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환절기 나는 법

- 담담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까한다. 그렇다. 할 얘기가 떨어졌다는 소리다..ㅎㅎ 요 며칠 찬바람이 불더니 코감기가 단단히 걸려버렸다. 이 글 역시 콧물이 멈추지를 않아 콧구멍에 휴지를 돌돌 말아 끼운 채 쓰고 있다.

지금 제 상태라는..ㅡㅡ;

읽어야 하는 책이 있어서 밤을 새서 책을 읽고 추운 날 잠깐 책상에서 눈을 붙인게 화근이 된 듯 하다. 하지만 이건 어쩌면 사후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끼어맞춘 것 일수도 있다. 감기가 든 결과론적 상황을 두고, 그 앞에 어떤 원인이 있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낮에 책상에서 잠깐 조는 것이 이번 일만도 아니다. 책상에서 엎드려 졸다가 깨면 한기가 들어 오싹한 것들을 자주 경험들 하셨을게다. 하지만 내 몸이 건강했다면, 외부의 찬 기운을 막을 만큼 기력이 충분했다면, 일어나서 차가운 기운이 몸 속 깊숙이 들어가기 전에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운동을 해줘서 찬 기운을 물리쳤더라면,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지켰더라면 감기에는 걸리지 않았을거다. 따라서 모든 것을 단순한 인과론적 해석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번 일본대지진을 보면서 너무 슬픈 기운이 들어 폐가 상해서 감기가 온 것 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보자면 병이란 어쩌면 존재의 경고등이자, 존재에 질문을 던지는 화두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전에 소개해드린 <보왕삼매론>에도 가장 처음 나오는 대목이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것이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

몸에 병이 나는 것은 어떻게 보자면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병이 안나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ㅡㅡ; 이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쳐가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요즘같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평소에는 자신의 몸, 일상, 세상에 대해서 생각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병이라도 들어야 어디 내 몸이 이상이 있구나하고 조금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람의 경우 대부분 그 관심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저 약국에 들려서 약을 사먹거나, 혹은 병원에서 주사 한 방으로 끝이 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병 역시 이 시대에서는 철저히 몸과 단절된 외부적 사건으로 그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병이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지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병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정상/비정상의 도식으로만 병을 접근하고, 이를 단지 제거해야 할 무언가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 병이 왜 걸리게 되었는지, 나의 어떤 활동들이, 나의 어떤 습관들이 그 병을 가지고 오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병으로서 양약을 삼으라는 말의 의미일 터이다.

