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화재진압

- 임종진


입이 바짝바짝 말라갑니다.

수천마리 뱀의 혓바닥처럼 불길은 사방 여기저기에서 꿈틀거립니다.

한줌의 불을 끄고 앞으로 나가려해도 겨우 반걸음뿐입니다.

건물에 남아있는 생존자가 혹시나 있는지,

화마에 힘을 잃은 건물벽이 덮치지나 않을지

노심초사 불길 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몇 겹으로 두꺼운 방화복 속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거센 불길이 조금씩 잡혀갈 즈음 동료의 손길이 한없이 반갑기만 합니다.

양동이에 가득 담긴 시원한 물을 한사발두사발 연이어 들이킵니다.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1996. 10. 대전 은행동

응답 2개

  1.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최영우, 수유너머 위클리. 수유너머 위클리 said: 입이 바짝바짝 말라갑니다. 수천마리 뱀의 혓바닥처럼 불길은 사방 여기저기에서 꿈틀거립니다. 한줌의 불을 끄고 앞으로 나가려해도 겨우 반걸음뿐입니다. http://bit.ly/hwJSlS <임종진의 사진공감: 화재진압> […]

  2. 모월모일말하길

    소방관아저씨 일하시다가 저렇게 물을 드시는군요. 그렇겠네요..오늘도 몰랐던 걸 하나 배웁니다. 왠지 짠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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