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잔혹사

극한의 감정이입

- 김민수(청년유니온)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의 원재료비는 350원 남짓입니다. 소비자 가격의 10% 수준인데.. 파트타이머의 주머니에 최저임금을 꽂아주고도 한없이 남아도는 쩐은 누구의 품에 머무는지 잘 모르겠네요..”

커피숍 파트타이머의 설움(?)을 한껏 담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의 댓글이 달렸다.

‘가계임차료, 전기세, 수돗세, 종이컵값 등등, 파트타이머가 한명도 아니고.. 인건비하고, 프렌차이즈 커피숍과의 가맹 계약에 의한 지출? 뭐 이러다 보면 얼마 안 남을 것 같은데?’

저 댓글이 종결자 역할을 자임했는지, 이 글에 대한 다양한 논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 역시 참담한(?) 심정으로 말미암아 적극적인 의사개진을 포기했다.

이 뿐이겠는가?

“청년들이 종사하는 파트타임 직종의 시급이 최저임금 선에서 결정 되는데, 이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편의점이나 pc방 같은 경우에는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하면 다행이다.”‘라는 의견에 달리는 댓글들..

‘업주들도 남는 거 없어서 힘들텐데, 최저임금까지 올라가서 인건비 상승하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

“주휴수당이라는 거 들어봤어? 주당 근무시간이 15시간만 넘어가면 1주일에 1일, 유급휴일이 주어져. 이 날은 일을 안해도, 하루치 일당을 받을 수 있는거야.”

‘아 그런 것도 있어? 대박인데? 그런데, 그런 거 일일이 챙겨 받으면 사장 망하는 거 아니야?’

하, 통재라..

위클리 수유너머 51호 [편집자의 말]에 등장한 ‘정서적 모방’의 자기초월적 단계인가? 나의 값싼 표현을 빌리면 자식새끼 키우느라 허리 필 날이 없는 사업주에 대한 연민의 극한인가? 사업주의 허리가 휘는 것은 최저임금에 기반한 인건비 때문이 아니라, 불공정 가맹계약과 터무니 없는 건물 임대료에 근거한다는 나름의 논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자기 삶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의 음성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이 친구들, 필요 이상으로 착하다. 눈물겹게 착해서, 눈물이 다 난다. -제기랄.

[여담이지만, 사업주가 갖는 알량한 기득권에 대한 파트타이머들의 배려가 어떠한 사회적 새드엔딩을 만들어낼지.. 나는 너무나 두렵다. 물론, 이 슬픈 결말에 사업주라고 예외조항이 달리진 않을 것이다.]

감정이입하니,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작년 12월, 부족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자 배달을 하던 24세의 청년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미친거다.

’30분 배달 보증제’, ‘배달시간 모니터링 제도’ 등을 통해 파트타이머들에게 죽음의 레이스를 강제하는 ‘미친’ 시장 논리가 결국 한 청년의 고귀한 생명을 하나님께 봉헌한 셈이다.

청년유니온을 비롯한 사회 각 층은 다분히 분노했다. 이들은 사회적 환기와 대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감정적 분노를 사회적 힘으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시민사회 단체 및 정치권력이 움직이는 동안, 청년유니온 게시판에 올라온 장문의 글 한 편은 나를 많이도 괴롭혔다.

“솔직히, 30분 배달제 폐지해서 식은 피자를 대접하겠다고 하면 어떤 소비자가 그것을 받아드리겠는가? 종사자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이윤을 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선의 마케팅인 것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폐지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이미 피자업체들은 배달 기구에 열선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따뜻한 피자를 제공하고 있다. 위험을 강제하는 경영정책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30분 배달 폐지에 대한 대안을 왜 우리가 제시해야하는가? 그런 대안 마련하라고 본사 직원한테 따박따박 월급 주는 것이다.

궤변에 대해 논리로 답을 다는 동안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내가 이 분에게 선사하고 싶었던 것은 정연한 논리가 아니라 한 줄기 비속어였는지도 모르겠다. 하.. 욕을 좀 줄이긴 해야 하는데..

“노예새끼..”

응답 6개

  1. 레랑스 개객끼말하길

    이병신색끼야 세상 물정도 모르면서 투정 부리지마라

  2. 미친놈말하길

    이놈아 나 글 올린 사람이다. 앞에서는 웃는척 글 올리고 뒤에서 씹어대야 오냐 얼마나 청년유니온이 잘 되야 두고보자

  3. 소우주말하길

    피자배달사고, 이제 알았네요. 후 한숨만 나옵니다.
    김민수님의 글, 항상 격하게 공감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4.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수유너머 위클리, 강명철. 강명철 said: 이 땅의 청년들은 정말 착하다.. 너무 착해서 병신같다. 나 원 참.. 누가 이들을 이렇게 착하고 순한 존재로 만들었나? / 극한의 감정이입 – http://suyunomo.jinbo.net/?p=6872 […]

  5. 기픈옹달말하길

    ㅆㅂ 그냥 여기서는 욕한마디를 남기지 않으면 안될 거 같습니다.

  6. 요암말하길

    … 아오 저 병신새끼… 라는 말이 제 입에서도 나오네요. 정말 다들 언제부터 이렇게 착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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