병주고 약준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병을 약으로 삼으라고 재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자면 병이란 시간을 거쳐서 결국 앓아야 하는 것일 수 있다. 병이 들었는데도 아프지 않고 낫기를 바란다는 건 어쩌면 도둑놈 심보일 수 있다. 물론 병에 든 환자에게 이런 말이 너무 잔인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건강이란 것 역시 그런 점에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건강이란 단순히 어떤 병에도 안 걸리는 것이 아니다. 병을 앓고 그 병을 통해 자신을 알고, 세상을 아는 것! 그렇게 보자면 건강이란 병에 걸리지 않는게 아니라 병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 신체를 만드느냐,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병 든 신체와 병들지 않은 신체를 자유자재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병을 다섯 단계로 나눈다. 아(痾)-채(瘵)-고(痼)-질(疾)-병(病), 이 다섯 단계다. 아(痾)는 병의 씨앗이 뿌려지는 단계로, 그것이 마음 씀씀이든, 생각이든, 몸의 자세든, 식생활이든 한쪽으로 치우쳐 가고 있음을 말한다. 편애(偏愛), 편견(偏見), 편식(偏食)등이 이러한 것이다. 이 단계를 넘어서 치우친 정도가 심해지면 채(瘵)의 단계로 들어서 무언가 이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점점 굳어지고 습관이 되어 몸에 붙으면 고(痼)가 된다. 관성에 이끌려 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서 질(疾)의 단계에 이르면 육체적으로도 이상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병(病)이 되면 나의 의지와는 달리 병이 자신의 신체를 점령하게 된다. 병과 싸워야 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즉 병이란 것이 어떤 문제라고 한다면, 가령 감기가 들었을때도 마찬가지로 거기에는 분명히 병들어 갈 수밖에 없는 여러 정신적, 신체적인 습관적 요인들이 누적되어 있는 것이다. 그 누적된 결과로서 ‘몸이 아프다’라는 신체적 각성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이런 요인들을 무시하고 단지 병적 증상만을 제거하려 한다면 당장의 육체적 고통을 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원인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에 대한 질문없이 단순히 빨리 낫기만을 바라는 것은 좋은 숙제거리를 나몰라라 내팽개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단 코감기가 드는 것은 폐가 상했기 때문이다. 폐에 한기(寒氣)가 든 것이다. 감기(感氣)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기(氣)를 느끼는 것(感)이다. 이 때 기라고 하는 것은 사기(邪氣), 즉 나쁜 기운을 말한다. 이 나쁜 기운이 외부에서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 감기다. 기본적으로 환절기시 감기가 많이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인데, 몸이 기운의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하다면 이러한 기운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겠지만, 이 기운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면역력이 약한 이라면 사기가 몸 안에 침입해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감기에 걸릴 때 열이 나는 건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초기에 감기가 들었을 때는 전에 소개해드린 것과 같이 풍부혈(風府穴)에 따뜻한 기운을 쐬어 주는 것이 좋다. 풍부혈이란 혈자리 이름이 그렇듯이 바람이 드나드는 혈자리로, 이쪽을 통해 차가운 기운이 들어온다. 그래서 감기기운이 든다 싶으면 목덜미 뒷부분에서 반 뼘쯤 내려온 이 부분을 손바닥을 비벼 따뜻한 기를 보충해 주거나, 급할 때는 헤어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쐬어주면 좋다. 이는 따뜻한 기운을 통해 사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감기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는다거나, 이불 뒤짚어 쓰고 땀을 쫙 빼고 나면 낫는다는 식의 이야기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몸에 열이 나는 것은 우리 몸이 회복되는 신호다. 상처가 나서 염증이 생길 때도 열이 나는 것 역시 몸이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과정이듯이, 감기의 경우도 열이 나는 것은 인체 스스로 나쁜 기운을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몸이 회복 시스템을 진행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해열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감기가 오래되면 감기 이외의 합병증이 올 수 있기도 하다는 점에서 열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감기, 몸살의 고열은 병리현상이 아닌 자연적 치유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해열제로 열을 일시적으로 내린다해도, 다시 또 열이 오르고, 또 해열제로 열을 내리기를 반복해 본 일이 있을 거다. 따라서, 이 때 무리하게 열을 꺼주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감기약을 가리켜 해표지제(解表之劑)라 부르는데 여기서 해표(解表)라 함은 감기의 열을 피부 밖으로 쫓아낸다는 뜻이다. 이는 감기의 열을 피부 밖으로 유도를 해서 불길을 내보내는 개념이지, 억지로 불을 끄려고 찬 물을 붓는 식이 아닌 것이다.

코감기는 폐에 한사가 들어생기는 경우이므로 폐를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 양 손 가운데 손가락으로 콧망울을 2-30번씩 비벼주어 코 안팎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러면 폐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콧물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오미자 차를 마셔주는 것이 좋다. 오미자가 폐를 따뜻하게 보해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오미자 말고도 생강이나 흰 파뿌리를 다려 먹는 것도 좋다.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한 마디 더 하자면 병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양약으로 삼으시길..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분히 몸을 쉬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나 같은 백수에게나 가능한 일이지만. 쩝.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는 쉬는 것조차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일 거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병을 달고 살 수 밖에 없다. 이는 실제로 병치레를 많이 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병속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병이 들었다 회복했다만을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은 병과는 상관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병으로서 양약을 삼으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하는 이유이다. 모든 공부는 수행이다. 그리고 공부든 수행이든 어떤 특별하고 유별난 것을 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우리 역시 병을 통해서도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응답 2개

  1. 울새이말하길

    담담 님의 글을 읽으면 이런게 앎이구나~이런게 앎과 삶이구나~많이 느낌니다. 그만큼 손꼽아 기다리는 글입니다!!! 애독자를 위해 열심히 써주세요~~^^

  2. 4월말하길

    푹~ 쉬고 쾌차하시길…사진 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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