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이가 이뻐야 진짜 미인

- 담담

두보(杜甫), <애강두(哀江頭)>

맑은 눈동자 하얀 이의 그이는 지금은 어디에 있나
피묻어 헤매는 넋 돌아오지 못 하는구나
맑은 위수(渭水)는 동으로 흐르고 검각(劍閣)은 너무 멀어
떠난 이나 머문 이나 소식 없긴 매한가지
인생은 유정(有情)하여 눈물은 가슴을 적시는데
저 강물 저 강 꽃은 어찌 영원을 꿈꾸랴
황혼에 오랑캐 말들이 성안에 먼지 가득 일으키니
성남(城南)으로 가면서도 성북(城北)을 아득히 바라본다
明眸皓齒今何在
血汚游魂歸不得
淸渭東流劍閣深
去住彼此無消息
人生有情淚沾臆
江水江花豈終極
黃昏胡騎塵滿城
欲往城南望城北

당나라 시인 두보의 <애강두(哀江頭)>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명모호치(明眸皓齒), 즉 맑은 눈동자와 하얀 이는 여기서 양귀비를 가리킨다. 현종이 양귀비와의 좋았던 때를 기억하며 쓴 시에 나오는 이 명모호치(明眸皓齒)란 말은 단순호치(丹脣皓齒), 즉 입술이 붉고 치아가 흰 아름다운 미인과 같은 뜻으로, 동양에서의 미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동양에서의 미인의 기준은 요즘 유행하는 v라인도, 오똑한 콧날도 아니라 맑은 눈동자와 붉은 입술, 그리고 하얀 이였다. 그렇다면 왜 하얀 이가 기준이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예부터 치아의 건강함을 오복 중 하나라고 말해왔다. 그만큼 이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일터.

옛날부터 이가 건강한 것을 ‘오복(五福)’ 중의 하나로 일컬어 왔다. 치열이 가지런하고, 이가 잘 흔들리지 않고 튼튼하고, 밝고 하얀 색을 띠는 것은 타고난 복이 아니면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뭐 요즘은 스케일링이나 미백기술이 발달해서 타고난 복이라고까지 말하기만도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치아의 건강은 오복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복은 <서경>의 홍범편에 나오는 말로 壽(장수), 富(부유한 것), 康寧(걱정 없이 편안한 것), 攸好德(덕을 좋아해서 즐겨 행하는 것), 考終命(타고난 수명을 다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치아가 오복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것은 이들 오복 모두가 건강이 전제되어야 하며, 건강은 무엇보다 치아와 관계가 밀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게다.

이는 이가 타고 태어난 기운, 즉 선천에서 부여받은 신(腎)의 기운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이빨이 잘 썩고 잘 빠지고 가늘고 한 것은 장부상 신장과 관련이 있는데, 특히 부모로부터 받은 선천의 기운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평생 양치 한 번 안해도 깨끗한 사람이 있고, 치아에 신경을 많이 써도 이가 고르지 못하고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을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는데, 검은 피부에 유달리 하얀 이를 가진 흑인들을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아프리카 흑인들이 하초의 기운, 즉 신장의 기운이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체를 많이 써야 하는 야생의 기운의 건강함이 하얀 이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만큼 이라는 것은 인체의 건강의 지표이자 상징이었다.

치과 광고 전단지에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 하초가 튼실한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이가 건강한 것은 신과 이와의 관련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옛날에 이빨이 많은 사람이 그 마을의 족장이 된 것 역시 이가 건강과 지혜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뼈가 인체의 제일 깊숙한 곳에 간직되어 있는 것처럼, 오장 중 가장 안쪽에 둥지를 틀고서 생명활동의 근본을 좌우하는 장기가 신장이다. 이 신장이 뼈를 만들고, 골수를 만들고, 그리고 이 남은 것이 치아가 되는 것이니, 치아가 건강한 사람은 두뇌까지 총명한 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도 이를 뼈의 여분[齒者骨之餘]이라고 했다.

