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잔혹사

반 값

- 김민수(청년유니온)

고교 졸업자의 85%는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아닐까 싶다.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비례한다는 통념의 진리치가 조금만 더 높았어도, 우리의 경제 대통령께서는 본인의 747 대선공약을 이뤘을지도 모른다. (물론 실제 결과는 747이 아닌 반토막이였지만.) 여튼, 이렇게 절대적인 수준의 대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와 관련 된 사회적 이슈들이 불 타오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오늘은 대학생 이야기를 한 번 해봐야겠다. 청년노동의 잔혹사를 끄적인다는 녀석이 왜 대학생 타령인가 싶기도 하지만… 청년들이 겪는 다양하고 질 낮은 노동의 문제들은 결국 대학이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학자금과 공통분모를 상당부분 공유 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도 좋을 법 하다.

중산층, 혹은 그보다 경제적 여건이 버거운 대다수 가정을 상상해보자. 문제! 매 년, 천 만원 단위의 종잣돈을 한 큐에 동원할 수 없는 이들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문제가 너무 쉬우니 바로 답을 공개한다.

1.빌린다.
2.번다.

먼저 1번 정답. 막중한 학자금대출이 선사하는 폐허의 삶은 이미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 충분히 언급 된 것으로 판단한다. 연봉 800만 원의 커피숍 파트타이머로 살아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2~3000만의 무게로 짓누르는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대체 어떤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음으로 2번, 번다. 대학생들이 학업과 병행하여 수행할 수 있는 돈벌이는 단연 사교육 시장이다. 사교육 시장의 수요자였던 학생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교육 시장의 공급자가 되어 등록금을 충당한다. 참으로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지만, 아무튼 현실이 그렇다. 과외와 학원으로 대표되는 이 사교육 시장을 통해 대학생들은 제법 쏠쏠한 시급을 챙긴다. 물가상승률을 아랑곳 하지 않는 수업료와 살인적인 보강·보충에 시달리는 학원강사 문제, 알선업체의 대두로 눈 먼 수수료를 따박따박 뜯기는 과외 업계의 실태는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과도하다는 표현으로는 과도하게 부족할 정도로 비대해진 사교육 시장의 중심에서 등록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대학생의 비율은 결코 높지 않기 때문이다. SKY를 정점으로 서열화 된 기형적 학벌사회에서 사교육 시장 소득의 평등한 분배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 시장에서 배제 된 대학생들이 학업과 병행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간단하다. -편의점, PC방, 패스트푸드, 커피숍, 호프집, 레스토랑 … 애석한 점은, 대학생들이 마주할 수 있는 일련의 파트타임 직종의 시급이 대개 최저임금 선에서 결정 된다는 점이다. 2011년 법정 최저임금 4320원. 참으로 알량한 금액이다. 수 많은 대학생들이 이 정도 수준의 시급에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며 등록금을 충당한다. 충당한다? -천만에, 충당할 수 없다.

1년 치 등록금을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최저임금인 4320원으로 나누어 보면, 대략 2300시간이 산출 된다. 이를 일일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어 보면 약 290일이 산출 된다. 백번 양보해서 시급 5000원으로 계산해 보아도, 2000시간에 250일이 산출 된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하지 않았는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 풀타임으로 250~300일 정도 일하면 당신의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 1년은 365일이니, 나머지 60일 동안 번 돈으로 1년 치 밥값, 술값, 통신비, 교통비, 월세를 내면 될 것이다. 역시, 한국의 대학은 머저리가 아니다. 신체건강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벌어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등록금을 책정한 것이다. -미친.

미친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흥분은 잠시 가라앉히고, 잠시 2007년을 되새겨 보자. 당시 리명박 후보께서는 대선공약으로 ‘반값등록금’을 내걸었지만, 당선 이후 이와 관련한 어떤 정책도 실현하지 못했다. (않았다?) “내 자신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 한 일이 없습니다만.”이라는 멋진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가카를 변호하기 위한 교과부 장관의 코멘트는 더욱 가관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인터뷰 사진으로 대체한다.

캬, 반값등록금은 심리적 부담을 반띵하겠다는 의미. 대단한 녀석들. 나 같으면 뚫린 입을 저렇게 못 놀린다. 다음은, 등록금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반으로 줄어든 결과이다.

“’또’ 등록금 마련 비관 자살··· 대학생 ‘심정 공감’”
“생활고·취업난에 자살 대학생 속출”
“휴학 여대생 학자금대출 고통 끝 자살”

국민통합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원하는 또라이에게 간언한다. 불신과 불통, 불화의 근거를 국민성에서 발견하는 작태는, 국정을 책임지는 존재에게 부합하는 행위가 아니리라. ‘연평도 사건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조단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국민들의 불신에서 비롯’ 되었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기 이전에 스스로를 성찰하길 바란다. 당신이 반값등록금이라는 당선 전용 이빨까기를 활용하여 국민적 신뢰를 땅꽁 까먹듯 발라 잡수시는 동안, 이 땅의 꽃피는 청춘들은 주검이 되어 이승과 작별하였다. 마이클 센델의 배스트셀러를 독해했다는 각하에게 묻는다. 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교육과 죽음이 양립하는 야만의 국경에서, 정의는 유효한가?

응답 1개

  1. 123말하길

    굳이 진학하지 않아도 될 사회에 불만은 많지만 당장 자신의 신분이 상승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누구 같은 또라이 넘들이 진학하니깐 문제인거 아닌가요. 학교 갈 돈 없는데 공부 하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지원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 합니다. 교육의 기회를 제공 받는건 중등교육 까지로 충분 한거죠. 배설로 자신의 울분을 자위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이빨까기랑 별로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며 되는데로 간언하는 리플을 달아 올립니다 ^^ 설찰하길 바라오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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