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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명, G20 ‘쥐벽서’ 사건에 대한 탄원서

- 편집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부산에서 소박한 가치들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만들어내고자 애를 쓰고 있으며 십여 년동안 시를 쓰면서 살고 있는 박진명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정수 최지영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시라는 형태로 문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두 사람에게 내려진 선고가 문학이나 문화를 하는 사람, 나아가 한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한 행동에 비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 폴 오스터가 다른 나라의 작가를 위해 쓴 기도문의 일부입니다. 저는 같은 이유로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또 재판장님께 선처를 호소합니다. 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약간의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표현일 것입니다. 그 표현이 때로는 치기 어리고 조금 지나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을 직접적으로 해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보호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창조적 역량은 바로 예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그런 자유로운 상상과 개성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두 사람에게 주어진 과한 형량에 대해 재고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나는 아침마다 그를 위해 기도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것이 나 자신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책을 한 권 썼다는 이유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내 일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변덕과 운명의 장난 때문에 나도 그와 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니라 해도 내일은 그렇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같은 클럽에 속해 있습니다. 단독자, 은둔자, 괴짜들, 작은 방에 틀어박힌 채 종이 위에 글을 써넣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인생의 태반을 보내는 자들의 비밀 결사인 것입니다. 그것은 기묘한 생활방식이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만이 그것을 천직으로 선택합니다. 그것은 너무 힘들고, 대가는 형편없고, 실망이 거듭되는 생활방식이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작가들은 다양한 재능과 야심을 가지고 있지만, 제 몫을 하는 유능한 작가라면 모두 똑같이 말할 것입니다.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할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지금까지 쓴 모든 글에서 그 자유를 행사했고, 살만 루슈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형제로 만들어 주었으며, 그의 곤경이 곧 나의 곤경이기도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폴 오스터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 중

박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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