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데이크라옴 마을사람들

- 임종진

평범한 인사 한 마디.

“썩써바이~ 봉스라이?”(별일 없으세요. 아주머니?)

무심코 그렇게 물었습니다.

별일 없느냐고 묻기엔.

그저 안녕하냐고 묻기엔.

참 바보 같은 첫인사였습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와 거리로 내몰린 데이크라옴 마을 사람들.

미래형 대규모 상업구역 선정지라는 나랏님들의 추상같으신 호령에,

가재도구랑 옷가지랑 어설픈 살림살이 몇 개 들고

역시 나랏님들께서 높디높으신 성은으로 내어주신 트럭에 짐짝처럼 실려서는

하루아침에 낯선 시골구석 공터에 내쳐진, 그들.

오늘 하루 괜찮으냐고 묻기엔.

그러기엔 참 바보 같은 질문입니다.

주민들은 우선 급한 대로 마련한 천막을 얼기설기 엮어 따가운 햇빛을 막을 지붕을 만들고 벽을 쳤습니다. 대충 가족 수에 따라 두세 평정도 땅을 나누고 부엌세간도 적당히 한쪽에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러고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니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를, 웃음도 얼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도 이 땅의 긴 겨울은 지겨우리만큼 꼬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몇 해 전 바다 건너 또 다른 땅 위에서 만난 이들이 이렇게 다시 생각납니다.

쭈뼛스런 인사 한 마디에 말없이 두 손 모아 마주 인사를 건네던,

그리고

그 손 위로 살짝 머문 빛줄기의 따사로움을.

2009. 1.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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