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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이, G20 ‘쥐벽서’ 사건에 대한 탄원서

- 편집자

저는 현재 영국 University College London 인류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류지이입니 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정수 최지영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탄원서를 제출 합니다.

피고인 박정수가 G20 홍보물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 반하였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사 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런던 거리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그래피티 ‘작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명 의 ‘아티스트’들은 길가의 담벼락이나 버려진 건물은 물론 상업용 포스터나 공공기관 홍보물 등에도 그래피티를 시도합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일종의 예술활동으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 담긴 유머를 즐길 뿐, 그들의 권리와 꿈을 강탈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 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쥐 그림’은 온라인상에 ‘Rats Everywhere (www.ratseverywhere.com)’라는 사이트가 존재할 정도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에게 자주 사 용되는 도상입니다.

G20 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박정수의 행위로 인해 특별히 G20 대회가 방해된 바가 없으며 공공의 재산상의 손실도 50만 원 정도로 미미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피고인 최지 영은 박정수의 동료이자 후배로서 연행당한 박정수의 생업과 연구실 활동, 법률 등에 대한 조 언을 문자메시지로 나눈 것이 빌미가 되어 마치 이 사건을 조직적, 계획적 범죄로 보이게 하 려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공범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박정수의 행위는 조직적 계획적 행위가 아니었으며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 을 제공해 주었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며, 국가의 위신을 실추 시킨 바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가벼운 사안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국가의 위신 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국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이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려, 피고인 박정수를 선처해주시고, 최지영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겨 주십시오.

류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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