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총명해지고 싶다면 귀를!

- 담담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운 날씨다. 근 백 년만에 가장 추운날씨라 하니. 하지만 겨울은 추워야 제 맛! 이런 때일수록 몸의 기운을 헛되이 쓰지 말고, 자신의 안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시기로 삼자. 그동안 마무리 짓지 못했던 일들을 올 겨울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 짓고, 새로운 봄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의 단계로. 씨앗이 다음해 봄 새싹을 틔워내기 위해서 엄동설한 한겨울 에너지를 응축하며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자, 오늘은 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겨울 이야기가 귀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슨 상관이냐고? 귀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신(腎), 그러니까 신장을 다룰 때 한 번 나왔었다. 아무 기억이 없다고? 그래서 귀동냥으로 흘려보내면 아무 의미 없다는 거다. 그냥 한 번 듣고 마는 정보로 끝나면 백 번 천 번을 들어도 그건 귀동냥이 될 뿐, 자기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나의 몸이 그걸 체험하는 것, 귀동냥을 넘어서 직접 자신이 알고자 그것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동냥으로만 부자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메롱하는 거니. 동냥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거니. 귀동냥 백날보다 직접 발심해서 무엇을 알려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청각이 좋다고 말할 때 귀가 밝다고 이야기 한다. 그럼 귀가 밝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눈을 이야기 할 때도 나왔듯이, 시각과 청각의 기능을 밝음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눈이 밝다, 귀가 밝다고 이야기하지 코가 밝다, 입이 밝다고는 이야기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시각, 청각 등 인간의 감각 행동 역시 에너지로서의 기혈을 필요로 한다. 하늘의 기운을 코로 호흡하고, 땅의 기운을 입으로 받아들여 체내에서 기혈을 생성하고, 이 기와 피가 얼굴로 올라와 눈과 귀 그리고 코와 입이라는 구멍으로 들어감으로서 감각을 낳게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특별히 시각과 청각이 발휘되는 것을 일컬어 “귀와 눈이 양기를 받아야 총명해진다”고 한다.

“귀와 눈은 양기를 받아야 총명해진다. 달이 햇빛의 반사를 받아야 빛을 내는 것과 같이 사람의 귀와 눈도 양기를 받아야 밝아질 수 있다. 귀와 눈에 음혈이 허하면 양기를 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보고 듣는 것이 밝지 못하다. 귀와 눈에 양기가 허해도 음혈이 작용할 수 없기 때문에 역시 밝지 못하다. 그러므로 귀와 눈이 밝아지게 하려면 혈기를 조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잘 보고 들을 수 있다.” –<동의보감>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몸을 하나의 작은 우주, 소우주로 파악한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어 밝게 비추는 것처럼, 사람에서는 눈과 귀가 있어 밝게 살펴볼 수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말할 때, 그 세상의 소리를 본다는 관세음보살님은 세상 고통 받는 중생들의 소리를 두루두루 밝게 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은 하나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비유만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귀와 눈이 양기를 받아 총명해진다는 것이다.

그럼, 총명하다는 것은 뭔가? 총명(聰明)이란 자를 글자 그대로 풀어보자면, 총(聰)은 자전에서 귀 밝을 총(聰)으로 풀이하고, 명(明) 역시 해와 달이 합쳐져 만들어진 밝다는 뜻이다. 즉 귀와 눈이 밝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명하다’라는 본래의 의미는 똑똑하다거나 머리가 좋다는 게 아니라, 눈과 귀의 기능이 원활히 잘 작동한다는 말이다.

총명하다는 것은 외부의 소리를 밝게 잘 듣고 보는 것. 큰 귀가 돼서 세상의 이치를 잘 아는 것, 그것이 총명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묻는 사람 꼭 있다. 똑똑해지려면 무엇을 먹으면 좋나요? 지금껏 총명해진다는게 똑똑해지는 거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꼭 수업 시간에 졸다가 종 치기 1분전에 맥락 없는 질문 하는 애들 있다. 하여튼 똑똑해지려면 무얼 먹음 좋을까라는 질문 많이들 한다. 그런데 그런거 있음 우선 나나 좀 주쇼. 요즘 머리가 안 돌아가서 글이 이 모양으로 밖에 안 나오니..ㅡㅡ; 하지만 있기는 있다. 이름하여 ‘총명탕’ 되시겠다. 먹으면 얼마나 총명해지길래 약 이름이 총명탕일까? 요즘 수험생에게도 인기 짱인 총명탕은 한의서에서는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단 하루에 무려 천 마디 말을 암송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와우! 서프라이즈~

총명탕은 백복신, 석창포, 원지라는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는다. 이 세 가지 모두 마음 구멍, 즉 심규 혹은 심공에 쌓인 때를 말끔히 청소해 마음을 평온하게 할 때 쓰이는 약재이다.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뻥 뚫리는 효과를 지녀야 총명탕이란 이름에 걸맞을 텐데 그 이름과는 달리 마음에 쌓인 때를 씻는 효과가 있다는 게 좀 의아스러울거다. 하지만 총명함은 본디 마음으로부터 비롯한다. 청(聽)이란 한자 그 자체를 뜯어보아도 귀(耳)가 임금(王)이 되어서 상하좌우 사방(十)으로 그물(罒)을 쳐서 하나(一)의 마음(心)으로 귀결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또 총(聰)이란 글자 역시 귀(耳)라는 굴뚝에 마음이 함께 있다(悤)는 것!

