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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G20 쥐벽서 사건에 대한 탄원서

- tibayo85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어린이 잡지 웃음꽃, 경향신문 등에서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 김한조 입니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정수 최지영과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어떤 친분도 없지만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써 두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G20을 개최한 도시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G20 개최를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 측의 과도한 홍보와 시민 통제에 불편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한 세금 납부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적지 않은 세금이 시민 편의를 위해 쓰이지 않고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쓰인다는 점에서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G20 홍보물 그라피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공공물건을 훼손한 행위가 법적으로 올바르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의 과도한 홍보와 통제 행위에 유쾌한 풍자를 날려주었다는 점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 행위에 국민으로써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음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비록 피고인 박정수가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지만, 박정수의 행위로 인해 특별히 G20 대회가 방해된 바가 없으며 공공의 재산상의 손실도 50만 원정도로 미미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보통의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아무리 무겁게 잡아도 경범죄 이상의 처벌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피고인 최지영인데, 최지영은 박정수의 동료이자 후배로서 연행당한 박정수의 생업과 연구실 활동, 법률 등에 대한 조언을 문자메세지로 나눈 것이 빌미가 되어 마치 이 사건을 조직적, 계획적 범죄로 보이게 하려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공범으로 몰리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한 예술가 개인의 해학적 풍자(무겁게 잡으면 경범죄)로 끝날 사건이 검찰에 의해 무리하게 배후를 가진 조직행위로 둔갑하여 무거운 형벌이 내려진다면, 당사자들이 받아야할 과도한 처벌의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국내외의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중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첨언 드리자면 현재 대한민국의 예술가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외의 다양한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전시, 공연과 같은 물리적 교류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킹을 통해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미 G20 그래피티 사건과 재판과정은 대한민국의 여러 예술가들의 sns를 통해 국외에 알려졌고, 또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단순한 경범죄를 넘어 무거운 실형으로 판결이 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인권과 예술 후진국으로 전 세계 예술인들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리오니 부디 이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려, 피고인 박정수를 선처해주시고, 최지영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겨 주십시오. 당사자들은 재판 진행과정에서 이미 과도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부디 현명한 판결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1. 4. 26

김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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