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미의 시경읽기

두 아들이 배를 타고 가네

- 정경미

二子乘舟 汎汎其景 두 아들이 배를 타고 가네 둥실 그림자가 떠가네
이자승주 범범기경
願言思子 中心養養 두 아들을 생각하니 근심 걱정 가득하네
원언사자 중심양양

二子乘舟 汎汎其逝 두 아들이 배를 타고 가네 둥실 떠가네
이자승주 범범기서
願言思子 不瑕有害 두 아들을 생각하니 부디 해가 없기를
원언사자 불하유해

-시경詩經 패풍邶風 「이자승주二子乘舟」

유방과 항우가 천하의 패권을 두고 다투던 시절. 항우가 커다란 도마를 갖다놓고는, 그 위에 유방의 아버지를 얹어 놓고 유방에게 이렇게 말한다. “항복하지 않으면 네 아버지를 삶아 국을 끓이겠다!” 그러자 유방은 이렇게 대답한다. “호, 우리는 전에 형제가 되기로 약속하지 않았나? 내 아버지가 곧 네 아버지이거늘, 그대의 아비를 반드시 삶겠다면 내게도 국 한 그릇 나누어주기 바란다.” 네 아버지 국 끓이겠다고 하는 항우나, 그 국 나도 한 그릇 나눠 달라고 하는 유방이나 천하의 불한당임에 틀림이 없으나, 목숨을 건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 배짱에는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공자가 난세亂世라고 부르는 시대-요·순·우·탕·문·무·주공의 도가 끊어지고 천하가 패권 다툼으로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끊이지 않던 시대-춘추전국시대, 초한전의 시대 역사를 보면 도대체 인간의 욕망이란 무엇인가, 어디까지 욕망을 긍정하고 어디부터 부정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욕망, 그것은 삶의 에너지이니 전적으로 부정할 수가 없다. 욕망이 없으면 삶도 없다. 그렇다고 끝간 데 없는 욕망을 무조건 따라가면 삶이 피폐해진다. 그래서 『예기禮記』에서는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것’ 그것이 올바른 예禮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적절히>라는 말, 이게 중요하다. 적절히! 예를 들어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다. 이건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그런데 이미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고 싶은 것. 이것은 탐욕으로서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삶의 에너지로서의 욕망과 지나친 욕심으로서의 욕망을 잘 구분하여 중도를 실천하는 삶. 올바른 도는 여기에 있다고 선현들은 말한다. 그건 정말 한 순간이다. 잠시만 정신줄을 놓으면 탐욕에 휘둘려 생활이 망가진다. 자신을 믿지 말라! 그렇다고 남에게 의지하지도 말라! 매순간 절박하게 지혜를 간구할 것! 캄캄한 동굴에서 한 줄기 빛에 매달리듯. 자신을 무지에서 구하기 위해 부단히 몸과 마음을 갈고 닦을 것.

시경 패풍에 나오는 「이자승주二子乘舟」라는 시는 위나라 선공 때 왕자 급과 수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에서 우리는 끝간 데 없는 인간의 욕망이 초래한 비극을 엿볼 수 있다. 권력의 암투와 그 속에서 더욱 빛나는 형제의 의리… 그런데 이 시는, 시 자체로만 보면, 뭐지? 두 아들이 배를 타고 간다. 근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게 왜 걱정스럽다는 거지? 알 수가 없다. 호호… 이럴 때 해설이 필요한 거죠! 글쎄, 이 시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이자승주二子乘舟」는 위衛나라 선공宣公 때의 왕자 급伋과 수壽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衛나라는 정鄭나라와 함께 풍기가 문란하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이 위나라의 선공은 아버지 장공莊公의 첩이며 자신의 서모인 이강夷姜과 관계하여 아들 급伋을 낳았다. 후에 아버지 장공이 죽자 이강을 아내로 삼고 급을 세자로 삼았다. 급이 16살이 되었을 때, 제齊나라 희공僖公의 장녀를 며느리로 삼기로 하고 사자使者를 보내 제나라에 청혼하였다. 그런데 사자가 돌아와서 “제나라 공주가 느무느무 이쁩니다”라고 하자, 선공은 “그으래에?”라고 하면서, 며느리가 되기로 한 여자를 자신이 가로챈다. 이 여자가 바로 선강宣姜이다.

