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있어야할 자리

- 임종진

낯선

그리고 살찐 도시 비둘기 한 마리 날아와 4층 간판에 앉았다.

제 자리.

인 듯 앉아 똥 한 옹큼 싸 발기고 훌쩍 가 버린다.

있어야 할 자리.

내 있어야 할 자리 헤매다가 결국 원래 있던 자리 돌아와 머문다.

빌어먹을.

누구는 누구보고 이 자리 오라하고.

누구는 오지 않는 객들 기다리다 잠시.

그냥 잠시 자리를 떴다.

풀어야 할 것은 풀어야 하고

머물러야 할 곳엔 그대로 머물러야 하는데.

내 어디에 있어야 하나.

2001. 10. 부산

응답 1개

  1. tibayo85말하길

    오지 않는 객을 기다리다 잠시 자리를 뜬 사람의 부재하는 형상이 참 애틋하네요. 저 빼곡히 붙은 전단지는 누구를 부르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찾는데, 저 많은 전단지는 누군가를 한없이 부르는데, 자리와 자리는 만나지 않고, 주인 없는 자리만 횡댕그레하게 널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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