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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마사 하지메, G20 ‘쥐벽서’ 사건에 대한 탄원서

- 편집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미국 UCLA 인류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한 대학원생 이마마사 하지메라고 합니다. 이름에서 아시겠지만 저는 일본 출신이고 현재는 박사 논문 현지 조사를 위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저는 피고인 박정수 최지영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피고인 박정수는 국문학 박사로, 대학에서 교양 국어와 환상문학 등을 강의하며,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슬라보이 지젝의 저작 등 다수의 서적을 번역하였고,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등을 집필한 인문학자입니다. 사회참여도 활발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미신고 장애인시설인권 실태조사’ 사업과, 교도소 평화인문학, 지역도서관 인문학강의 등에 열심히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 야학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플랜코리아’와 ‘세이브더칠드런’ 등 아동복지단체에 6년째 후원해 온 민주시민입니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초, 중학생들과 더불어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육아와 가사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성실한 가장입니다. 피고인 최지영은 박정수의 연구실 동료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며 8월에 독일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성실한 연구자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정수가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지만, 이는 미국이나 서구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회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권리를 넓히려고 하는 예술로 인정된 행위입니다. 아시다시피 바로 이러한 행위를 관용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장 미셜 바스키아(Basquiat), 키스 해링(Keith Haring) 그리고 뱅크시(Banksy)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가 나타난 것입니다. 실제로 피고인 박정수의 행위는 일본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알려져 한국의 뱅크시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으로 그의 행위는 한국 사회를 더욱 민주적일 뿐만아니라 문화적으로 세계에 열리고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G20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박정수의 행위로 인해 특별히 G20 대회가 방해된 바가 없으며 공공의 재산상의 손실도 50만 원정도로 미미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피고인 최지영은 박정수의 동료이자 후배로서 연행당한 박정수의 생업과 연구실 활동, 법률 등에 대한 조언을 문자메세지로 나눈 것이 빌미가 되어 마치 이 사건을 조직적, 계획적 범죄로 보이게 하려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공범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박정수의 행위는 조직적 계획적 행위가 아니었으며 국민들에게 예술이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제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들에게는 한국의 지식인과 예술의 궁지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또 그의 행위는 어느 누구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며,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킨 바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가벼운 사안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국가의 위신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한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이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려, 피고인 박정수를 선처해주시고, 최지영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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