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가슴아파서

- 담담

당신은 이성을 볼 때 어디서부터 가장 먼저 보는가? 여성이라면 딱 벌어진 어깨와 널따란 가슴! 남성이라면 봉긋하게 솟은 가슴라인을 꼽는 이가 적지 않을 거다.ㅎㅎ 나만 그런가? 그렇다면 죄송..ㅡㅡ; 어떤 연유로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가슴에 꽂히는지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아니 다양하겠지만, 가슴이 상대방에게 느끼는 매력 포인트임은 분명하다.

가슴을 의미하는 한자 흉(胸)자를 살펴보면 육달월(月)변에 흉할 흉(匈)자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가슴에다 흉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글자를 집어 넣었을까? 가슴을 한자로 흉곽(胸廓)이라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가슴은 성곽(城郭)처럼 철통같은 방비태세를 갖춰 그 안에 심장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신체에 대한 국가의 비유는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있어왔다. 플라톤이 머리, 가슴, 팔다리로 신체를 나누어 국가의 통치자를 이성의 덕목에 해당하는 머리에, 수호자를 기개의 덕목에 해당하는 가슴에, 생산자를 욕망의 덕목에 해당하는 팔다리에 배치한 것은 다들 아실게다. 마찬가지로 동양학에서 역시 신체의 비유를 통해 국가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어떻게 보았을까?

내가 구멍을 막고 있을테니 어서 도망가라냥..^^ 가슴은 신체의 성곽에 해당한다. 조금이라도 절도를 잃으면 질병을 일으키는 사사로운 기운이 침범해 가슴 속에 그득해지기 쉽다.

내가 구멍을 막고 있을테니 어서 도망가라냥..^^ 가슴은 신체의 성곽에 해당한다. 조금이라도 절도를 잃으면 질병을 일으키는 사사로운 기운이 침범해 가슴 속에 그득해지기 쉽다.

예상들 하셨겠지만 한의서에서는 국가기관 역시 오장에 배속하고 있다. 황제내경에 보면 오장 중에서 심(心)을 정신활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군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호흡을 다스리는 폐(肺)를 신하에,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간(肝)을 장군에, 소화를 담당하는 비(脾)를 곡식을 출납하는 기관에 배치한다. 그리고 오장이 서로 상생과 상극의 기운을 통해 조절되는 것처럼 국가 역시 그렇게 조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보자면 군주를 지키기 위한 성곽, 즉 심장을 지키는 성곽이 바로 가슴인 것이다. 이 때 가슴은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 즉 호흡을 통해 코로 들이마신 공기와 먹는 행위를 통해 입으로 받아들인 음식물이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절도를 잃으면 질병을 일으키는 사사로운 기운이 가슴속에 그득해지기 쉽다. 그런 까닭에 가슴은 흉한 일이 일어나기 쉽다는 의미에서 흉(匈)자가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도 가슴과 관련된 질병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 다루고 있다. 가슴 부위의 통증을 심통(心痛)이라 부르는데, 그 양상에 따라 음심통(飮心痛), 식심통(食心痛), 계심통(悸心痛) 등의 아홉 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원인으로 보자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음식에서 기인한 경우와 칠정으로 비롯된 경우가 그것이다. 소화기계인 비위의 문제가 가슴 부위의 통증으로 파급된 것이 음심통, 식심통 등이라면 이는 정말 가슴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비위의 통증이 가슴으로 올라간 것이다. 문제는 계심통, 진심통인데 이는 칠정에 의한 것으로 심기에 영향을 주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심기(心氣)가 불편하다고 말할 때 그 심기가 바로 이 심기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때 가슴이라고 할 때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가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이른바 흉금(胸襟)을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할 때의 흉금을 터논다는 것은 속마음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의미에서이다. 따라서 마음 역시 가슴에 포함된다. 가슴시리다라는 말이 단지 가슴 부위가 춥다라는 의미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별해 본 이라면 다들 느껴본 것일 터..ㅜㅜ

에휴~ 가슴만 답답하고, 내가 사는 낙이 없다~ 가슴이 답답한 이라면 칠정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길!

