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선곡표

발명

- 신현주(수유너머N)

바흐 인벤션은 바흐가 아들을 위해 작곡한 교육용 음악이다. 피아노가 발명되기 전 18세기에 사용되던 건반악기, 클라비어를 위한 연습곡으로 2성부곡을 ‘인벤션’, 3성부곡을 ‘신포니아’라고 부른다. 여기서 성부란 독자적인 선율 라인을 말하는데, 두 개의 성부가 하나의 작은 선율을 발전·응용시키면서 만들어나가는 ‘대위법’이라는 작법을 사용해 만든 곡이다.
인벤션이라는 명칭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가 붙인 것이 아니라 자필 원고에 쓰인 ‘인벤치오(Inventio)’라는 말을 일반화 시킨 ‘창의’ 또는 ‘착상’이라는 말이다. 인벤션은 바흐의 작곡 목적인 건반악기의 기법을 연습하기 위한 범위를 넘어 건반악기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바흐의 자필 악보에는 자세한 악상기호가 없고 피아노가 아닌 건반악기를 위한 곡이기 때문에 곡의 해석에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그 만큼 다양한 연주가 이뤄지고 있다.
바흐의 인벤션 중에 4번(Inventio 4, BMV 775)은 내가 바흐를 처음으로 접했던 곡이었다. 단! 2쪽이고 8분음표와 16분음표가 일정하게 나오는 악보를 처음보고는 ‘쉽겠구나~’ 했지만, 직접 한 음 한 음 읽다가 ‘이거 장난 아니구나!’를 외치게 만들었다. 우선 오른손이고 왼손이고 손가락이 돌아가지 않고, 긴 트릴을 연주할 힘이 손가락에 없었고, 클라비코드의 특징을 나타내는 8분음표를 연결하지 말고 그렇다고 스타카토도 아닌 그 중간의 터치를 표현해 낸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사실 이건 지금도 완벽하게 되진 않는다.) 그래도 계속 연습하게 했던 건 지금도 가끔씩 메트로놈, 속도를 한 단계씩 높여가며 정확하면서도 완벽하게 연주하고프게 하는 건 이 곡의 선율과 화성에서 느껴지는 곡의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토록 좋아하는 곡을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었다. 그 첫 번째가 파블로 밀라네스 & 추초 발데스의 앨범 !에서 “Pilar”이다. 들어보자.


곡의 처음과 마지막에 이 곡의 처음 부분에서 종지까지의 한 프레이즈를 연주하고 원곡과 다른 조에서 종지한다.

두 번째 곡은 신화의 의 “All Your Dreams”이다. 들어보자.

이 곡에선 앞에 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바흐의 곡을 활용해서 곡을 만들었다. 곡을 전체적으로 조 바꿈을 하고 선율을 장식해서 곡을 만들었다.

대위법은 중심 선율을 한 성부에서 연주하면 그 선율을 다른 성부에서 받아서 다시 반복하고 이 둘이 합쳐지면서도 각 성부의 독립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작법이다. 이 대위법 음악의 거장 바흐하면 떠오르는 20세기 피아니스트가 있는데 바로 ‘글렌 굴드(Glenn Gould, 1932~1982)’이다. 글렌 굴드는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그의 ‘골든베르크 협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이 유명하다. 아주 낮은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서 허밍을 하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글렌 굴드만의 음반은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세기의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낭만파 음악가들의 기교적이고 서정적인 작품만을 연주하는 것을 비판하며 바흐 음악을 집중적으로 연주하였다. 글렌 굴드의 허밍이 섞인 바흐 인벤션 4번을 들어보자.

돌림노래 같기도 여러 성부가 대화하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한 대위법 음악은 분석해 보면 잘 계획·계산된 음악이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화성감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정말 멋지다. 공부할수록, 연주할수록 빠져들게 하는 아주 매력적인 음악이다.

응답 1개

  1. 연초록말하길

    고등학생 시절, 서울에 올라와서 여름 방학, 겨울 방학

    하고 싶은 공부를 하러 종로에 다니곤 했지요. 집을 떠난 어린

    마음에 어느 날 음반가게 앞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끌려

    들어가서 무작정 지금 소리가 나오는 음반 보여주세요 해서

    구한 것이 베토벤의 열정, 월광, 비창이 들어있는 엘피 판

    그렇게 클래식 음악과 인연을 맺었고 거의 40년 세월이

    흘렀네요. 오히려 제겐 클래식 음악이 편하고 다른 음악은

    거의 모르던 상태에서 요즘 새로운 음악과 사귀고 있던 시기에

    나만의 선곡표를 발견한 날 밤, 조금 일찍 잠들려던 계획이

    다 어긋나고 말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네요. 감사, 감사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