결국 잘 듣고(聽) 총기가(聰) 있다는 것은 물아일체(物我一體), 즉 대상물과 마음으로부터 혼연일체가 되었을 때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총명하다는 것은 내 마음을 얼마만큼 움직였느냐에 달려 있다. 바깥의 이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 그런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책과 내 마음이 합일될 수 있고, 비로소 기억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총명해지기 위해서는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귀동냥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그것이 마음을 동하게 해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그것이 효과가 있고, 총명해 진다는 말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우리도 지금 사는 삶이 최선인지, 확실한지 항상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는게 아닐까?

전에도 언급되었듯이, 귀와 코는 하늘을 본뜬 까닭에 항상 열려 있고, 눈과 입은 땅을 본뜬 탓에 필요에 의해 여닫는 개합작용을 한다. 그래서 귀와 코는 하늘을 닮아 항상 열려 있어서 일부러 틀어막지 않는 한 듣기 싫은 소리와 맡기 싫은 냄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질병 역시 이러한 천지음양의 규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늘을 닮은 귀와 코의 질병은 중이염이나 비염, 축농증처럼 대개 습기가지음아서 생기는 반면, 눈과 입의 질병은 안구건조증이나 소갈처럼 대체적으로 너무 건조해서 발생한다. 하늘은 본디 맑고 건조해야 되고, 땅은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어야 정상이듯 사람 얼굴에 있는 구멍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귀와 코는 맑고 건조해야 하고, 습하게 되면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대표적인 병이 귀에서 엉뚱한 소리가 나는 이명이다.

“대체로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거나 힘겹게 일하거나 중년이 지나서 중병을 앓으면 신수가 고갈되고 음화가 떠오르기 때문에 귀가 가렵거나 귀에서 늘 소리가 나는데 매미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종이나 북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이것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점차 귀가 먹게 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동의보감>

귓속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고 귀가 멍멍함을 느낄 경우 일시적으로 피로해서 그런 탓일 수도 있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기혈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운을 타고 태어난 선천지기와 살면서 만들어가는 후천지기라고 할 때, 선천지기를 저장하는 신장의 기운을 신기라고 한다. 청력의 좋고 나쁨은 이 신기와 밀접한 관련 있다. 신장은 그 위치상 우리 몸의 제일 깊숙하고 은밀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인체를 내외상하의 음양으로 구분했을 때 신장은 가장 아래쪽과 안쪽에 위치해 ‘음중의 음’에 해당하고, 계절로는 동지에 해당한다. 추울때 만물의 반응이 움츠러드는 것처럼, 신장 역시 밖으로 퍼주기보다는 내부의 중심점으로 방향을 정하고 외부를 꽁꽁 동여맴으로써 무엇이든 갈무리해서 저장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논리라고 할 수 있지만, 극과 극은 통하게 마련이다. 가장 큰 세력의 양기는 음중의 음인 신장에서 비롯하는 이유이다. 가장 추운 겨울날 저장한 기운이 새 봄을 맞이하여 움트는 것처럼! 가장 바깥쪽으로 드러난 머리카락의 건강 여부는 제일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신장에 달려 있는 것처럼! 음중의 음인 신장에서 비롯된 힘찬 양기가 인간의 모든 생명활동의 기본이 되는 오묘한 이치이다.

부처님 귀처럼 두툼하고, 축 늘어진 귀가 좋은 귀. 이래야 오래 살고, 현명하다고 본다. 자신의 귀를, 주위 사람들의 귀를 잘 살펴보시라.

이렇게 양기가 극대화된 시기는 인생의 시점이 막 시작되는 때, 즉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선천지기를 원초적 동력으로 삼아 자신의 생명활동을 시작하는 신생아 시기이다. 이 때가 청력 역시 가장 발달한 시기이다. 선천지기가 왕성한 아이의 귀가 가장 말랑말랑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 적에 큰 병을 앓은 사람은 귀가 얇고 좁기 마련이다. 반대로 양기가 가장 적은 시기는 임종 직전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 들 중에 귀가 잘 안들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은 이런 이치이다. 늙는다는 것은 양기가 줄어드는 것이며, 나이 들어 눈과 귀가 어두워지는 것 또한 양기가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헤드폰 끼고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것이 귀를 혹사시켜 양기를 소모시키는 지름길일터!

그렇다면 동의보감에는 나이 들어 귀가 어두워지는 것을 방비하는 양생법으로 귓바퀴를 자주 주물러 주기를 권하고 있다. 귀는 두툼하고, 부드럽고, 부드럽다 못해 축 늘어진 것이 좋다. 삼국지에서 유비의 귀가 땅바닥에 내려올 정도라고 하지 않았나? 부처님의 귀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귀를 시도 때도 없이 주물러주시라. 귀를 주물렀을 때 아픈 사람은 허리가 아픈 이들이 많다. 그러니 귀가 부드러워지도록 자주 주물러 주자. 그러다보면 몸이 좋아져 자연히 귀도 부드러워진다. 또한 귀가 얇다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몸에도 안 좋다. 팔랑팔랑 귀를 갖고 있다면 부지런히 더 열심히 주무르시도록!!

자극하면 해당 신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귀의 혈자리 반사구. 복잡하다 싶으면 그냥 열심히 주물러 주시라~

–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응답 1개

  1. 리암말하길

    귀를 주물러주는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군요~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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