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선곡표

사심 가득히

- 신현주(수유너머N)

좋아하는 이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는데 그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단다. 그것도 아주 괜찮은 사람. 이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직접 듣고 나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순간 멍해진다. 수년 전 딱 이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너무 당황해서 혼자 속으로 주문처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를 되뇌다가 입 밖으로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왔던 괜찮아!!

오, 사랑 – 성시경(The Ballads, 2006)

루시드 폴의 2집 앨범(오, 사랑, 2005) 타이틀 곡 ‘오, 사랑’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루시드 폴이 당시 사랑하던 여인에게 썼던 편지가 가사로 그대로 재현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곡이다. 성시경 특유의 고우면서도 느끼한 목소리와 기타 소리는 루시드 폴의 ‘오, 사랑’과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몇 개월 전 남자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과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스타 신세경의 공개 데이트 현장이 생생하게 찍힌 파파라치의 사진이 열애설과 함께 포털 사이트 메인에 떴었다. 다른 아이돌과 달리 이 커플은 당당하게 열애 중임을 밝혔고 이 후로 몇날며칠 신세경의 미니홈피는 테러 당했다. ‘우리 오빠를 뺏어 갔다는 배신감에…’ 팬들이 저지른 것이다.

River Flows In You – 이루마(First Love, 2001)

신세경도 드라마에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극 중에서 짝사랑하는 최다니엘에게서 상처를 받고 피아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 곡을 연주한다. 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준혁학생 윤시윤의 가슴도 찢어지게 만들던 하이킥의 명장면 중 하나.

이루마의 피아노 컬렉션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2009년엔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라는 제목이 붙여져 다시 발표 되었다. 슬픈 선율과 영롱한 피아노 음색이 돋보이는 이루마 특유 초기의 간결하면서 감성적인 곡이다.

그래.

나의 영원한 마성의 저질 DJ 유희열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을 때도, 일 년여 후 그가 아빠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컴백 방송을 보겠다고 SBS 둔촌동 공개홀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밤새우게 했던 나의 영원한 아이돌 god의 손호영이 모 연기자와 열애 중이라 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 안타까웠던 그 때처럼 지금 난 안 괜찮다.

그래.

내가 아끼고 아끼는 내 사람 루시드 폴이 연애를 한단다.
그것도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르고 나랑 나이도 같은 ‘박새별’과 말이다. 쳇!

물망초 – 박새별(새벽별, 2010)

신촌을 중심으로 하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신촌콘서트>에서 꾸준히 노래하고, 다수의 선배 뮤지션의 앨범 그리고 콘서트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실력을 키워온 박새별의 첫 정규앨범이다.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고 보컬 피아노 연주를 모두 한 그녀는 주목받는 2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이다. 이 곡은 멜로디를 만들고서 도저히 가사가 써지질 않아 앨범에서 빠질 뻔했으나 루시드 폴이 하룻밤 만에 가사를 써줬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열애기사가 떴던 근무 중에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집으로 돌아와 차분히 원고를 정리하려는데, 거의 다 쓴 거 다듬으려는데, 아 이건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는다. 사실 안테나 뮤직(유희열, 루시드 폴, 박새별, 페퍼톤즈, 정재형 이상 가수들의 소속사)의 팬이라면 루시드 폴과 박새별의 미묘한 관계는 팬들의 가십거리로 의심을 주욱 샀었다. 그리고 나는 믿음직스런 지인의 비밀 고급 정보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털 검색어에 둘의 이름이 하루 종일 랭크되고 열애설 기사가 20개 가까이 나오는데 확인 사살되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무 노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난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도 같고….

편지 – 김광진(It’s Me, 2000)

김광진이 유명해지기 전, 사랑했던 여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을 때, 그녀에게 보냈던 편지가 그녀에 의해서 가사가 된 곡. 그녀는 지금의 부인으로 현실은 해피엔딩 이었지만 이 곡의 가사와 슬픈 멜로디 그리고 김광진의 힘 뺀 목소리에서 오는 절절함은 많은 이들의 눈가를 적신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 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추신> 폴, 쿨하지 못해 미안.
난 당분간 당신 노래 안 듣고,
세·음·행(진행 중인 라디오)도 안 듣고,
물고기 마음(폴 개인 홈페이지)도 안 들어갈 것임! 흥!

응답 6개

  1. 소우주말하길

    김광진의 ‘편지’ 는 김광진이 아니라 아내를 사랑했던 다른 남자가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가 모티브가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사가 목소리가 아름다워서 저도 참 좋아하는 곡이에요~
    +현주!잘 살고있구낭 ㅋㅋ

  2. 현주말하길

    시크릿가든 중,
    톱스타 오스카가 여자친구와 공개적으로 거리 데이트를 하는 중 마주친 소녀팬과의 대화

    소녀팬 : 오빠! 제가 오빠이러라고 양말 색깔별로 다 사준거 아니잖아요. 배신이에요 배신!
    오스카 : 오빠 아이돌 아니잖아. 오빠가 36살이야.. 오빠 사랑하게 나두세요~ 그리고 언제는 오빠가 여자 안만났냐?
    소녀팬 : 그래도 몰래 만나는거랑 공개적으로 만나는건 다르죠!!!!

  3. 은유말하길

    미선이밴드 1집을 금지옥엽 애정해온 당사자로서 참 거시기하고 애석하더이다. 댓글을 보니 ‘폴 너마저’ 조직해야할 판 ㅋㅋ

  4. 사루비아말하길

    아!!!! 완전 공감!!!!!!!!

    난 폴이 스위스에 있을 때 새별이 그곳에 놀러갔다하여
    팬 들 사이에선 그 둘이 사귄다는 얘기가 돌았을 땐 설마 했는데.
    정말 기사로 뜨니. 알 수 없는 배신감이 ㅠㅠㅠㅠㅠㅠㅠㅠ

  5. 말하길

    ㅎㅎㅎ 죄송해요, 되게 슬픈 건데, 자꾸 웃음 나네요. 워낙 팬쉽과 거리가 먼 구닥다리라, 하지만 그 실연의 마음이 찰랑찰랑 전해지네요.

  6. 나무말하길

    흠. 심심한 위로를…. 시간이 약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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