선강은 시아버지가 될 뻔한 사람과 결혼하여 수壽와 삭朔을 낳았다. 선강은 자신의 아들을 태자로 만들기 위해 급伋을 죽이려고 한다. 급을 다른 나라에 사신으로 보낸 후 자객을 시켜 그를 살해하도록 한다. 어머니의 이 음모를 눈치챈 두 아들-수와 삭, 중에서 수는 의리가 있었다. 평소 급과 같은 어머니 형제처럼 가까이 지냈다. 그런데 이제 급이 죽게 되었다니! 선강의 음모로 급이 살해당하게 되자, 수가 의리를 발휘해 여관에 자고 있는 급의 옷을 입어 자객을 속이고 대신 죽는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급도 수를 따라 죽는다.

이렇게 수와 급 형제가 서로 살려 주려다가 함께 죽게 된 사실이 알려지자 백성들은 두 형제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들의 의리를 오래 기렸다고 한다. 시경 패풍의 「이자승주二子乘舟」라는 시는 바로 이 수壽와 급伋 형제의 의리를 추모하는 노래이다. 이 시의 배경 이야기에서 우리는 혼란스러운 춘추시대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도대체 위아래가 없구나! 부모 자식도 없구나! 위 선공衛宣公의 경우뿐만 아니라 더욱 경악할 만한 일들이 이 시대에는 많이 있었으니…

급과 수의 어머니인 선강宣姜의 언니 문강文姜은 노魯나라 환공桓公에게 시집갔는데, 문강은 시집을 가서도 친정 오빠인 제 양공齊襄公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제 양공은 잔치에 불러 술에 잔뜩 취하게 해가지고는, 자객을 시켜 취한 노 환공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목을 졸라 죽인다.

어디 이뿐이랴. 이 시대의 패륜을 몇 가지만 더 나열하자면… 초楚나라의 성왕成王은 숙부 장오莊敖를 죽이고 왕이 되었으나 아들 상신商臣의 습격을 받아 죽었다. 죽기 전에 성왕은 곰발바닥 요리를 한 번만 먹고 싶다고 하였으나(곰발바닥 요리는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구원병이 올 시간을 벌려고) “그동안 많이 드셨잖아요”라고 하면서 상신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기吳起는 노나라에 와서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의심을 받자 아내를 죽이고 장군이 되었다. 조양자趙襄子는 대代 땅을 차지하기 위해 대왕代王을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면서 놋쇠로 만든 국자로 머리를 쳐서 죽였다. 대왕은 조양자의 매형妹兄이다. 조양자의 누나는 울부짖다가 비녀를 뾰족하게 갈아서 자살하고 말았다.

중국의 왕 중에 권력 쟁탈 과정에서 태어나자마자, 혹은 어린 나이에 죽은 사람이 많다. 강희제康熙帝(재위 1661~1722)나 건륭제乾隆帝(재위 1735~1795)처럼 재위 기간이 긴 왕을 합해서 계산해도 중국 황제의 평균 수명이 40세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이 살벌한 자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부모형제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던 시대, 출세하는 데 방해가 되면 아내도 서슴없이 죽이는 시대, 예쁜 여자를 차지해야겠다 싶으면 어머니든 누이든 며느리든 가리지 않던 시대. 그야말로 말 그대로 전쟁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자승주二子乘舟」라는 시를 보면서 인간에게는 왜 잉여의 욕망이 생기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지의 순환을 위한 자연스러운 욕망, 즉 생존을 위한 욕망 이외에 인간은 왜 <더> 이상의 욕망을 갖게 되는 것일까. 자기 초월의 욕망.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쉽게, 자기 안에 쌓여서 탐욕이 되고, 다른 존재를 지배하려는 욕망-폭력이 된다. 순환의 동력이 되라고 인간에게 주어진 힘이 어째서 그토록 빈번히 순환을 막는 질병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라는, 존재 조건 자체에 원인이 있다기보다 동일한 것을 욕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산길의 이름 없는 풀은 태자의 자리, 왕 자리를 욕망하지 않는다. 풀은 왕권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풀은 피비린내 나는 권력의 음모에 휘말릴 일이 없는 것이다. 풀의 욕망은 왕의 욕망과 <다르다>. 풀의 욕망은 풀 아닌 다른 것이 아니라 풀의 씨앗이 풀로 자라는 것, 싱싱한 풀로 살다가 죽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다 다른 것을 욕망한다면 같은 걸 두고 다툴 필요가 없지 않을까. 획일화된 삶의 척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삶을 산다면 우리는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폭탄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폭력이 아닌 <다른> 전쟁의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응답 3개

  1. 그저물처럼말하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끝없는 인간의 욕망…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그런 경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아야겠지요. 감사합니다.

  2. 지나가다말하길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폭탄처럼 들리는 시대, 포화 없는 ‘다른’ 전쟁의 시대, 올해는 그런 시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3. someday말하길

    오늘도 자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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