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선곡표

3월 작곡가

- 신현주(수유너머N)

봄이다.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에 흥분해서 얇게 입고 나갔다가 아직은 서늘한 봄 바람을 맞고 감기 걸려버리는 봄이다. 1월에 세우지 못한 계획이나, 작심삼일로 포기해 버렸던 새해 계획을 다시 세우기 딱인 3월을 맞아 한 달에 한 번은 달과 관련된 이들에 대한 짤막한 정보와 곡을 소개하는 ‘O월 선곡표를 매달 쓰겠다!’라는 작은 목표를 나도 세워 본다.

· 1844년 3월 10일
10일은 스페인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1844~1908)는 스페인의 팜플로나(Pamplona)에서 태어났다. 그는 19세기의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한 사람으로 마드리드와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투명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감미로운 음색을 내고 화려한 기교를 구사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폭넓은 비브라토와 개성적인 리듬을 잘 살리는 연주에 아주 뛰어났다. 그는 자신이 연주할 목적으로 직접 작곡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 중에서 ‘집시의 노래(Gypsy Airs)’라는 뜻의 ‘치고이너바이젠(Zigeunerweisen) Op. 20’이 유명하다. 1878년 헝가리를 여행하던 중 집시들의 민요를 채집하여 작곡한 곡으로 집시들의 열정과 애수 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기교가 뛰어난 연주가가 아니면 연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작곡되었던 그 당시엔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뿐이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기교를 시험하는 곡이 되었다. 이 곡의 전체는 3부분으로 되어있는데 1, 2부는 방랑 생활의 호탕함과 애수를 노래했으며, 3부는 집시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광경을 표현하였다.

1847년 멘델스존이 그린 수채화, 스위스 루체른 풍경
· 1845년 3월 13일
13일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 64’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었다. 브람스(Op. 77, 1878), 베토벤(Op. 61, 1806)과 함께 3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인 이 곡은 협주곡의 기본 형태인 3악장으로 되어있고 악장 사이를 쉼 없이 연결해서 연주하는 곡이다. 시작하자마자 독주 바이올린이 연주되면서 곡을 이끌어나가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전개로 주목받았고, 쉬운 멜로디와 로맨틱한 분위기로 19세기 전체를 통틀어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멘델스존(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 1809년~1847년)은 독일 초기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로 유태인계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며 윤택한 음악 교육을 받았다. 그는 일찍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여 9살에 공개 연주를 하고 11살부터는 작곡을 시작하여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의 서곡을 작곡한 것이 불과 17살이었다. 그는 낭만주의 작곡가이지만 고전주의 경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의 유명한 작품은 바흐의 고전 음악 연구에서 많이 배워, 바흐를 세상에 다시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 1919년 3월 17일
17일에는 냇 킹 콜(Nathaniel Adams Coles, 1919~1965)이 태어났다. 냇 킹 콜은 가수이자 재즈 피아니스트로 기타, 베이스, 피아노로 구성된 재즈 트리오 양식을 정립한 선구자이다. 1930년대 말부터 40년대 초까지 많은 레코드를 녹음해 발표하면서 재즈 피아니스트로 재즈 피아노 트리오 양식의 발전에 기여했고, 50년대 이후에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더욱 명성을 얻었다. 그의 수많은 대표곡들 중에 ‘Unforgettable’은 1951년 어빙 고든이 작곡한 발라드의 고전을 그가 다시 불러서 반세기가 넘도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재즈 보컬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딸, 나탈리 콜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1991년 아버지와의 듀엣으로 새롭게 발표하여 1992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하였다.

· 1975년 3월 18일
18일에는 동물을 사랑하는 음악가 루시드 폴(본명 조윤석, 1975~)이 태어났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논문을 발표하면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였고, 지난 2009년에 귀국하여 전업 음악인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5집 앨범 ‘레미제라블’의 전업 음악인으로의 자리를 잡으면서 EBS 세계음악기행 DJ, 시인 마종기와의 주고 받은 이메일을 엮어낸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의 지은이 그리고 스위스의 썰렁하고 음울한 기운을 퍼뜨리려 만들어 냈다는 그 만의 ‘스위스 개그’ 창시자로 조용히 활동하고 있다. 루시드 폴은 최근에 와서는 같은 양말이 20켤레나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 기사화 될 정도로 2, 3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 루시드 폴의 반려견, 문수와의 에피소드를 담은 ‘문수의 비밀’은 옆집 강아지 ‘대한이’의 피쳐링(친한 동료 뮤지션을 초대한 뒤, 노래나 악기의 파트를 나누어 작품을 녹음)까지 들어간 재미있는 곡이다.

응답 2개

  1. 말하길

    농사 짓느라 몸이 쑤시고 마음은 촌스러워졌는데, 선곡해주신 음악을 들으니 몸이 녹진녹진해지고 영혼의 호사를 누리네요. 땡큐

  2. 푸른숲말하길

    좋은음악 선곡 고맙습니다~

    여러빛깔의 음악이 어찌나 맘을 설레게하고 위안이되는지…

    다음주가 너무 기다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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