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라시나우 리뷰

애리조나 주 총기사건

- 육은정

*<데모크라시 나우>에 연재되는 글은 미국의 뉴스 사이트 Democracy Now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1월 셋째 주 < DEMOCRACY NOW 리뷰 >

이번 주 Democracy Now에서는 지난 1월 8일 미국 애리조나 주 투산(Tucson)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야레드 리 로프너(22세)는 애리조나 주의 민주당 국회의원 가브리엘 기포드가 한 쇼핑몰 앞에서 유권자들과의 행사를 가지고 있던 중 무차별 발포를 해, 9살 소녀와 기포드 의원의 비서, 주 수석판사를 포함한 6명을 살인하고 기포드의원을 포함한 13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되었다. 기포드 의원은 탄환이 머리를 관통하는 치명상을 입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FBI는 야레드의 집에서 “나는 미리 계획했다”, “나의 암살”, “기포드”등이 적힌 종이를 발견하고 암살이 계획된 것임을 확인했으며, 야레드가 인터넷에 올린 글들이 반정부애국운동의 관점을 보인다는 점을 들어 ‘아메리칸 르네상스’(반셈족, 반이민 혐오 조직)과의 연관성을 조사중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주제는 공격적인 정치언어와 총기소지법, 그리고 정신건강정책이다. 이번 사건은 정신분열증을 앓던 청년이 과격한 정치선동에 자극받아 증오심에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었고, 그 와중에 애리조나 주의 우파 정치인들의 폭력적 언어사용과 느슨한 총기소지법, 그리고 정신건강정책의 사각지대가 문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투산 출신의 작가 제프 비거는 “애리조나는 증오에 찬 언설과 무기에 대한 쉬운 접근이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결합에 직면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전쟁상황 방불케 하는 공격적 정치언어

가브리엘 기포드 민주당 의원은 2006년에 애리조나 주의원으로 처음 당선되었고 지난 11월에 공화당의 제시 캘리를 가까스로 이겼다. 이라크 전쟁에서 해군으로 활동한 바 있는 제시 캘리는 선거가 있기 전 6월 자신의 웹사이트에 ‘가브리엘을 사무실에서 몰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제시 캘리와 함께 M16를 쏘자!”는 발언을 했다. 더불어 도마 위에 오른 이는 2009년과 2010년 의료보험 논쟁 당시 총의 십자판 표시를 지도 위에 표시한 살생부를 제작한 전 부통령 후보 사라 팔린이다. 당시 그는 “후퇴하지 말라, 재장전하라!”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애리조나 의회의원 라울 그리얄바에 의하면 애리조나는 십수년 전부터 의료보험과 이민문제 등으로 갈등이 들끓고 있는 곳이다. 기포드 의원은 의료보험 논쟁으로 인해 사무실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많은 위협을 받았으며,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존 롤 애리조나 주 수석판사 역시 이민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민자들의 편에 서 반대자들의 위협을 받았다. 이러한 갈등은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정치적 수사에 의해 더욱 불타올랐다. 이번 사건이 일어날 환경은 이미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

“이 사건은 우리 주의 모든 정치인들이 ‘말은 결과를 갖고 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어조를 정하고 그것을 통해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사람을 악마로 묘사하며, 단지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반대자가 아닌 치명적인 적으로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이 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식으로 유독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 모든 이들이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표현의 자유나 청원의 자유, 집회의 자유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책임의 문제이다. 지도자들은 본보기로서 기능한다. 이 본보기는 우리가 시민의식이라고 알려 온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힘겹게 싸워서 얻어지는 것이지만, 사람을 적이나 악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울 인터뷰)

투산이 속해 있는 피마 카운티의 클레렌스 보안관 역시 라디오와 티비 토크쇼가 정부에 대한 증오를 조장한다며, 대중매체를 통한 정치선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일상을 살아가는, 특히 편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담은 정치적 수사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야레드가 우파의 정치선동에 영향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야레드는 평소 자신의 개인 웹사이트에 정부에 대한 불만이 담긴 동영상을 만들어 게시했다. 이는 주고 정부의 통화 정책과 미국의 수정 헌법, 그리고 정부의 언어를 이용한 대중조작에 관련된 불만과 비판을 담고 있는데, 정치 분석가 치프 벌렛에 의하면 모두 우파의 오래된 음모론의 내용이다.

수정 헌법은 남북 전쟁 이후에 개정된 제13항, 제14항, 제15항을 말하는 것으로 노예 해방과 속지주의(미국 땅에서 태어난 모든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와 관련된 조항이다. 애국운동과 민병대 운동 진영에서는 이 수정조항들이 잘못된 평등 노선에 기초하여 이전 헌법을 완전히 전복했다고 믿는다. 이들은 또한 현재의 가짜 정부를 뒤엎고 원래의 헌법을 제자리로 돌려놓음으로써 백인 시민들의 자연권을 복권시키는 제2의 미국혁명을 주장한다.

언어조작에 관한 내용은 정부가 사람들의 관심을 정부 재정으로부터 돌리기 위하여 수치와 수사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사고를 컨트롤한다는 것이다. 애국운동의 아이콘인 데이비드 와인 밀러의 웹사이트는 전체가 이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재정에 관한 음모론 역시 창조된 것이지만 사실상 선거로 뽑힌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것이 로프너가 놓여 있던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야레드의 같은 반 학생에 의하면 그는 정부가 금본위제를 버림으로써 미국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으며 실질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통화정책을 갈망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외의 현재의 정치 이슈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한편 야레드는 수업 시간에 한 여학생이 낙태에 관한 시를 읽자 불쾌한 농담을 하면서 갑자기 웃는 행동을 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극우파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낙태, 동성애, 성적자유주의 등이 도덕을 축소시키고 무신론적 사고와 외래적 사고를 국가에 침입시켜 신의 약속된 땅으로서의 미국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의 일부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논리로 기독교 우파 일부 집단에서는 낙태권을 지지하는 민주당과 자유주의자들, 좌파들을 반역죄인들이라 비난하면서 악마화, 욕설, 비방의 분위기를 형성해 왔다.

