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잔혹사

주휴수당

- 김민수(청년유니온)

다짜고짜 문제 하나 들어간다. -시급 5000원을 받는 파트타이머가, 하루 5시간, 주 5일 일을 한다. 이 파트타이머의 ‘주급’은 얼마일까?

125,000원이라고 답변하신 분들은, 초등교육 과정의 산수를 정확히 활용하신 분들이다. 우선 박수 드린다. -애석하게도, 정답은 아니다. 노동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에게는 ‘유급’ 주휴일이 주어진다. 주휴일이면 주휴일이지, ‘유급’은 또 뭘까? 그냥 간단하게, 돈 주는(유급) 쉬는 날(주휴일)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유급 주휴일에는 통상적인 근로일의 하루치 임금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위의 파트타이머는 주당 25시간 일하기 때문에 유급 주휴일 지급 대상이다. 따라서 저 친구의 주급은 근로제공에 따른 임금 125,000원에, 유급 주휴일에 따른 주휴수당 25,000원을 더해서 150,000원이다.

‘극한의 감정이입’이라는 제목의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주휴수당’을 재탕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쓸 소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응?). -농담이고(진담일 수도..), 주휴수당이라는 키워드는 ‘청년 노동의 권리’를 설명하는 핵심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많은 청년들이 주휴수당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고 보이는 반응은 놀라움이다. 저런 것도 존재했냐는 놀라움인 것이다. 그동안 거쳐 왔던 노동의 경험들이 뇌리를 스친다. ‘나는 대체 얼마를 못 받은 것인가?’ 당혹스러움을 만회하고자 이성적인(?) 질문을 내던진다.

“그거, 알바(아르바이트)도 주는거야?”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다. ‘청년 노동 = 아르바이트’로 치환하는 매트릭스가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럼 이 즈음에서 한 번 물어보자. 아르바이트란 무엇인가? 대체 무엇이 아르바이트이고, 무엇이 노동인가.

짧게 일하면 아르바이트인가? (8시간 보다) 짧게 일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단시간 근로자’ 혹은 ‘파트타이머’라는 정확한 명칭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소위 알바들도 법정 근로시간(8시간)을 꽉~ 채워서 근무하는 이들이 결코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아르바이트 = 짧게 일하는 근로자’라는 공식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쉬운 일은 아르바이트인가? 통상적인 노동(대체 여기서 말하는 ‘통상’은 무엇인가?)보다 그 강도가 낮은 일들을 아르바이트라 칭하는 것일까. 커피숍에서의 노동은, 생산라인에서의 노동보다 그 강도가 낮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라고 부르는가? 상대적으로 노동의 강도가 떨어지는 감시.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경비직원(이들에 대해서는 노동부 장관에 승인에 의거하여 최저임금의 20%를 감한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에 대하여 ‘아르바이트’라 칭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생계가 아닌. 용돈벌이로 일하면(소비생활을 위하여) 아르바이트인가? 청년 혹은 청소년 노동을 바라보는 아주 간결한 시각이, ‘저 녀석들은 부모님들한테 생활비 받아 쓰고 있지만, 옷 사서 입고 놀러 다니려고 용돈벌이 하는 것이다.’ -푸핫. 대체 어디까지가 ‘생계를 위한 소비’이고, 어디부터가 ‘용돈 삼아 쓰는 소비’인가 (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읊자면, 아르바이트라는 개념에는 실체가 없다.
아르바이트는 없다. 그렇기에, 당신의 노동은 무조건 ‘노동’이다.
고로, 당신은 ‘주휴수당’을 받아야 한다.

‘사업주에게 당당히 주휴수당을 요구하라’는 소리는 못 하겠다.
현실운동을 한다는 녀석이 현실과 괴리된 주문을 할 수는 없으니까.

퇴사할 때 즈음해서 공식적으로 청구하자.
“주휴수당이라는 것이 있는 데, 나 한 번도 못 받았다. 셈해서 계산해 달라.”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시면 좋은거고, 이건 뭔 개소리냐는 표정을 지어주시면 노동부에서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를 받자. 당신의 급여 통장 사본만 있어도 ‘주휴수당 미지급에 따른 임금체불 구제신청 절차’를 받는 데에 별 무리가 없으며, 근무일지 혹은 근로계약서까지 함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별로 어려운 절차는 아니지만 이것도 혼자하려면 조금 까다로운 작업이니 일단 연락 주시라 – 02 . 735. 0262

이런 거 저런 거 다 떼주면 사업주가 뭐가 남겠냐는 걱정은 잠시 접어 두자. 사업주가 마주하는 자본의 모순은 가맹 본사와의 불공정 계약관계와 한국 사회의 미친 땅값에 근거한다.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자신이 고용하는 노동자에게 전가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처구니 결핍이다. 그들의 문제는, 그들이 고용하는 노동자에게 법률상(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준 뒤에 -당당히 전면에 내거시라. 괜히 당사자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응답 1개

  1. 퇴사할 즈음해서 공식적으로 청구하자라는 말이 참으로 걸리네요. 영세업자들 중 주휴수당 개념도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위 내용의 예를 빌려 일주일에 2만 5천원이면 한달에 십만원. 다섯달 일한 직원이 퇴사와 동시에 주휴수당 소급지급을 요구한다면 업주 입장에선 오십만원이라는 큰돈이 훅 하고 빠져나가는 셈이죠. 법적으로 당연히 줘야하는 돈이지만 그걸 몰랐던 업주 입장에선 안나가도 될 돈이 나가는 기분이 듬과 동시에 주휴수당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말하지 않고 퇴사시에 슬그머니 말하는 직원의 태도에 배신감이 큽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첫달 월급 받을 때 주휴수당에 대해 직원이 얘기를 했다면 좋았을 것을요. 굳이 갑을을 따지자면 을인 직원입장에서 업주에게 주휴수당 이야기를 꺼내는게 쉽지 않은 일임은 압니다. 하지만 서로 조금만 배려하잔 차원에서 퇴사할 시에 공식적으로 청구하자는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서로 얼굴 붉히며 그만둬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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