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잔혹사

<1055 - 1>

- 김민수(청년유니온)

청년들의 잔..혹… 한, 노 동,의 현실을 글로 풀어내야 하는.. 데..

나는 지금 병원에 박.혀.있.다.

40도에 육박하던 고열과, 네셔널 지오그래피에 등장하는 난민들을 연상시키는 피부 발진으로 말미암아 -지금 나는 병원에 박.혀.있.다.. 다행히 1주일 가량 지난 지금,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확실한 재발방지를 ‘희망’하는 부모님의 ‘희망’ 덕분에, 한동안 나는 병원에서 무료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1055호 병동의 1번 침대.

자유(?)를 만끽하는 나에게 부여 된 1평 남짓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나는, 대한민국에 고하는 조국 교수의 사자후를 듣기도 하며, 앵무새를 죽이는 일련의 집단[어른]들의 냉소에 조소를 보내기도 한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에 새삼스러운 분노를 느끼기도 하며, 사무치는 외로움에 기대어 어울리지 않는 눈물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아무튼, 이러고 있다. -그리고, 이러고 있는 나의 자유를 방해(?)하는 일련의 집단이 있다.

“김민수 님, 혈압이랑 체온 좀 측정할게요.”

이곳의 자유에는, 노크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허술한 구석이 있다. 아무튼, 나는 읽던 활자를 고스란히 내려놓고 팔뚝을 드러낸 채 멍~한 표정을 짓는다(아니, 유지한다). 혈압계의 계기판이 읽히고, 체온계에서 ‘삐빅!’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여지없이 “정상이네요~”를 나직히 중얼거리며 퇴장하는 간호사의 뒷모습이 있다. 가끔은, 언제나 ‘정상’으로 귀결되는 이 귀찮은 작업이 구지 필요한가라는 무식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혹시’를 ‘역시’로 확인해야만 하는 이곳, 병원의 특성을 배려하지 않는 환자의 어리광이다.

물론 혈압과 체온을 측정하는 것으로 2시간에 한 번 이루어지는 환자체크가 마무리 되는, 나 같은 녀석만 이 병원에 누워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 분, 가글은 하셨어요? 흰색, 빨간색 번갈아 하셔야 돼요. 꼭이요!”

“할머님, 오늘 섭취량과 배출량 다 기록하셔야 돼요. 물도 몇 잔 드셨는지 써야죠~”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점심 약이에요. 발진 가려움 억제하는 약이랑 항생제에요.”

“X-Ray 촬영 다녀오세요. 할아버님, 엑.스.레.이! 엘리베이터 타셔서 본관 가시면 돼요.”

“환자 분은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으셔서 미음으로 식사를 대신할 거에요.”

“아직 외출하실 수 없어요. 구정 연휴지만 참으셔야 돼요..”

“피부 소독 좀 할게요. 다행이에요, 상태가 많이 양호해졌네요!”

“피곤하시죠? 잠깐 일어나 계세요. 주사 놓을게요.”

건강하게 살아갈 자유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침대에 퍼질러져 마음껏 공상에 잠길 자유를 빼앗는 일. 이것이 그녀들[‘그들’은 없다.]의 노동이며, 삶이다.

나는 간호사실이 바로 앞에 위치한 병동에 퍼질러져 있다. 덕분에 간호사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실랑이들을 엿듣게 된다. 대개는 민간 자본이 지배하는 병원의 생리를 용납할 수 없는 환자들의 어리광으로 해석되지만, 간혹 그 수위가 올라간다. [특히, 환자가 아닌 환자의 가족이 실랑이의 주체가 될 때는 더욱..] 버럭버럭 올라가는 데시벨은, 불편하게도 나의 달팽이관에서 진동한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야? 대체 일처리를 이 따위로 해서 어쩌자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던가! 여기서 시키는대로 본관 데스크에 갔더니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 그러고! 그래서 돌아왔더니,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지금 원숭이 훈련 시켜? 퇴원 수속 밟고 옮길테니까 빨리 처리해.”

한바탕의 폭풍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서,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어떤 흐느낌과, 그 흐느낌에 사무쳐 흐르는 눈물을..

제기랄..,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그녀들의 ‘상처’는, 대체 어떤 병원에서 치료해야 하는거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