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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균, G20 ‘쥐벽서’ 사건에 대한 탄원서

- 편집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평소 정치와 문화-예술의 관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 교수 김세균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정수 최지영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이렇게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피고인 박정수는 국문학 박사로, 대학에서 교양 국어와 환상문학 등을 강의하며,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저작 등 다수의 서적을 번역하였고,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등을 집필한 인문학자입니다. 사회참여도 활발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미신고 장애인시설인권 실태조사’ 사업과, 교도소 평화인문학, 지역도서관 인문학강의 등에 열심히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인 최지영은 박정수의 연구실 동료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며 8월에 독일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성실한 연구자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정수가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G20 대회는 끝났고, 박정수의 행위로 인해 G20 대회가 특별히 방해된 바가 없으며 공공의 재산상의 손실도 50만 원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고인 최지영은 박정수의 생업과 연구실 활동, 법률 등에 대한 조언을 문자메세지로 나눈 것이 빌미가 되어 마치 이 사건을 조직적, 계획적 범죄로 보이게 하려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공범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박정수의 행위가 조직적, 계획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사안은 한번 웃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거나 그가 행한 그라피티 작업의 예술적 완성도에 대해 서로 토론해 보는 정도로 끝내도 될 가벼운 사안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안에 무거운 형벌을 가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다는 점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예술 활동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 될수록 그 사회는 창의적인 예술이 꽃피는 문화사회가 될 것입니다. 창의적인 문화예술의 창달을 위해서는 국가가 관용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핵심적인 중요성을 지닙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이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려, 피고인 박정수를 선처해주시고, 최지영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겨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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