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시즌 3 -더 가까운 곳으로

- 고병권(수유너머R)

위클리 수유너머가 드디어 5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위클리 수유너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속으로 이런 다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딱 100호만 내자!’ 그때 생각엔 제법 큰 숫자라고 생각해서 ‘100번은 해야 뭔가 해본 거지’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잡았는데, 벌써 그 다짐의 반을 돌았습니다. 시즌3을 시작하며, 우리가 거기에 이른 것이 아니라 거기서 시작하는 것임을 알겠습니다. 나무는 하나의 테를 두르고 뱀은 허물을 벗습니다. 새로 두른 테 바깥에, 새로 돋은 살 위에, 위클리 수유너머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겠습니다.

시즌3, 변신의 키워드는 ‘더 가까운 곳으로’ 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좀 더 다루려고 합니다. 드라마를 보고 떠들어대는 수다(‘오후의 카페’)에서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피곤함까지(우리 시대 청년들의 세상살이 ‘청년노동잔혹사’), 우리가 듣는 음악의 선율이 품은 여러 이야기들(‘나만의 선곡표’), 영화, TV, 스마트폰 등 일상 어디서나 접하는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의 정체에 대한 예술가들의 사색(‘J의 이미지올로기’), 우리 시대 20대들, 말 그대로 온갖 방식으로 살아가는 20대들의 독서 이야기(‘20대, 무한독전!’),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다니며 모모씨가 만난 길 위의 사람들과 사건들(‘모모의 자전거 방랑기’)까지. 가볍지만 단단하고, 아프지만 피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 듣고 보고 읽지만 또한 시도하고 실험하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시즌3을 시작합니다.

시사면에도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 살고 있는 필자들(맹찬형, 신지영, 홍)이 해외칼럼을 통해서 거기서 느낀 다양한 생각들을 전합니다. 이로써 위클리 수유너머가 해외통신원을 둔 그야말로 글로벌한(?) 웹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위클리 수유너머에도 ‘시사만평’(배문희)이 생깁니다. 매 주 일어난 일들이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매주 위클리 수유너머의 머리를 장식했던 시사특집 ‘동시대 반시대’는 2주에 한 번 정도로 횟수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만나는 횟수를 줄이는 만큼 만남의 강도는 더 높아지도록 하겠습니다. 학술면 구성은 종전과 같습니다만, 시즌3의 시작과 더불어 주자의 <근사록> 강독(김현식)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혁명과 정치의 사유’, ‘동아시아 지금’에 이은 학술기획 제3탄 ‘번역의 사유’가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기존 코너들 상당수는 시즌3에도 계속 이어집니다만, 그동안 폭발적(!) 사랑을 받아온 ‘매이데이’와 ‘올드걸의 시집’, ‘고봉준의 언더라인’은 시즌2의 종료와 함께 연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인기코너 다 내리면 뭐 먹고 살거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맛있다고 해서 남은 국을 계속 묽혀 먹을 순 없지 않습니까? ^^ 필자들 모두 그동안 줄기차게 달려온 열정을 조금 식혀두었다가 다음에 더 멋진 코너로 인사드릴 거라 믿습니다. 필자와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 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연재 강독을 시작한 <<근사록>>의 제목이 참 맘에 듭니다. 강사인 김현식님의 말에 따르면 그 제목은 <<논어>>의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라는 구절에서 따온 거라고 합니다. ‘절실히 물으면서도 가까운 곳을 생각한다.’ 절실함과 가까움을 묶어 배움을 정의한 게 참으로 와 닿습니다. 공부란 일상에서 출발하고 또한 일상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투항한다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싸운다는 겁니다. 소소함에 매몰된다는 게 아니라 거기서 위대함을 키워낸다는 겁니다. 부디 우리의 다툼, 우리의 배움, 우리의 가꿈이 ‘저기’가 아닌 ‘여기’를 상대로 한 것이길 희망합니다. 우리 사유와 실천의 힘을 저기 먼 곳에 두지 않고, 여기 가까운 곳에 두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위클리 수유너머 시즌3, 독자 여러분, 더 가까운 곳으로 와주세요!

*1월 29일(토) 4시, 수유너머R에서 위클리 수유너머 돌잔치를 엽니다. 지난 1년 동안 이러저런 글로 위클리 수유너머의 뼈를 기르고 살을 키워주신 분들, 직접 글을 남기진 못했지만 따뜻한 눈길로 지난 1년을 지켜봐 주신 분들, 모두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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