전 부시 정부 주치의이자 애리조나 대학 공공의료 교수인 리차드 칼모나에 의하면 정신적 무질서를 겪는 사람의 경우 경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결여하고 있거나 상식저인 사고를 하는 부분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제시 캘리의 M16발언, 사라 팔린의 살생부 등의 증오에 찬 슬로건은 자신의 사고를 통제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에 비해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을 겪는 사람에게 훨씬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기름을 부었을 때 가연성이 없는 경우보다 있는 경우에 불이 더 잘 붙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리차드 칼모나).

미국에서 총기소지가 가장 자유로운 주

애리조나 주는 미국에서 가장 초기소지가 자유로운 주이다. 2009년 주류를 판매하는 식당이나 바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었고, 1년 후에는 무허가로 총이나 탄약을 사고 팔수 있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원래는 총을 구매할 수 없지만, 로프너는 정신질환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총기를 구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느슨한 총기소지법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 주 사법부는 현재 혐의자에 대한 기소절차와 함께 총기소지법을 약화시키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개정 논의 중인 H2014와 H2001법은 학교에서 학생이나 교사가 총기를 보이지 않게 소지하는 것을 금지했던 기존의 법을 개정하여, 총기를 보이지 않게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애리조나는 미국의 묘석이다”라고 표현한 바 있는 피마 카운티 보안관 클레렌스 듀프닉은 법 개정에 대해 “우리 사법부는 총기와 관련하여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미친 짓이다”라고 일축했다. 투산에서 자라 총기에 익숙한 저널리스트 제프 비거 역시 “자신의 총으로 사냥을 하거나 자기자신을 지킬 권리와 정신질환자가 무허가로 준자동 총기를 살 권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총기소지법에 대해 비판했다. 클락 로만스 정신질환국내연맹장 역시 중요한 것은 “무기를 합법적으로 소지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훈련과 교육을 받아서 사회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사회의 이익”이라며, “시민들을 대표하여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선출된 공무원들”이 “당파적 언쟁을 그만두고 이 문제에 대해 숙고할 것”을 촉구했다.

예산삭감이 초래한 정신질환의 사각지대

야레드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오른 또 하나의 이슈는 정신의료정책이다. 애리조나 주는 총기소지법 말고도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하나 더 갖고 있는데, 바로 정신질환자 수이다. 인구 십만 명당 5.9명꼴이다. 또, 감옥에 수용된 정신질환자가 정신병원에 있는 정신질환자보다 9.3배나 많다. 두 기록 모두 전국에서 네바다 주 다음으로 두 번째이다. 애리조나에는 5만 명 이상의 정신 분열증 환자가 있고, 그 중 최소 2만 5천명은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10년 관련 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하면서 악화된 것이다. 전례 없는 삭감으로 인해 브랜드 의약품, 지원 단체, 케이스 관리, 주택 보조금 등 모든 비저소득층 의료보장 서비스가 대폭 축소되었고, 모든 브랜드 약품의 보급이 감소되었으며, 이는 질병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2만 8천여명의 환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살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린 사람들의 자살시도들도 벌어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주정부는 올해 더 큰 삭감을 예정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2012년 14억 달러의 적자상태를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락 로만스 정신질환국내연맹장은 “국회의원이 너무 단순한 접근을 하고 있다”며, 예산 삭감으로 비용이 줄어들지 않았고 단지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전가된 것 뿐”이라고 말한다.겉으로 보기에는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돈을 절약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돈은 다른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으며 지역 전체로 보았을 때 정신의료 부분에 들어가는 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비용이 덜 든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 측의 태도이다. 야레드는 다른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분열증적 행동을 보여 이미 학교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학교는 이에 대해 할 일을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클락 로만스는 학교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사실 이 문제는 복잡한데, 우선 재정적 요인이 문제가 된다. 학생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학교가 부모에게 알릴 경우 학교가 학생이 받는 도움에 대해 재정적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는 대부분 엄청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학교의 상담가가 교사들은 되도록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말라”고 교육받는다. 또한 학생이 미성년이어서 학교와 부모가 좀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학생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생의 경우 이미 성인이므로 부모가 학생에게 어떤 것을 시킬 구체적인 법적 권리가 없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대학은 부모와 함께 학생이 치료를 받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클락 로만스는 말한다. 이번 경우 학교는 야레드의 부정적 행동에 대해 단지 반응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오바마 연설, 훌륭하나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희생자들의 추모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무례한 정치적 언어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희생된 어린 소녀가 꿈꿨던 미국을 만들자’며 건강한 시민성에 대해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은 많은 찬사를 받으며 오바마의 지지율을 상승시켰다. 저널리스트 태비스 스마일리는 그러나 그러한 훌륭한 연설을 일년 전에 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며, 갈등의 방치로 인해 발생한 최악의 사태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일 년 전 오바마가 연설하는 도중 윌슨 의원이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시민성에 대해 지적했었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대중의 의견이나 감정을 뒤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응답 1개

  1. 지나가다말하길

    이번 총기사건이 이상하게 보수적으로 전유되는 느낌이네요. 말에 대한 책임을 져라? 왠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논리처럼 들리네요. 또 정신장애자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지는 않을지, 또 총기규제가 국가의 폭력 독점의 논리로 전개되지는 않을지…우려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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