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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G20 ‘쥐벽서’ 사건에 대한 탄원서

- tibayo85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진보신당 상임고문 심상정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정수 최지영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피고인 박정수는 국문학 박사로, 대학에서 교양 국어와 환상문학 등을 강의하며,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저작 등 다수의 서적을 번역하였고,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등을 집필한 인문학자입니다. 사회참여도 활발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미신고 장애인시설인권 실태조사’ 사업과, 교도소 평화인문학, 지역도서관 인문학강의 등에 열심히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 야학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플랜코리아’와 ‘세이브더칠드런’ 등 아동복지단체에 6년째 후원해 온 민주시민입니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초, 중학생들과 더불어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육아와 가사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성실한 가장입니다. 피고인 최지영은 박정수의 연구실 동료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며 8월에 독일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성실한 연구자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정수가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G20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박정수의 행위로 인해 특별히 G20 대회가 방해된 바가 없으며 공공의 재산상의 손실도 50만 원정도로 미미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피고인 최지영은 박정수의 동료이자 후배로서 연행당한 박정수의 생업과 연구실 활동, 법률 등에 대한 조언을 문자메세지로 나눈 것이 빌미가 되어 마치 이 사건을 조직적, 계획적 범죄로 보이게 하려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공범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박정수의 행위는 조직적 계획적 행위가 아니었으며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제공해 주었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며,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킨 바도 없습니다.

또한 ‘국민과 아이들로부터 번영의 꿈을 강탈했다’는 검찰의 구형 내용은 공용물 손괴에 대한 보호법익에도 상응하지 않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되는 바 본 사건으로 인하여 혹시라도 사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지나 않을지 우려스럽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처럼 가벼운 사안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국가의 위신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국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이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려, 피고인 박정수를 선처해주시고, 최지영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겨 주십시오.

2011. 5. 2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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