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미꾸리 잡기

- 임종진

들녘 멀리 하루 소임을 다한 태양이 남은 기운을 쏟아냅니다.

이미 잃은 기운이라 여겨 무시 받을 일은 없다는 듯,

태양은 개구쟁이들 등짝에 붉은 빛으로 수를 놓습니다.

그 빛을 머금고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어서 밥먹으러 오라는 어미의 성화는 들리지도 않는지 아이들은

재잘재잘 쑥덕쑥덕 웅덩이를 떠날 줄을 모릅니다.

길디 긴 우기철이 끝나고 온 땅이 말라가는 즈음입니다.

먼발치서 고개를 들고 서성거리다가 은근슬쩍 곁으로 다가섭니다.

진흙 가득한 웅덩이를 아이들을 헤엄치듯 휘젓고 다니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미꾸라지 잡느라 온통 난리입니다.

찌그러진 플라스틱 통엔 크고작은 미꾸라지들이 온몸을 뒤틀어대고

서로 경주하듯이 아이들은 몸싸움도 마다않으며 바닥을 훑고 더듬습니다.

저녁 찬거리 훌륭하게 마련했으니 옷 죄다 버렸다고 어미한테 혼날 일도 없을 듯합니다.

함께 뛰어들어 동심이나 나누고픈 맘은 가득한데,

한풀 꺾인 나잇살이 그저 웬수같기만 합니다.

2009. 12. 캄보디아.

응답 2개

  1. 고추장말하길

    아이들 등에도 ‘황금빛 모서리’가 생겼군요. 저도 어린시절 논 물길을 막고 하루 종일 미꾸라지를 잡았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네요. 나도 저만큼 환하게 웃었던가… 글쎄요. 임종진님의 실어보내준 아이들의 미소가 언젠가 제게 있던 미소를 일깨우네요… 고맙습니다.

  2. 신수미말하길

    봄 기운 물씬한 사진이네요. 입가가 절로 벌어지면서 저기 섞여서 같이 놀고싶어집니다 ^^; 얘들아~ 나좀 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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