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괴짜 가족을 보았음을 하늘을 두고 맹세합니다!!!

- 성태숙(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아들 둘이 만화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괴짜 가족’이란 일본 만화로 조금 내용을 훑어보다 하도 어이가 없어 단숨에 에피소드 몇 개를 앉은 자리에서 보게 되었다. 1편부터 차분히 본 게 아니라서 내용을 설명하기에는 이해가 부족하다. 하지만 ‘괴짜’라는 말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엄청나게 끈적거리는 빠워’를 지닌 만화라 강한 인상을 받았다. 만화에서는 한 무더기의 학급 아이들과 그 중 몇 아이의 가족들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실은 이름도 못 외울 정도로 등장인물이 많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괴짜 즉 괴팍스러운 사람들이다. 전문 용어로 ‘살짝 맛이 갔다’고 하는 것인데 도대체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여러 점을 마구 느끼게 한다.

몇 가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그 중 특별히 어느 청바지 이야기가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주인공 아이의 아버지는 늘 옷이 감당이 되지 않는 사람인데 왜냐하면 마치 늘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듯이 걸리고 넘어지고 자빠지기가 일쑤기 때문이다. 풀린 눈과 늘어진 몸으로 입을 해 벌리고 늘 휘청거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아주 유명한 청바지 집에서 아주 튼튼한 진(jean) 바지를 한 벌 사 입었다. 그런데 며칠 뒤 가게 주인이 우연히 그 아버지가 입고 있는 자기 가게 바지를 보고 기절초풍을 하게 놀란다. 왜냐하면 그 뻣뻣하고 질기기만 했던 바지가 멋진 가공처리를 한 듯이 물이 잘 빠진 명품 빈티지 태가 나면서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평생 꿈꿔왔던 전설의 가공처리를 마친 후, 마치 오랜 세월의 관록이 묻은 듯한 자연스럽고 멋지며 세련되게 낡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청바지의 자태를 보는 순간 주인은 눈이 뒤짚혀 만사를 제쳐두고 그 비법을 알아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그래서 그 아버지가 다시 바지가 헤어져 더 이상 못 입게 되어 새 바지를 사 입으러 온 날 수첩을 들고 그 아버지 뒤를 몰래 미행하며 비법을 캐내게 된다. 주인이 훔쳐보니 그 아버지는 계속 넘어지고 자빠져가며, 다른 사람이랑 부딪쳐 뜨거운 음료를 바지에 쏟기도 하고, 길바닥에서 예사로 뒹구는 것은 물론이고, 불개미한테 공격을 당해 몸이 가려워 못 견디자 자갈밭에서 몸을 막 굴리기도 하고, 차에 치이기도 하는 등등 수많은 일을 당하며 몸과 바지를 걸레꼴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마다 청바지 가게 주인은 큰 깨달음을 얻으며 ‘호오!’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바쁘게 비법을 하나하나 적어나간다. 명품 빈티지 바지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몸소 뒤따르며 익힌 가게 주인의 얼굴은 점점 환희로 찬란히 빛나게 되고 그의 기쁨은 절정으로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일갈한다. “난 저렇겐 못해. 죽어도 안 해!!!”

글쎄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이렇다. 가끔은 영혼이 반쯤 유체이탈을 한 듯 얼이 빠져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은 띵그래진 눈을 번쩍거리는 무섭게 생기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열을 내며 전문용어로 ‘열라 열심히 한다’. 의학적 용어로는 강박적이란 말이다. 도대체 에너지의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삘(feel)이 꽂혀 기를 쓰고 한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존재의 이유가 온통 그 일을 하기 위함으로 뒤바뀌어 버리고 거기서 맹목적인 기쁨을 얻는다. 사회적으로 유용하기는커녕 하면 할수록 곤란해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엄청 진지하게 그 일을 임한다는 것이다. 그냥 ‘단순한 열심’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명감을 띤 열심’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이 진지함이 배인 태도로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을 계속한다. 쓸데없는 일에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부여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지 혼자 끝까지 충실히 임무를 완성하겠노라 다짐에 다짐을 하며 차곡차곡 에너지를 쏟아부어가며 눈이 뻘개져서 하고 있다. 옆에서는 점점 더 질려가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전혀 눈치를 못 챈다. 하긴 알 수가 없다. 왜냐면, 왜냐면 자기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며 즐겁게 사명감에 차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어…….나는 시사평론을 하는 게 아니다. 나는 만화책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분명히 ‘괴짜 가족’이란 일본 만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절대 정부의 정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절대 4대강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절대 대통령 아저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봤단 말이다. “괴짜 가족”………“오호이! 괴짜!”

“오호이이이이이이이…………………………………………………………………………………………

응답 2개

  1. 매이엄마말하길

    웃겨 죽일 참이예욧!!!

  2. 말하길

    푸하하. 샘, 너무 하세요. 전문용어로 ‘해학과 풍자의 종결자’세요. “나는 봤단 말이다. 괴짜 가족. 오호이이이이이이”….팟! 담에 그 만화책 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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