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잔혹사

A, B, C

- 김민수(청년유니온)

1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24세 A. 배달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도로를 질주하던 그에게 한 가지 실수가 있었다면, 그것은 마주오던 택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리라. 신은 그의 피조물인 한 인간의 실수에 대해 거룩한 행운으로 보답하지 않았고, 그는 의식을 잃었으며, 몇 주 뒤 사망하였다.

2

한 달에 150만 원을 버는 예술노동자를 꿈 꾼 딴따라 B. 꿈이 밥 먹여주지 않는 세상에서 꿈을 꾼 대가는, 그에게 너무 가혹했다. 가슴에서 꿈이 타오르는 동안, 그의 머리에는 종양이 자랐고, 그는 쓰러졌고, 사망했다. 그는 분명, 죽음의 순간에 허락 된 짧은 시간 중 일부를 할애하여, 자신의 창작 활동의 대가로 지급받은 미니홈피 도토리를 떠올렸을 것이다.

3

한예종을 졸업하고, 잠재력을 인정받은 영화작가 C. G20 개최국의 자랑스러운 시민으로써 지껄이기에는 조금 외람 된 표현이지만, 그녀는 먹지 못해 죽었다. 충분치 못한 영양공급이 치명적일 수 있는 그녀의 질병 앞에, 명징한 사인은 무의미하다. 친구도, 가족도 없냐고, 융통성 발휘를 왜 못하냐는 안타까운 읍소는 잠시 내려놓자. 지금 이 순간에도, 융통성을 발휘하여 남은 밥과 김치로 연명하는 예술가들이 숨 쉬고 살아가고 있을테니.

슬프지만,

슬픈 삶으로 초대 되어 맞게 된 비참한 죽음이지만,

나는 이들의 명복을 빌고, 좋은 곳으로 보내..

줄 수 없다.

A, B, 그리고 C

나는,

당신들 못 보낸다. 보내줄 수 없다.

이 지랄천지에, 우리만 남겨놓고 다리 뻗고 쉬는 당신들 모습 볼 수 없다.

절대로 얌전히 보내줄 수 없다.

나는, 그리고 나를 비롯한 우리는,

당신들의 슬픈 죽음을,

녹차 티백 우려 먹듯이,

간만에 지른 사골 우려 먹듯이,

그렇게 온 세상에 떠들고 다닐 것이다.

미친 세상에 희생당한 당신들의 죽음을 근거로,

살아있는 인류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그리하여 분노할 것이다.

이러한 삶이 용납될 수 없음을,

꿈과 희망이 밥 먹여주지 못하는 세상이 용납될 수 없음을,

정의롭지 못한 시대에 내 삶을 안주시킬 수 없음을,

그리하여

용납 될 수 없는 삶을 뒤집어, 우리가 꿈 꾸는 세상을 이루어 낼 것이다.

그러니까 A,B,C..

잠시만 우리 곁에 있어 줘.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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