 온기 하나 얹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