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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G20 ‘쥐벽서’ 사건에 대한 탄원서

- 편집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서강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대학원 신문사에서 편집장 일을 하고 있는 박승일 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인 박정수와 최지영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고자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피고인 박정수와 최지영의 그래피티 행위는 검찰 측이 제기하는 것처럼 국가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위신을 추락시키는 행위가 아닙니다. 2010년 토론토에서 개최된 G20에서는 이보다 더한 질서 위반 행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사법부는 오히려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 삼았습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공권력에 앞선다는 민주주의 원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국가적 행사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주권적 의사 결정은 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 박정수와 최지영은 정당한 의사 표현의 한 방법으로 그래피티 작업을 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 때문에 국가가 물리적 혹은 위신적인 피해를 봤다고 주장할 만한 어떤 근거도 없습니다. 그래피티가 전시된 몇 십 분보다 개인의 자유를 법적 잣대로 처벌하려한 검찰의 대응이 오히려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더 큰 원인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 외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한국 정부의 구시대적 대응에 대한 비아냥거림이었습니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국내 언론에서도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그래피티를 보고 웃어 너기거나 그저 하나의 이슈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또한 사회적 관용의 범위 내에서 해석할 사안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의 행위를 치밀하고 조직적인 계획 하에 이루어진 범죄라고 몰아세우는 검찰의 논리는 사회적 인식과는 거리가 먼 법 적용의 남용입니다. 만일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이 확정된다면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도 어떤 의사표현도 하지 말라는 공안 정치의 전형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이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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