이는 뼈의 여분으로 영양은 신이 주관하며, 호흡을 하는 문이다. 이는 뼈의 기가 마지막으로 이르는 곳으로 골수가 이를 기르는데 사실은 신이 주관한다. 그래서 어떤 경전에서는 “신의 기가 쇠약해지면 이가 성글게 되고 정이 꽉 차면 이가 단단하며, 허열이 있으면 이가 흔들린다”고 하였다. 이는 뼈의 종류에 속하는 것으로, 신의 표지이다. –<동의보감>

이는 단지 사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시장을 가보면 쓸만한 소를 감별하는 방법으로 덩치가 아니라 소의 이빨을 보는 경우가 많다. 사막에서 낙타를 거래할 때도 입을 벌려보고 흥정하는데 이는 소나 낙타나 종일토록 되새김질하는 치아가 바로 건강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소나 낙타를 거래할 때 이빨을 보는 것 역시 이가 건강과 바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도 양생법 중에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동의보감에는 “새벽에 일어나 씻고 나서 양치한 물을 한 모금 손바닥에 뱉어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이것을 평생동안 하면 아주 좋은 양생법이 된다.”고 설명하고, 윗니와 아랫니를 쪼는 고치법(叩齒法)을 아침저녁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윗니와 아랫니를 단순히 부딪치는 것이 무슨 양생법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르는 소리다.

사람의 뇌 역시 운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뇌를 움직인답시고 막 자기 머리를 흔드는 사람 있다.(ㅡㅡ;) 아서라. 그냥 어지러울 뿐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것 중에 하나.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부딪치도록 씹는 행위가 바로 뇌를 운동하는 방법이다. 씹는 행위는 척추동물 중에서도 오직 포유류에만 존재하는 기능이다.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치면서 자연스럽게 입안에 침이 고이게 되고, 이 때 발생하는 진동이 두개골 전체로 퍼지는데, 이 진동이 뇌에 울림을 안겨다 줌으로서 뇌를 운동시키는 효과를 낫는다. 헬스장에 가서 보디빌딩하면서 가슴 키우며 만족하는 시간 조금만 할애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 윗니와 아랫니를 부딪쳐 주시라. 시쳇말로 머리는 장식품이 아니다. 몸만 운동해야 하는게 아니라 머리도 꾸준하게 운동을 시켜줘야 한다.

입을 벌리지 않은 채 윗니와 아랫니를 부딪쳐 주시라. 그리고 그 때의 울림을 느껴보시라~~

이 때 입을 연 채가 아니라 입을 벌리지 않은 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를 부딪히면서 그 때 ‘딱-’하고 퍼지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번들 해보시라. 어때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지 않으신지? 이 고치법을 통해 신장이 약한 사람은 신의 기운을 모아 신장관련 질환을 예방하고 정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머리가 맑아져 기억력 향상, 집중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30번 정도 천천히 이를 딱딱 부딪쳐 주면 자연히 침이 고이고, 이 침을 다시 삼켜 몸 안으로 보내는 것, 이것이 양생법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양생법이다.

부스럼은 이를 자극해 머리를 각성시키는 방법이다. 앞으로 견과류를 먹을 때 이로 깨서 드시길. 호도는 약간 무리일 것 같기도 하지만. ㅡㅡ;

우리가 대보름날 부스럼이라고 하는 것을 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이다. 부스럼이란 밤, 잣, 호두, 땅콩등 견과류 겁질째 깨물어 먹는 것을 말한다. 이는 겨울동안 연한 음식에 길들여진 치아를 자극하는 방법이자 머리를 각성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대보름날 호두를 깨먹을 때 망치로 깨지 말고 직접 자신의 이로 깨보시길. 그게 원래의 부스럼의 의미이다.

이가 이뻐야 미인인 이유를 이제 아셨는지? 앞으로 여자를 볼 때, 혹은 남자를 볼 때 이를 먼저 보시라. 이 사람이 건강한지, 현명한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담담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응답 4개

  1. 담담말하길

    울새이님, 치아 색깔이 변하는게 신과 연관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ㅡㅡ; 저도 찾아봤는데 안 나왔어요..ㅎㅎ 하여튼 치아의 색이 변하는건 어딘가 이상이 있다는 것일듯 해요.. 박카스님, 하기쉬운 건강법이긴 한데 꾸준히 실천하긴 어렵죠..시간날때마다 꾸준히 그림에 나오는 도사처럼 이의 부딪히는 소리를 들어보세요..가능한 윗니와 아랫니를 크게 벌려 딱 소리가 내 뇌를 울린다는 느낌으로요..^^

  2. 울새이말하길

    양치질을 정성껏 하는데(치석이 별로 없고 치아관리 잘한다고 치과에서 칭찬) 갑자기 앞니에 때가 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궁금궁금. 동의보감에도 안나와있고(못찾았나? ㅋ). 신장의 기운과 관계있는 것인가요?

  3. 박카스말하길

    오호, 벌써 아래, 위로 이를 몇 번 부딪치니 머리가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좋은 건강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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