요즘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답답하다는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네이버 지식인 동네에서도 꽤 많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마음으로 인한 병이 생겨 가슴이 막힌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칠정은 기뻐하는 것, 성내는 것, 근심하는 것, 생각하는 것, 슬퍼하는 것, 놀라는 것, 두려워하는 것이다. 대체로 기뻐하면 기가 흩어지고, 성내면 기가 올라가고, 근심하면 기가 가라앉고, 생각을 지나치게 하면 기가 맺히고, 슬퍼하면 기가 소모되고, 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지고, 두려워하면 기가 내려간다. 여섯 가지 정은 모두 심기를 울결시켜 아프게 하는 까닭이 되는데, 오직 기뻐하는 것만은 기를 흩어지게 한다. 그러므로 여섯 가지 정으로 인한 울결을 흩어지게 하여 아픈 것을 멎게 할 수 있다. –<동의보감>

사람의 기분이 기를 혼란시키고, 이 어지러워진 기가 맺히고 막혀 심기를 아프게 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스트레스 많이 쌓이고 인간관계로 인해 짜증이 동의보감에서는 한 여인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아버지가 적에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슬퍼하며 울었다. 울음을 그치자 문득 심통을 느꼈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져 낫지 않더니 한 달이 지나자 가슴에 잔을 엎어놓은 것 같은 덩어리가 생겨 참을 수 없이 아파 여러 약을 써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장종정이 와서 선무당에게 어지럽게 허튼소리로 환자를 웃기게 하였더니 웃음을 차지 못하여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다. 며칠 만에 가슴 속의 덩어리가 모두 흩어졌다. 장종정은 “근심하면 기가 맺히고 기뻐하면 기가 흩어진다”고 하였고, 또 “기뻐하는 것은 슬퍼하는 것을 이긴다. 내경에 이미 이러한 치료법이 있다”고 하였다. –<동의보감>

감정 따로 몸 따로가 아니라 감정이 나의 몸이자, 내 몸이 나의 감정 그 자체를 보여준다. 따라서 모든 병의 근원이 이러한 감정의 치우침 때문에 일어난다. 그깟 감정이 뭐 그리 대수겠어라고 가볍게 넘겨버리기 쉽지만, 이 감정의 기울기가 지나치면 나의 몸을 해치는 싹이 된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감정에 치우쳐 있다면 그것은 단지 정신건강 상에 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에 이상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럴 때 기쁨의 감정이 뭉쳐있는 기를 흩어뜨려 풀어낸다는 점! 화나고, 근심걱정 많고, 슬퍼하고, 놀라고, 두려워해서 생긴 ‘기막힘’을 푸는 기쁨의 정동! 기쁨이 단지 정서상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몸의 병을 해결해주는 열쇠라는 점!

기쁨이 단지 정서상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몸의 병을 해결해주는 열쇠라는 점!

그럼, 이제 여성으로 넘어가자.^^ 음양의 이치로 보자면 여자는 음에, 남자는 양에 속한다. 음양의 이치는 자연계의 보편법칙으로, 만물이 변화하는 근원이자 생장소멸을 거치는 근본이다.

남자는 생식기(腎)가 중요하고 부인은 젖이 중요한데 아래와 위가 서로 같지는 않으나 타고난 바탕의 뿌리는 하나이다. 여자는 음에 속하는데 음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아래로부터 위로 치밀어 오르므로 젖은 커지고 생식기가 오므라든 것이다. 남자는 양에 속하는데 양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므로 음경은 늘어지고 젖꼭지가 오므라든 것이다. –<동의보감>

원래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음의 속성이지만 음이 극하게 되면 위로 올라간다. 음이 극하면 양이 되고, 양이 극하면 음이 되는 법! 겨울이 극에 달하면 따뜻한 양의 기운이 올라 봄이 되는 것처럼. 그 결과 여자의 경우 음의 속성이 위로 올라가 유방은 커지고 생식기는 줄어든다. 그리고 이 때 음의 기운이므로 음에 해당하는 짝수, 즉 위로는 유방이 두 개, 아래로는 요도 하나, 질 하나 합해 두 개의 구멍을 갖춘다.

