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돼지새끼 운다

- 임종진

돼지새끼 운다.

젖 달라 꼬리 흔들며 운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하나둘 그리고 다섯 여섯 그리고 열 마리 넘는 새끼들이 그렇게 운다.

꽥꽥 꿀꿀.

얼기설기 지은 돼지우리 한가운데.

큰놈 작은놈 할 것 없이 축 늘어진 어미 젖무덤에 죄다 매달려 운다.

한낮 햇살더미는 나뭇기둥 사이 뚫고 들어와 온전히 돼지들의 몸을 감싸고.

여기 이 땅.

돼지들이 운다.

살려 달라 꼬리 흔들며 운다.

제발 살려 달라 귀끝 곧추 세우며 온 털 사방으로 바짝 세우며 운다.

몇 겹 층층 쌓인 다른 돼지들 하나둘 그리고 다섯 여섯 그리고 열 마리 넘어 수십 마리 새끼들이 그렇게 운다.

꽥꽥 꿀꿀.

십 수 미터 사방으로 파 뚫은 무덤 같은 땅 속 한가운데.

큰놈 작은놈 할 것 없이 서로 밟고 누르고

새끼 어미 할 것도 없이 누구 알아볼 엄두도 없이 여물 주던 주인 어데 있나 죄다 매달려 운다.

한낮 햇살더미는 이내 포크레인 삽질에 혼쭐이 나서는 그 온전했던 빛을 잃고.

지금 이 자리.

지글지글 끓는 불판 위 돼지삼겹살 3인분이 또 운다.

벌건 그리고 흰 고깃덩어리가 바르게 누워 타닥타닥 운다.

몇 점 건져 입에 쳐 넣기도 전에 미뤘던 구역질이 목을 메꾸더니.

쓴 소주 몇 병만 가로세로 줄을 선다.

꽥꽥 꿀꿀.

꽥꽥 꿀꿀.

세금 받아 처먹어가며 나랏일 한다는 님 네들.

뒤늦을 일 하나 없다며 하품하시다가 이제 오리발 하나 덩그러니 내놓으시고.

매일 먹던 여물 오늘도 기다리던 돼지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시고.

총동원령 호루라기 소리에 놀란 4대강 포크레인 군단은 강변을 떠나 이마을 저마을 열을 지어 떠도신다.

땅구덩이에 처박혀가면서 새끼에게 젖을 물렸다는 어느 어미돼지보다도 못한 나는.

2천원 오른 삼겹살 몇 점에 이제서야 가슴이 뚫리고.

운다.

꽥꽥 꿀꿀.

돼지처럼.

응답 2개

  1. 꽃반지말하길

    아.. 저 사진이 왜 이리 아픈가요.

  2. 나무말하길

    우는 어린 것들은 어찌 그리 처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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