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라시나우 리뷰

리비아 개입 논쟁

- 수유너머R 영어세미나팀

 

지난 목요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결정하면서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가다피에 맞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수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레바논이 이에 찬성했고 러시아, 중국, 독일, 인도, 브라질은 기권했다. 논쟁 중에 있던 국제 세력의 개입은 가다피의 군대가 리비아 저항군이 모여 있는 벵가지로 향함에 따라 갑작스럽게 결정되었지만 이를 둘러싼 법적, 정치적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다피의 휴전 선언을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는 이유를 살펴본다.

학살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적 개입 당연하다

국제세력의 개입에 대한 요구는 가다피 용병군과 저항군이 전국 각지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면서 사상자가 속출함에 따라 커졌다. 가다피 군대는 수도인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약 30마일 떨어져 있는 석유 도시인 알-자이아에서 대포, 탱크 그리고 비행기로 도시를 공격했으며, 정부군 역시 동부의 라스 라누프를 공습해 석유 시설을 불태웠다. 또한 가다피는 고위급 외교 사절을 카리오, 브뤼셀, 리스본 그리고 말타에 보내 외교 공세를 펼쳤다.

상황이 내전으로 치닫자 가다피의 공군을 무력화하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그러나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지적했듯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란 곧 공습을 의미하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한편 가다피는 지난 화요일 터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결과적으로 신식민지주의, 제국주의라고 주장하면서, “리비아의 석유, 자유, 땅, 사람들을 장악하고자 하는 적들의 공격에 리비아 국민들은 무기를 들고 나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다피의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국제세력의 개입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벵가지 저항군 일원 에삼 게리아니는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밥 알아지지아, 트리폴리 등 용병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국제세력의 개입은 매우 합리적이라며 개입에 찬성했다. 그는 “토론하는 사이에 더 많은 사망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암살자들(가다피 정부)이 국제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는 한,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다피는 저항군과 달리 무기와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되면 가다피는 48시간 내에 무너질 것입니다. 초기의 봉기에 대한 충격을 가다피는 이미 다 흡수했습니다. 지금 남쪽에서 용병들이 오고 있습니다. 가다피가 다시 정권을 손에 쥐도록 국제사회가 허락한다면 그것은 비극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정권은 어떤 도덕적 근거, 윤리적 근거도 가지지 못합니다.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리비아는 작은 나라이고 한 사람의 목숨을 잃는 것도 매우 큰 손실이 됩니다. 이미 수백명이 죽었지만 말입니다. 오늘로서 3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러한 학살이 일어나고 있는데 개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가지고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수치입니다. 도덕적으로 보더라도 그들은 빨리 입장을 정하고 이 나라를 구하고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아야 합니다”.(벵가지 저항군 에삼 게리아니)

국제법 위반하는 국제적 개입의 동기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비행금지구역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리차드 파크 프린스턴 대 명예교수는 개입의 역사를 볼 때 결과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고 국제법과 유엔헌장 위반이므로 개입에 반대한다. 유엔에 대해 개입의 요구가 일어나는 것은 유엔이 보다 덜 서구적이라는 생각에서이지만, 사실상 공습이 시작되면 미국이 주도하게 된다. NATO의 원조 아래에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미국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파크 교수는 국제세력의 개입은 항상 선택적이었기 때문에 그 동기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주권, 국내 문제를 자율적으로 다룰 권리 등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매우 슬프기는 하지만, 역사를 돌아볼 때 외부 세력의 개입에 의존하는 것보다 자율적인 결정과 역동성을 믿는 것이 상황을 완화시키는 데 더 낫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리비아가 주권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비개입 원칙에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방법이어야 합니다.”

리차드 교수가 말하는 역사적 선례란 물론 이라크 전쟁을 말한다. 미국의 불법적 개입으로 인해 이라크는 끔직하게 파괴적인 전쟁의 국면으로 들어 섰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이라크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개입이 선택적이라는 것은 2008년 가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가자에 있던 사람들은 공중, 지상, 해상에서 쏟아지는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개입은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또 미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 외에도 예맨과 소말리아에도 일정 수준의 개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또다른 군사적 개입에 나서는 것은 과대 확장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국내의 사회적 요구들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확실하지도 않은 미션을 수행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확장이라는 것이다.

휴전은 다행, 그러나 포괄적 무력 사용의 결말 예측할 수 없다

UCLA 법학과 교수 아슬리 발리 역시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법적인 문제와 더불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명백한 반대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결정은 너무나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인 보호를 위한 어떤 조치도 수행할 것’을 명시한 ‘유엔 해결책’은 이번 공습이 단순히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을 훨씬 넘어서 갈 수 있는 여지를 시사하며,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포괄적인 무력 사용에 대한 결정이 정확한 전략적 판단을 바탕으로 나온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 ‘유엔 해결책’이 나왔을 때 목표는 휴전을 이끌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허가된 무력 사용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모든 필요한 조치들이 허용된다는 것은 누군가 말했듯이 ‘비행금지구역’이 얼마든지 ‘주행금지구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국적군의 공습이 공중에서 지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무력 사용에 대한 매우 확장적인 허용입니다. 유엔 해결책에는 외국 세력의 리비아 영토에 대한 어떤 점령도 배제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 조항을 교묘하게 해석하여 그 의미를 좁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즉 공격의 한계가 분명치 않은 것입니다.”(아슬리 발리)

공격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가다피가 물러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육지에서의 상황이 동결됨에 따라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곧 리비아의 구역 나누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저항군이 있는 동부의 벵가지와 가다피가 여전히 통제권을 행사하는 트리폴리와 나머지 지역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포괄적 무력에 대한 허가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다.

가다피가 휴전을 선언했다. 이로써 시민들의 목숨이 보호되고 벵가지의 전투가 소강 국면을 맞게 되었으므로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유엔 해결책과 여러 국제 인사들의 말들을 볼 때 안심하기엔 이르다. 그러므로 유엔 해결책의 동기, 전략적 배경, 목적을 정확히 묻고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그 목적이 가다피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라면, 휴전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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