마찬가지의 이치로 남자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양의 속성이지만 역시 극하게 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그 결과 생식기는 아래로 길게 늘어지게 되고 유방은 수축된다. 단 양이므로 홀수의 개수를 유지하니 아래로 음경 하나에 요도 구멍 하나뿐이다. 여성의 유방에서 젖빛의 흰 유즙이, 성인 남성의 음경에서 흰 정액이 나온다는 사실로 보아서도, 이 둘의 공통점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의서에서도 남자에게는 신(腎)이, 여성에게는 유(乳)가 생명의 근본이라고 했다.

어. 엄마 젖이 아니네? ㅡㅡ;

뭐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우유보다는 인유(人乳), 사람 젖이 좋다. 그러나 요즘에는 젖이 안 나와서 걱정하는 산모들이 많다. 산후에 젖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유즙불행(乳汁不行)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산후에 젖이 나오지 않는데는 두 가지가 있는데, 기혈이 너무 성하여 막혀서 나오지 않는 것이 있고, 반면에 기혈이 너무 약하여 말라서 나오지 않는 것이 있다고 나와있다. 피와 관련된 병 역시 그것이 기가 부족해 피를 돌리지 못해 막혀서 생기는 문제가 있고, 피를 생성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가 있듯이 젖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산모가 건강함에도 통로가 막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고, 산모가 너무 약한 탓에 유즙이 메말라 도통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젖 자체가 잘 안 만들어져서 생기는 문제는 젖을 잘 나오게 하는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팥과 돼지 족발등을 들고 있는데 팥은 물에 달여 그 즙을 마시면 젖이 바로 나온다고 소개하고 있고, 돼지 족발은 부인의 젖줄기를 잘 돌게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많은 산모들이 젖몸살로 고생하는데 젖먹이가 없을 경우 젖을 삭이는 방법으로는 엿기름가루를 물에 타 마시면 자연스레 젖이 삭게 된다고 나와 있다. 젖몸살로 고생이신 분들은 한 번 해보시길~~^^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응답 4개

  1. hi말하길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음양원리를 남자생식기/여자의젖에 대입한 글 안의 내용은(동의보감 출처겠지요?), 갸웃거리게 되는 측면이 있네요. 예를 들어 여자의 생식기는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고 몸 안에 있을 뿐, ‘오므라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더구나 아이를 잉태하는 여자의 생식기를 생명과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은 것은, 좋게말하면 해부학적 인식이 부족한 동양의학의 한계로 들리거나 아니면,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식으로 표현되곤 하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으로 인한 걸로 들리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담담말하길

      물론 여성의 생식기가 ‘남근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오므라들다’라는 표현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느끼신 것 같은데, 음의 속성상 수축한다는 것이지 여기에 긍정/부정의 의미는 담겨있지 않은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남성중심적 시각이라기보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이를 말하는 것인 듯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지 차별을 말하는 것은 아닌 듯 해요. 그리고 해부학적 인식이 부족한 것이 한계라는 것 역시 현대적 시선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 hi말하길

      여성 생식기의 존재가 언급되지 않고, “남자는 생식기(腎)가 중요하고 부인은 젖이 중요한데” 라고 무엇이 중요한가를 의미부여/한정하고 있는데, 저는 왜 그렇게 보았을까 라고 의문이 든데서 시작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현대적 시선’에서 위와 같은 관점은 여성 생식기에 대한 평가 절하 혹은 무시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여기에서 ‘현대적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이 가능한지요? 과거에서 오신 것도 아닐 테고요.

      뜬금없을 수 있찌만, 갑자기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신다”는 어디서 들어본 옛 문구가 생각나네요. 신체적으로 어머니가 뱃속에서 열달동안 데리고 있다가 아이를 낳는데, 왜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는 기른다는 말이 나올까요?

      남성중심적 시각이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누구의 입장에서 보고 가치와 힘을 부여하느냐에 따른 것으로, 저는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의학적 차이에 대해 음과 양의 원리로 구분하는 방식이
      당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차별이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제가 떠올린 질문에 쉽게 차별이 아니라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2. 4월말하길

    푸왓!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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